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

부들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아주 먼 옛날 어느 외딴섬에 토끼가 살고 있었다. 늘 혼자 살던 토끼는 심심할 때가 많았다.
“친구가 없으니 너무 심심하구나. 육지에 한번 가고 싶은데 물이 깊어 도저히 건널 수가 없으니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이리저리 궁리를 하던 끝에 하루는 잔꾀를 내어 그 부근의 물 속에 사는 악어들을 모두 불러서 의논을 하였다.
토끼가 악어들에게 말하였다.
“악어야, 너희 악어들의 무리는 얼마 안될거야. 하지만 우리 토끼들의 무리는 굉장히 많단다.”
듣고있던 악어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 토끼 무리는 지금 너밖에 또 누가 있단 말이냐?”
토끼는 이에 자신있게 말했다.
“이 섬의 바위 틈이나 나무 그늘에 나의 동족들이 수없이 살고 있단 말이야.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우리 한번 모여서 그 숫자를 헤아려 보기로 할까?”

악어는 쾌히 승낙하며 말했다.
“좋아. 하지만 그 수를 누가 어떻게 헤아린단 말이냐?”
“그거야 아주 쉬운 일이지. 너희 악어 무리를 모두 불러 모아서 이 섬에서 저쪽 육지까지 한 줄로 나란히 떠 있게 하면 내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지. 그 다음에 우리의 종족이 모일 때는 너희들이 헤아리면 되지.”

이렇게 해서 악어는 그 부근 바다에 있는 모든 악어들을 불러 모아 토끼가 하라는 대로 일렬로 물 위에 떠서 마치 섬과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처럼 하여 기다렸다.
토끼는 쾌재를 부르며 물 위로 떠 있는 악어의 등을 깡충깡충 뛰어 육지로 건너갔다.
다음은 토끼의 무리를 헤아릴 차례였다.
그러나 온종일 기다려도 토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악어는 토끼에게 속은 것을 알고는 토끼를 찾아가 배신 당한 앙갚음으로 토끼의 털을 물어뜯어 빨간 알몸을 만들어 버렸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신(神)이 토끼의 몰골을 보고 토끼에게 사연을 물었다.
토끼는 전후 사정을 말하고 구원을 요청하였다.
신은 토끼의 행위를 괘씸하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다.
“이 산을 넘어 양지 바른 곳에 가면 부드러운 풀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풀을 모아 깔고 누워 있으면 너의 몸의 사어는 가셔질 것이니 그리 하여라.”
신은 이렇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렸다.

토끼는 신의 지시대로 산을 넘어 풀을 모은 다음 그 속에서 며칠을 지냈다.
그러자 상처도 아물고 털도 모두 새로 나게 되어 전과 같은 몸이 되었다.
이때 토끼가 사용한 풀이 바로 부들이었다 한다.
이 전설에서 부들의 꽃가루나 꽃이 지고 난 뒤의 솜 같은 열매가 지혈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방 및 민간에서는 꽃가루를 포황(蒲黃)이라 하여 지혈·토혈·탈항·이뇨·배농·치질·대하증·월경불순·방광염·한열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