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달맞이꽃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태양 신(神)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미모의 아가씨가 있었다.
이곳의 부족은 태양신을 숭배하여 주로 낮에 활동을 했는데 무척 강인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로즈만은 낮보다 시원한 밤을 좋아했고 태양보다도 달을 더 좋아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축제가 벌어지는데 밤이 되면 큰 행사가 벌어진다.
15세된 처녀들이 곱게 단장을 하고 한 줄로 늘어서 있으면 총각이 한 사람씩 나와서 마음에 드는 처녀를 골라 결혼을 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규율이 정해져 있었다.
총각 중에서도 전쟁에서 적을 많이 죽였거나 평소에 많은 사냥을 해 오는 사람, 또는 부락에 공이 큰 총각부터 마음에 드는 처녀를 먼저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막 14세된 로즈는 축제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년에는 로즈도 시집을 가야 했다.
‘나는 누구에게 시집을 가게 될까?’
로즈는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는 추장의 작은아들인데 멀리 떨어진 형제 부족의 추장집에서 5년동안 교육을 받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오늘의 축제에서 결혼하려고 이렇게 달려왔는데 한발 늦은 것이오.”
밝게 웃는 청년을 바라 본 순간 로즈는 그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튿날 밤 달을 구경하고 있는 로즈에게 또다시 추장의 아들이 찾아왔다.
태양보다 달을 더 좋아하는 로즈의 눈에는 추장의 큰아들은 태양이요, 작은 아들은 달로 여겨졌다.
“당신은 싸움도 사냥도 모두 뛰어나시군요.”
그 후로 밤이 되어 달구경하는 로즈의 옆에는 추장의 작은아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어느덧 해는 바뀌어 또다시 축제의 날이 되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많은 음식이 나왔다.
축제는 무르익어 가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로즈는 예쁘게 꾸미고 나갔다.
“틀림없이 용맹하고 멋있는 추장의 작은아들이 상냥하게 웃으며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아줄 것이다.‘
로즈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놀랍게도 추장의 아들은 로즈 옆에 서 있는 다른 처녀를 데리고 가 버렸다.
로즈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을 때 다른 남자가 다가와서 로즈의 손을 잡았다.
“안돼. 나는 그럴 수 없어.”
로즈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규율에 의하여 병사들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 왔다.
“신랑을 거절한 로즈를 귀신의 골짜기로 추방하도록 하여라.”
노한 추장의 명령에 따라 마을사람들은 로즈를 마을에서 떨어진 먼 곳으로 데려갔다.
“쯧쯧 저렇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낮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고 밤이면 온갖 짐승들과 귀신이 들끓는 골짜기에서 혼자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그러게 말일세. 저렇게 버려두고 돌아가는 우리 마음도 편치만은 않구만.”
로즈는 밤이면 달을 쳐다보고 하염없이 울면서 사랑하는 추장의 작은아들이 찾아와 주기를 고대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다시 해가 떴다.
곱기만 하던 로즈의 얼굴은 차츰 여위기 시작했다.
더구나 낯설고 무서운 곳에 혼자 버려진 불안감으로 시달리던 로즈는 감기와 심한 고열로 고생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났을 때 추장의 작은아들은 문득 로즈를 생각했다.
‘아, 나 때문에 귀신의 골짜기로 추방된 불쌍한 로즈여.“
다시 축제가 축제가 벌어질 무렵 추장의 작은아들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그곳을 찾아갔다.
‘이렇게 높고 낮은 바위와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골짜기는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구나.
가엾은 로즈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로즈! 로즈! 그대를 찾아 내가 왔소. 대답해 보시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만 추장의 아들은 희미한 달빛에 한 송이 꽃을 보았을 뿐이었다.
추장의 작은아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로즈가 죽어서 한 송이 꽃이 된 것이었다.
로즈는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듯 밤이면 달을 보고 피어났다.
이 꽃이 바로 달맞이꽃인데 로즈가 사랑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죽었듯이 달맞이꽃도 2년을 살고 죽는다.

훗날 달맞이꽃은 가로변 등에 심어 관상하며 종자를 채취하여 기름을 짜는데 이를 월견초유(月見草油), 혹은 달맞이꽃기름이라 하여 한방·현대 의학에서 고혈압·감기·신장염·인후염·해열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