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한강을 건너기에 편한 배다리에 관한 어제 《주교지남》의 내용 1

[조선 정조]한강을 건너기에 편한 배다리에 관한 어제 《주교지남》의 내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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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舟橋]의 제도를 정하였다. 상이 현륭원(顯隆園)을 수원(水原)에 봉안하고 1년에 한번씩 참배할 차비를 하였는데, 한강을 건너는 데 있어 옛 규례에는 용배[龍舟]를 사용하였으나 그 방법이 불편한 점이 많다 하여 배다리의 제도로 개정하고 묘당으로 하여금 그 세목을 만들어 올리게 하였다. 그러나 상의 뜻에 맞지 않았다. 이에 상이 직접 생각해내어 《주교지남(舟橋指南)》을 만들었는데, 그 책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배다리의 제도는 《시경(詩經)》에도 실려 있고, 사책(史冊)에도 나타나 있어 그것이 시작된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역이 외지고 고루함으로 인하여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한가한 여가를 이용하여 부질없이 아래와 같이 적었다. 묘당에서 지어 올린 주교사(舟橋司)의 세목을 논변(論辨)하고 이어 어제문(御製文)을 첫머리에 얹혀 《주교지남》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1. 지형이다. 배다리를 놓을 만한 지형은 동호(東湖) 이하에서부터 노량(露梁)이 가장 적합하다. 왜냐하면 동호는 물살이 느리고 강언덕이 높은 것은 취할 만하나 강폭이 넓고 길을 돌게 되는 것이 불편하다. 빙호는 강폭이 좁아 취할 만하나 남쪽 언덕이 평평하고 멀어서 물이 ??1척만 불어도 언덕은 10척이나 물러나가게 된다. 1척 정도 되는 얕은 물에는 나머지 배를 끌어들여 보충할 수 없으므로 형편상 선창을 더 넓혀야 하겠으나 선창은 밀물이 들이쳐 원래 쌓은 제방도 지탱하지 못하는데 더구나 새로 쌓아서야 되겠는가. 건너야 할 날짜는 이미 다가왔는데 수위의 증감을 짐작하기 어려워 한나절 동안이나 강가에서 행차를 멈추었던 지난해의 일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또 강물의 성질이 여울목의 흐름과 달라서 달리는 힘이 매우 세차고 새 물결에 충격을 받은 파도가 연결한 배에 미치게 되므로 빙호는 더욱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 몇가지 좋은 점을 갖추고 있으면서 이들 몇가지 결함이 없는 노량이 가장 좋다. 다만 수세가 상당히 높아 선창을 옛 제도대로 쓸 수 없는 점이 결점이다. 이것 역시 좋은 제도가 있는만큼 【아래 선창교(船槍橋) 조항에 보인다.】 염려할 것은 없다. 이제 이미 노량으로 정한 이상 마땅히 노량의 지형을 살피고 역량을 헤아려 논의해야 하겠다. 2. 물의 넓이이다. 선척의 수용을 알려면 반드시 먼저 강물의 넓이가 얼마인가를 정해야 한다. 노량의 강물넓이가 약 2백 수십 발이 되나 【발은 기준이 없으나 일체 지척(指尺) 6척을 한 발로 삼는다.】 강물이란 진퇴가 있으므로 여유를 두어야 하니 대략 3백 발로 기준을 삼아야 한다. 배의 수용 숫자를 논하는 데는 그 강물의 진퇴에 따라 적당히 늘이고 줄이는 것이 실로 무방할 것이다. 3. 배의 선택이다. 지금의 의견에 의하면 앞으로 아산(牙山)의 조세 운반선과 훈련 도감의 배 수십 척을 가져다가 강복판에 쓰고 양쪽 가장 자리에는 소금배로 충당해 쓰겠다고 하나, 소금배는 뱃전이 얕고 밑바닥이 좁아서 쓸모가 없다. 그러므로 5개 강의 배를 통괄하여 그 수용할 숫자를 헤아리고, 배의 높낮이의 순서를 갈라 그 완전하고 좋은 배를 골라 【모두 아래에 보인다.】 일정한 기호를 정해놓고 훼손될 때마다 보충하며 편리한 대로 참작 대처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4. 배의 수효이다. 여러 가지 재료에 【종량(縱樑)과 횡판(橫板) 등이다.】 드는 경비를 알려면 반드시 배의 수효를 먼저 정해야 하고, 배의 수효를 정하려면 반드시 먼저 배 하나하나의 넓이가 얼마인가를 헤아려야 한다. 가령 갑이란 배의 넓이가 30척이 된다면 【5발로 계산한다.】 을이라는 배의 넓이는 29척이 되며, 병과 정의 배도 차례차례 재어서 등급을 나누어 연결하고 통틀어 계산하여 강물의 넓이 1천 8백 척에 【3백 발로 계산한다.】 맞춘다면 선척이 얼마나 수용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각종 재료의 경비도 또한 이를 미루어 추정할 수 있다. 지금 경강(京江)에 있는 배의 넓이를 일체 30척으로 【만약 5발에 차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 척수에 따라 배의 수를 더해주어야 한다.】 계산한다면 강물의 넓이 3백 발 안에 60척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5. 배의 높이이다. 대개 배다리의 제도는 한복판이 높고 양면은 차차 <중략>
• 출처 : 『조선왕조실록』 정조 14년 07월 01일(기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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