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성

천남성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옛날 어느 조그마한 어촌에 황부자라고 하는 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의 무남독녀 외딸은 아무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황부잣집 외딸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심어준 청년이 나타나게 되었다.
“낭자! 우연히 당신을 보게 되었는데 그날부터 당신 모습이 어른거려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구려. 어떻게 하면 낭자의 마음을 내가 가질 수가 있겠소?”
청년은 진지한 모습으로 낭자에게 사랑을 구했다.

그러나 황부자는 그 청년의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 두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너는 아비의 말을 명심하여라. 자식이라곤 너 하나 뿐인데 평생 네가 고생하지 않는 집안으로 시집 보낼 것인즉 그리 알고 앞으로 그 청년을 다시 만나지 말거라.”
“예”
차마 아버지의 명을 거역할 수가 없어 그리하겠다고 대답하곤 물러났지만 낭자는 벌써 그 청년을 좋아하고 있었으므로 잊을 수가 없었다.
바닷가에서 몰래 만난 그 청년과 낭자는 낭자의 손거울을 반으로 나누어 가졌다.
“낭자! 오늘 나누어 가진 이 거울을 우리 사랑의 증표로 간직하며 후일을 기약합시다. 내 반드시 낭자를 찾아가겠소.“
“예. 세월이 얼마나 흐르든 소녀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부디 저를 잊지 말고 찾아주십시오.”
두 사람은 굳게 약조하고 헤어졌다.

이 때 황낭자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도깨비가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궁리하다가 황부잣집을 단숨에 망하게 한 후 돈 많은 사람으로 둔갑하여 황부잣집으로 찾아갔다.
“제가 하루 아침에 망한 이 집을 다시 예전의 부잣집으로 만들어 드릴 터이니 댁의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제 아내로 삼겠습니다.”
그가 부자로 변한 도깨비인 것을 알리없는 황부자는 반듯하게 생긴 그의 용모를 보고 추호도 의심없이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아버님, 저는 싫사옵니다. 저는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부모님과 살고 싶사옵니다.”
황낭자가 울며 애원했지만 벌써 황부자는 옛날 부잣집을 되찾았기에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
“얘야, 저 청년을 처음 보지만 사람을 속일 것 같지는 않구나. 내가 늘 말하던 대로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편히 살도록 하여라.”
황부자는 싫다는 딸을 억지로 도깨비에게 시집 보냈다.
도깨비는 황낭자를 외딴곳에 있는 도깨비 굴로 데려가 버렸다.
도깨비는 황낭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굴 주위에 온통 가시가 돋힌 나무들을 잔뜩 심었다.
황낭자가 매일 울면서 우울하게 지내자 도깨비는 가시 울타리 안에 풀을 잔뜩 심었다.
낭자는 궁금하여 물었다.
“도깨비님, 지금 심고 있는 풀들이 무엇입니까?”
도깨비가 흉측한 얼굴로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내 색시될 낭자가 매일 슬프게 울기만 하니 꽃을 피워 달래주려고 하오. 이 풀은 천남성이라고 하오. 늦은 봄에 꽃이 필게요. 가을이면 옥수수 자루 같은 열매도 달리지요. 굴안이라 큰 키로 자라는 것은 심지를 못하나 이것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면 이쁠거요.”
굴 안은 음습하고 습기가 많아 그런 성장환경에 잘 맞는 천남성은 쑥쑥 자랐다.
도깨비는 온갖 정성을 들여 낭자를 구슬렸지만 황낭자는 위기 대마다 지혜롭게 피하면서 장래를 약속한 그 청년이 나타나서 두와 주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청년은 수소문 끝에 황낭자가 있는 곳을 알아내게 되었다.
“낭자! 이런 곳에서 고생을 하고 있었구려. 내가 꼭 도깨비굴에서 낭자를 구해낼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하지만 이 가시를 어떻게 헤치고 들어갈 수 있을까?”
청년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시나무 주위를 돌고 있을 때 황낭자도 청년을 보게 되었다.
“도련님, 오셨군요. 저를 구하러 꼭 오실 줄 알았습니다. 이 거울로 도깨비와 대적하십시오.”
황낭자는 헤어질 때 청년과 나누어 가졌던 거울을 청년에게 던져 주었다.
청년은 거울 반족을 가지고 있던 것과 맞춘 뒤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 거울로 햇빛을 반사시켜 도깨비에게 비추었다.
“싫어! 싫어! 난 햇빛이 싫단 말야. 난 어두운게 좋아.”
도깨비는 밝은 빛을 보자마자 얼굴을 감싸면서 괴로워하다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도깨비가 죽자 그때까지 가시 투성이였던 굴 주변의 나무 줄기는 갑자기 부드럽고 미끄럽게 변하는 것이었다.
“낭자,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소.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다.”
“도련님, 무서웠지만 도련님만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저를 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황낭자와 청년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혼례를 올리고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며 잘 살았다.
도깨비 굴에 심었던 천남성은 가을철에 열매가 익자 사람들이 거두어 이듬해 여러 곳으로 옮겨 심었다 한다.

한방에서는 이 풀의 구경(球莖)을 조제하여 천남성(天南星)이라는 생약명으로 부르며 진해·거담·상한(傷寒, 감기·급성열병·폐렴 등)·파상풍·창종(瘡腫,부스럼)·구토·간경·진경(鎭痙)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