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화상이 문수동자의 경책을 듣다

환우화상이 문수동자의 경책을 듣다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신앙설화

• 주제 : 신앙
• 국가 : 한국
• 시대 : 조선
• 지역 : 강원도
• 참고문헌 : 문수성행록

이조 중엽에 금강산에 환우(幻愚)화상이 있었는데 문하에는 수많은 대중이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서울 사는 어떤 대감이 금강산을 구경하다가 환우화상을 만나고, 그들이 검소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크게 느낀 바 있어 환우화상에게, 「한번 서울에 오시어서 내 집에 다녀가시오.」하고 간청하였다. 다녀간 뒤에 대중은 그 소식을 듣고 화상에게 여쭈었다.
「노스님께서 서울 대감댁에 한번 오시면 우리의 어려운 생활에 얼마쯤 도움이 될 줄 생각합니다.」 화상은
「산에 있는 중이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생기는 대로 먹고 지내지, 시주의 것을 바라는 것이 옳지 못하다.」
고 생각하였으므로 대중의 청을 듣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대중이 여러 번 간청하므로 마지 못하여 하루는 길을 떠나 서울까지 가서 그 대감댁을 찾아갔다.
대감은 환우화상이 찾아온 것이 하도 반가워서 상좌에 맞아들이고, 그 동안 막혔던 회포를 말하였다. 그리고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차담을 마련하라고 이르고 있었다.
대감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 벽장문이 열리면서 삼척동자가 나오더니 큰 소리로 타이르는 것이었다.
「환우 노장 ! 금강산에는 솔잎도 없소? 풀뿌리거나 솔잎이거나 닥치는 대로 배를 채우면 그만이지,
그 밥그릇을 떠났단 말이오!」
하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화상은 생전 처음으로 시주를 찾아온 것이 한없이 미안하던 차에 동자의 형상 없는 방망이를 맞고는 홀연히 깨닫고 곧 일어나서 금강산으로 돌아왔다.
대중은 화상의 말씀을 듣고, 화상의 일평생 청렴한 마음을 문수동자가 알고 경책한 것이라 생각하고화상의 도덕을 못내 우러러보았다.
안방에서 나온 대감은 화상이 떠난 것을 알고, 도인을 접대하여 본 경험이 없는 자기의 태도가 화상의 마음에 어긋나지 않았는가 생각하여, 미안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 해마다 철을 맞추어 쌀과 옷감과 수도에 필요한 도구를 말에 실어서 금강산으로 보냈다 한다.

<문수성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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