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갈대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옛날에 당나귀 같은 귀를 가진 왕이 있었다. 이 왕은 귀가 당나귀의 귀만큼이나 컸다.
그래서 그 비밀이 백성들에게 알려질까봐 그게 늘 걱정이었다.
왕은 그 비밀이 새어나갈 것을 염려해서, 자신의 머리를 깎은 이발사들을 모조리 죽임으로써 그 비밀을 숨겼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이발사들은, 한번 왕궁으로 불려간 뒤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발사들은 왕궁으로 불려가는 일을 꺼리고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런데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이 강한 젊은 이발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왕궁으로 가겠다고 나섰다.
주위 사람들이 염려하면서 그를 말렸습니다.
“먼저 왕궁으로 갔던 사람들의 일을 잊었나? 자네도 그 꼴이 될게 뻔한데, 무엇 때문에 왕궁으로 가겠다는 건가?”
“글쎄 말야. 생각을 잘해 보라구!”
친구들이 그를 말렸지만, 그는 고집을 부렸다.
“직접 왕궁에 들어가 봐야, 우리들의 친구 소식이라도 들을 수가 있을 것 아닌가?”
젊은 이발사는 그의 뜻대로 왕궁으로 불려가 왕의 이발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왕의 귀를 보고 크게 놀랐다.
하지만 겉으로 태연한 척 하면서 이발을 마쳤다.

이발을 마치고, 왕이 젊은 이발사에게 말했다.
“너는 내가 겪어 본 이발사들 가운데서 가장 마음이 대담한 자로구나.
만약에 네가, 왕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소문을 내지 않는다면 살려줄 수도 있다. 어떻게 하겠느냐?”
자신의 목숨을 살려 주겠다는 말에, 젊은 이발사는 굳은 결심을 드러내 보였다.
“임금님,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비밀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젊은 이발사는 이렇게 해서 다른 이발사들이 왕궁으로 불려간 뒤 행방불명이 된 까닭을 알았다.
하지만 왕과의 굳은 약속이 있었기에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사실을 혼자의 가슴속에만 담아둔 채 어느 누구에게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그 이발사는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더 이상 그 비밀을 마음 속에 담고만 있다가는 병을 앓게 될 것 같았다.
마음대로 말하지 못해 시름시름 앓던 그는 아무도 없는 바닷가의 갈대밭으로 갔다.
그 곳의 모래에다 구멍을 파고는, 그 곳에 입을 댄 채 큰 소리로 외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런데 이 소리를 들은 갈대가 참지 못하고 그만 바람에게 알려 주었다.
“바람아,바람아!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란다!”
그 소문은 바람에 실려서 금세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이 나라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지?”
“글쎄, 그렇대. 그래서 임금의 머리를 깎은 이발사들을 모조리 죽였다지 뭔가!”
이런 소문은 나라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 웬만한 사람이면, 임금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 이발사는 모래 구멍에다 대고 크게 외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했기 때문에 마음이 후련해져 병을 앓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 뒤,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바람에 실려 곳곳으로 떠도는 소문은 온나라 백성들의 귀로 파고 들었다.
마침내 이 나라 임금님의 귀에까지도 그런 소문이 들려 왔다.
임금님은 대뜸, 그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바로 자신이 살려 보낸 이발사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발사가 끝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서 그런 소문을 퍼뜨렸던 것이다.
임금님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목숨을 살려 준 데 대한 보답은커녕, 소문을 퍼뜨려 임금을 난처하게 하다니, 그는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여봐라, 그 이발사를 당장 붙잡아 오도록 하라!”
신하들은 급히 달려가서 그 이발사를 체포하였다.
그리고는 임금의 앞으로 끌고 갔다.
“임금님, 이 못된 이발사를 붙잡아 대령했나이다!”
그 이발사는 임금 앞에 나가 무릎을 꿇었다.
임금은 그 이발사를 내려다 보면서 화를 버럭 냈다.
“네 이놈, 너는 나하고 그토록 굳게 약소을 하고서도 그 약속을 어겼단 말이냐?
네가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않아 온 나라에 소문이 퍼졌으니,
나도 이제 네 목숨을 거둬 들이려 한다. 더 할 말이 있느냐?”
임금의 말을 듣고난 그 이발사는, 당당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임금님, 제가 임금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은 사실이옵니다.
하지만. 사람이 한번 보거나 들은 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비록 죽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보다 앞서 간 이발사들은 할 말도 못하고 죽어갔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임금은 그 즉시 이발사에게 죽음의 벌을 내렸다.
임금과의 약속을 저버린 죄로 죽음을 불러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때 바닷가의 갈대가 수다스럽게 입을 열어 바람에게만 전하지 않았더라도, 그 소문이 온나라 안에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부터, 갈대와 바람이 서로 만나기만 하면,
서로가 고개를 흔들면서 그 때의 잘못을 자기의 책임이 아니었다며 핑계를 댔다고 한다.
그 때부터, 사람들은 바닷가의 그 숲을 갈대숲이라 불렀다.

뿌리는 한방 및 민간에서 노(蘆) 혹은 노근(蘆根)이라 하여 자양·홍역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