매화

매화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옛날 어느 지방의 선비가 전국의 명산대찰을 순례하기로 했다.
선비는 순례 도중에 다른 지방에 사는 한 사람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혼자 다니기 적적했을 길을 당신과 동행하니 더없이 기쁘오.”
“ 나 역시 그렇소이다. 더구나 이렇게 뜻이 잘 맞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오.”
어느듯 두 사람은 전국 순례를 무사히 마치고 석별의 정을 나누게 되었다.
오랫동안 다정하게 지냈던 그들은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길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이제는 친동기간 못지 않게 정이 들어 혼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구려.”
“나또한 그러하니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내게 과년한 딸이 하나 있는데 선비에게도 아들이 있다하니 이 두 아이를 혼인시키면 우리는 사돈이 되어 자주 볼 수 있지 않겠소?”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며 굳게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선비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애통하게도 아들은 병들어 죽고 없었다.
날마다 눈물 속에서 지내던 어느 날, 자식의 혼인을 약속하고 헤어졌던 그 사람의 딸이 찾아왔다.
당황한 선비는 자초지종을 모두 말해 주었다.
“그러니 내 어찌 염치없이 너를 받아들이겠느냐.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여라.”
그러나 모든 것을 듣고난 소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 세상에서의 인연입니다.
이제 소녀는 다른 데에 마음을 두지 않고 가신 낭군을 그리며 정성껏 부모님을 섬기겠습니다.”

소녀는 그날부터 신랑도 없는 시집에서 생활하며 시부모를 봉양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시부모마저 세상을 떠나 어느 곳 하나 의지할 곳 없는 쓸쓸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아, 시부모마저 내 곁을 떠나고 없으니 차라리 머리를 삭발하고 중이 되어 남은 생을 살리라.‘
중이 된 소녀는 죽은 낭군이 살아 있을 때 심었던 매화나무 곁에 암자를 짓고 낭군의 혼을 위로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봄날 그녀는 화사하게 피는 매화를 보며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탄식했다.
“심은 꽃의 주인은 이미 가고 없는데 꽃만이 향기를 품고 피었구나.
그것을 보니 슬퍼서 견딜 길 없네. 이제는 피지 않아도 좋으려니.”
그러자 그 다음해 봄에는 웬일인지 매화나무에 꽃이 피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또 울며 탄식했다.

“꽃을 피우시라. 이제는 낭군님으로 여겨 바라볼 터이니 매화나무가 있는 동안은“

그러고 나니 다음해 봄부터는 다시 꽃이 피었다 한다.

매화나무는 6월에 열매를 맺는데 이를 매실이라 하며
덜 익은 매실을 청매(靑梅)라 하며 매실의 껍질과 씨를 발라내고 볏집을 태운 연기에 그을려 만든 것을 오매(烏梅)라 한다.
이들 청매와 오매는 한방이나 민간에서 약재로 쓰고 있는데 기침·구토·회충 구제 등에 효과가 있다.
이 청매를 빻아서 짠 즙을 햇볕에 말리면 검은 엿같이 되는데 이 매육(梅肉) 엑기스는 소화 건위·정장 등에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