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제비꽃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옛날 어느 산골 야트막한 언덕에 초가집 한 채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연로하신 어머니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동네에 괴질이 번졌을 때 많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죽음을 당했다.
때마침 어머니는 어린 아들을 업고 친정에 여러날 다녀오느라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갖은 고생을 하며 아들을 키웠다.
“당신이 남기고 가신 한 점 혈육은 내가 어떤 고생이라도 마다않고 잘 키우겠어요. 우리 모자 걱정은 조금도 마시고 당신 영혼은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첫 닭이 우는 새벽마다 어머니는 정안수를 떠 놓고 기도했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자라며 자신이 너무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얼굴은 기억을 못하지만 아버지의 영혼이 자기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든든했다.
차츰 아들이 자라면서 산에 가서 나뭇짐도 실어오고 저녁이면 어머니의 어깨도 주물러 드리는 등 힘든 어머니를 도와주게 되었다.
아들이 의젓한 청년으로 자라는 것과 다르게 어머니는 날로 늙어갔다.
늙어가는 어머니를 보며 아들은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내가 결혼하여 어머니를 편히 모시며 효도를 하여야 할텐데 아무것도 없는 내게 누가 시집을 오겠는가. 아버지께서 내려다 보고 계신다면 나를 좀 도와 주시면 좋으련만’
아들은 어려운 형편에 결혼도 못하고 어머니는 자꾸 늙어가는 것이 안스러워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던 아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한 처녀를 발견했다.
정신을 잃고 있었지만 차림새로 보아 귀한 댁의 따님 같았다.
아들은 지게를 벗어 두고 그 처녀를 업은 채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이게 무슨 일이냐? 나무하러 가더니 웬 처녀를 업고 왔느냐?”
“어머니, 제가 막 산으로 올라갔는데 이 처녀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지 않겠어요. 정신을 잃고 있길래 혼자 조치할 방도가 없어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오냐 오냐, 산목숨부터 살리고 봐야지. 어쨎든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 피부터 멎게 해야 할텐데 한의(韓醫)를 부를만한 형편도 못되니 어쩌면 좋으냐.”
“어머니, 우선 피가 나는 팔을 천을 찢어 묶어두도록 하지요.”
“쯧쯧 보아하니 귀하게 자란 처녀 같은데 어쩌다 저런 일을 당했을꼬.”
어머니와 아들은 아픈 처녀를 정성을 다해 돌보았다.
피곤한 아들이 벽에 기대 앉은 채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가 아들의 꿈에 나타났다.
“아들아, 아버지 없이도 네가 이렇게 장성하니 고맙구나. 네가 간절히 빌던 소망을 내가 잘 알고 있느니라. 그래서 그 처녀를 네 색시감으로 보냈으니 어머니를 모시고 잘 살거라.
그 처녀의 피를 멎게 해줄 풀이 집 뒤 언덕에 있으니 가보도록 하여라.“
잠에서 깬 아들은 아버지가 꿈에서 일러준 곳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곳에는 보랏빛 꽃무더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마치 하늘의 별이 무리지어 땅으로 내려와 있는 듯 아름다웠다.
아들은 그 풀을 한아름 캐어내 집으로 돌아온 뒤 뿌리를 잘 빻아서 처녀의 환부에 발라 주었다.
신기하게도 처녀는 차츰 병세가 호전되어 일어나 앉게 되었다.

정신을 차린 처녀는 두 모자에게 자초지종을 들려 주었다.
“본시 저의 집은 지체 놓은 가문이온데 음모에 휘말려 저의 부모님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무작정 길을 헤매던 저는 산중에서 도적을 만나 보따리를 다 빼앗기고 그들이 휘두르는 칼에 다쳐 정신을 잃었습니다. 두 분은 제 목숨의 은인이시니 제 한 몸 의탁코자 합니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처녀와 혼인한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다 한다.

민간에서는 이 풀을 약재로 쓰는데 뿌리는 지혈·치통·악창 등에 효과가 있으며, 전초(全草)는 근근채(菫菫采)라 하여 태독(胎毒, 피부병의 일종)·중풍·설사·통경·발한·부인병·간장 기능 부진·발육부진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