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에서 구원받은 아쟈타샤츠와의 기쁨

고뇌에서 구원받은 아쟈타샤츠와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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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대락경 第17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靈鷲山)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실 때의 일이다. 왕사성 주인 아쟈샤츠왕은 전신에 종기가 생겨서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나므로 아무도 왕을 접근하려고 들지 않았다. 일국의 대왕이 어째서 저런 흉한 병에 걸렸는가, 하고 신하들은 의심을 하고 있었다.
왕의 성질은 원래가 포악하여 살해를 좋아하고, 남을 몹시 욕하고 또한 그의 마음은 항상 화를 내거나 잔소리만 하는 아주 전형적인 악인의 대표자였다.
같은 무리는 역시 그 무리에 합친다는 말과 같이 왕은 항상 악질적인 부하들을 모아놓고 무엇이나 향락주의며, 언제나 자기 중심으로 사물을 취급하여 그 문제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현재의 욕망과 명예를 위해서 부왕을 살해하는 등 인의에 어긋난 큰 죄를 범했던 것이다.
그러나 더러운 땅 속에 황금이나 금강석이 파묻혀 있는 것과 같이 이 포악무도한 폭군의 마음속에도 선심의 눈은 있었던지라 부왕을 살해한 후부터는 양심의 가책에 못 이겨 밤낮으로 스스로를 책망하고 영락(瓔珞)도 벗어버리고, 또한 시녀들이 타는 음악도 중지시키고, 자기방에 틀어박힌 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마음의 고통으로 종기가 생긴 것이다. 병은 마음으로부터라고 하지만 왕의 병은 순전히 마음의 고통의 그 원인이었다. 왕의 마음속은 비통한 가책이 있고 몸이 헐어서 그야말로 생지옥의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현세의 과보(果報)가 이제 끝나고 머지 않아 지옥의 고과(苦果)를 받게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친을 살해한 포악무도한 자식이지만 어미로서 현재 내 자식이 병고를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왕의 모친인 위제(韋提) 부인은 약이라고 하는 묘약을 사방에서 구해다가 매일 발라 주었지만 바르면 바를수록 헌데는 더욱 더 심할 뿐 그 고통은 더하면 더했지 나을 줄을 몰랐다.
『어머님, 나의 병은 마음에서 생긴 것이니 외과 수술이나 바르는 약으로서는 도저히 낫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이병이 외과적인 치료로서 낫는다면 그야말로 천하의 기적일 것입니다.』
하며, 왕 자신은 자기의 병은 현세에서는 도저히 구함을 받을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단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측근에 있는 가신들은 대왕의 병을 근심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겟쇼오라고 하는 대신이 대왕의 문병차 등성하여,
『대왕, 어찌하여 그토록 침울하게 하고 계십니까? 안색도 퍽 나쁘시온데 몸이 불편하십니까, 아니면 마음에 근심이라도 계시옵니까?』
하고 위로했다.
『나는 지금 심신 모두 고통스럽소. 이 고통은, 죄 없는 부친을 살해한 벌 인 줄 아오. 언제인가 나는 지자(知者)로부터 다섯 가지의 역죄 즉, 부친 살해, 모친 살해, 아라한 살해, 불신(佛神) 출혈, 파화합승(破和合僧) 등을 범한 자는, 모조리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을 들었소. 생각하면 나는 이 가공할 역죄를 중범(重犯)했으니, 현재 이 고통을 받는 것은 아전인수격이라고 나는 단념하고 있소.』
『그러하오나, 과히 염려하실 것은 못됩니다. 인간이랑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이 없는 법입니다. 대왕의 말씀대로 五역죄를 범한 자는 지옥의 고통을 받는다고 하지만, 누가 지옥에 가서 확인한 것도 아닙니다.
결코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러한 허무한 소리는 지혜있는 자들의 심심풀이 농담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어떠한 약의 명약도 왕의 병을 고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다행히도 지금 성 밖에 푸라나라고 부르는 명의가 있습니다. 한 번 보심이 어떠하올는지요. 그의 말에 의하면 결코 선약의 갚음이란 없다고 하옵니다.』
『경이 말하는 것처럼 나의 이 괴로움과 고통을 제거해 준다면 푸라나의 말도 믿고, 귀의(歸依)는 하겠소만…….』
대왕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 것을 눈치챈 겟쇼오 대신은 왕에게 강요는 하지 않았으나 자기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왕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어전을 물러 나왔다.
그 다음날에는 토쿠죠오라고 하는 대신이 대왕의 병 문은을 드리려고 어전에 나타났다.
왕은,
『오―, 경이 와주었구려. 나는 무식하고 바보였기에 악우(惡友)들과 친하고 데바닷다의 감언에 속아 정법(正法)을 전하는 성자에 반항하고 세존을 살해하려고 했소. 나는 언젠가 세존께서, 「부모나 부처, 그리고 그 제자들에게 악심을 품고 독스러운 해를 가하는 자는 아비(阿鼻)의 과보(果報)를 틀림없이 받는다.」
라고 말씀하신 것을 지금도 마음 곳 깊이 간직하고 있으나, 내가 지금까지 해 온 행위를 조용히 돌이켜 보면, 나는 이 고통에서 면할 수가 없소. 나의 이 고통은 아무리 유명한 명의라도 고칠 수가 없소.』
『그러하오나 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사옵니다. 대체로 법에는 출가법과 왕법(王法)의 두 가지가 있어, 왕법으로 말하자면 아비를 살해한 것은 역죄라고 하지만 실은 죄가 안되옵니다. 카라라라고 하는 벌레는 어미의 배를 뚫고 나온다고 하는데 부왕을 해친 것도 그것과 같사옵니다. 치국(治國)의 법으로 말씀하자면 아비나 형을 해쳐도 국가를 위해서라면 결코 죄가 아니되옵니다.
그러나 출가법이란 모기나 파리 같은 작은 벌레일지라도 그 생명을 끊으면 살생죄가 되는 것이옵니다. 신의 친구 막칼리 고사라 라고 하는 지자(知者)의 말에 의하면 모든 생명체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 고(苦), 악(惡),수명(壽命)의 일곱 가지로 성립되어 있으며 그 일곱 가지는 검으로도 해칠 수 없기 때문에 세상에는 해치는 것도 살해당하는 것도 없다는 철학으로서 인간에게는 죄악이 없다고 하옵니다. 대왕께서도 한 번 그 지자(知者)를 보시고 지금까지의 죄를 속멸하심이 어떠하옵니까?』
『그 철인지자(哲人知者)와 만나서, 이 병이 낫는다면 더할 것이 없겠소만…….』
대왕은 토쿠죠오 대신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박정하게 대답하니, 토큐죠오 대신도 하는 수 없이 어전을 물러 나왔다.
그 후 매일 같이 짓토쿠, 짓치키, 킷토쿠, 무쇼이 등 여러 대신들이 번갈아 문병을 와서는 대왕의 중죄 소멸법에 관해서 여러 가지로 진언을 했으나 대왕은 신하들의 충언에 사의를 표했을 뿐, 법을 들어야만 하겠다고 신하들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에 인도 제 一의 명의라고 불리우던 지바카가 대왕을 방문하고,
『대왕, 안면하실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대왕은,
『영원히 마음의 고통을 털어버리고, 현세의 집착적인 병이 물러간다면, 편히 잘 수 있다.
거대한 깨달음의 도(道)를 체득(體得)하고, 깊은 어법을 할 수 있는 몸이라면 편히 잘 수 있다.
이 몸에 모든 악업(惡業)도 없고 또 이 입에 네 가지의 죄가 물러가고, 이 마음에 의심이 없어진다면 편히 잘 수 있다. 심신 모두 고통이 없고, 조용한 곳에 안주(安住)하며, 무상락(無上樂)을 얻는다면 편히 잘 수 있다.
마음의 집착을 버리고, 원한의 적개심을 버리고, 영원한 평화를 얻는다면 편히 잘 수 있다.
이 몸이 악업을 범하지 않고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편히 잘 수 있다. 부모를 존경하고 생명체를 귀중하게 알고, 남의 재보를 훔치지 않는다면 편히 잘 수 있다.
넓은 세상에 오직 혼자만이 편히 잠을 얻을 수 있는 자는 떠나가시는 부처님과, 어린아기와 같은 사랑을 가진 종생을 원하는 자비한 자 뿐이다.
악업을 첩첩이 범하고 악우(惡友) 패들과 친하고, 폭음폭식을 한 이 몸은 영원히 편히 자지 못할 것이다.』
라고 읊었다. 그리고
『지바카야, 나는 지금 중태에 빠진 몸이다. 정법(正法)을 가지고 이 나라를 다스리던 부왕을 살해한 포악 무도한 나는 어떤 명의의 치료를 받아도 이 현세에서는 도저히 구함을 받지 못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대왕께서 범하신 중죄에 대해서 그토록 회개하신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대성(大聖) 석존은 두 가지 설법으로 세인(世人)을 구제 하십니다. 첫째는, 「참(慙)」인데, 스스로 죄를 만들지 않는 것을 말하며, 둘째는, 「괴(愧)」로서 남을 가르쳐서 깨닫게 하고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음속으로 깊이 뉘우치고 그 죄를 고백하는 것을 참괴(慙愧)라고 합니다. 이 참괴심이 없는 자는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또한 세존의 설법에 의하면 지혜를 가진 자 중에는 두 종류가 있으며 그 하나는 여러 가지 나쁜 짓을 범하지 않는 것이며, 다음의 하나는 악을 저질러도 참회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우자 중에도 악을 저지르는 자와 그 악을 가지고 있는 자의 두 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악을 범해도 곧 참회하고 두 번 다시 악을 범하지 않으면 그 죄는 지워진다는 것입니다.
탁수(濁水)도 명주(明珠)를 만나면 탁함이 없어지고 맑아진다. 검은 구름이 벗겨져 없어지면 달빛은 맑고 밝게 비친다. 악업(惡業)도 참회함으로써 구름과 같이 없어지리.
작은 물도 만물을 잘 태움과 같이 소선(小善) 또한 대악(大惡)을 물리치리.
대왕마마, 참회의 공덕은 이와 같이 진실로 위대한 것입니다.』
대의(大醫) 지바카의 말은 계속되었다.
『대왕마마, 가비라 성주인 슛도나왕의 태자 구돈 싯다르타는 아무런 스승의 가르침도 받지 않고 고행수련(苦行修練)한 끝에 우주의 진리를 체득했고 三十二상(相), 八十 종호(種好)의 훌륭한 상을 가진 몸으로서 시방(十方)을 구비하고 계시며 대자비심으로 모든 생명류(類)를 위하심은 마치 자기 자식인 라후라를 사랑하는 것과 같으며, 그 나라 국민들은 송아지가 어미소를 따르는 것처럼 그를 따르고 있습니다. 자비심뿐만 아니라 그의 지혜는 수미산처럼 높으시고, 또 넓고 깊으신 그의 사상은 바다와 같으며 모든 사람들의 죄악을 소멸시켜 주십니다.
그와 같이 위대한 성자는 현재 여기서 백二十리 떨어진 쿠시나라성의 사라쌍수(樹) 아래서 깊은 법문을 설교하고 계십니다. 대왕께서는 성자에게 가서 중죄를 소멸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몸도 불편하신데 죄송하오나, 조그만 더 신의 말씀을 들어주십시요.
三十三천의 대왕이라고까지 불리우던 제석천왕(帝釋天王)은 자기의 수명이 다되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 입고 있던 천의(天衣)는 때가 묻어 더럽혀지고 머리에 쓴 꽃가발은 시들고 몸에서는 더러운 냄새가 나고, 양쪽 겨드랑이에서는 땀이 나오는 등 보기에도 딱한 상(相)이 되었습니다. 제석천왕은 이 죽음의 표징인 쇠상(衰相)을 없애려고 불도(佛道) 수행자, 또는 바라문 등을 불러놓고 염불을 했으나 결코 그들의 힘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천왕의 배하에 한샤시라고 하는 천자가 있었는데 그는 천왕에게,
「천왕, 건달파왕에게 수발타라고 하는 아름다운 천녀(天女)가 있는데 그 천녀를 저에게 주신다면 천왕의 쇠상(衰相)을 물리칠 수 있는 곳을 알려 드리지요.」
라고 말하니,
「무엇! 나의 쇠상(衰相)을 퇴치해 주는 곳을 알려 준다고? 그렇다면야 그 천녀 뿐만이 아니라 내가 언제나 극진히 사랑하고 있는 비마싯타 아수라왕(阿修羅王)의 딸, 샤시까지도 너에게 줄테니 꼭 좀 알려다오!」
「그러하시다면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지금 왕사성에 계시는 석가모니 세존입니다. 그 성자라면 천왕의 쇠상을 소멸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의 설법을 들어보십시오.」
「고맙다. 그럼 당장에 가서 교시를 받아야지.」
하며 즉시 왕사성의 영취산(靈鷲山)으로 세존을 방문했다.
「성자여, 도대체 누가 천자를 속박하는 것이요?」
「제석, 그대의 질투심과 욕심이 그대 자신을 속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가공한 마음들은 어디서 생기는 것이오?」
「그 마음의 근본은 의심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그 근본인 의심을 제거하면 그 지엽(枝葉)인 질투심이나 욕심은 자연히 소멸되겠지만 그러나 나에게는 그러한 근본이 되는 의심은 전혀 없습니다.」
「근본이 되는 의심이 없다고? 그것 참 잘됐군, 그러면 현세의 생명에 집착하지 말고 부처의 지혜를 열심히 찬양하라. 반드시 너의 쇠상은 없어질 것이다.」
라고 제석천왕에게 가르쳐 주었다. 대왕, 세존의 가르침을 받은 제석은 그 자리에서 오쇠(五衰)의 상(相)이 소멸되어, 몹시 기뻐하며 세존의 주위를 세 번 돌고 합장하면서,
「세존, 저는 지금 현세에 속박되었던 생명은 죽고 진실로 자유의 생명으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저는 새로운 생명이 다시 살아난 것을 깊이 감사 드립니다. 세존, 모든 생물도 어떻게 하면 수명이 길어지겠습니까?」
「제석, 인간이나 제천(諸天)이나 모두가 서로 싸우려고 버티니까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첫째 모든 사람들은 서로 화해하고 존경해야 한다.」
「저는 오늘부터 그 싸움을 그만 두겠습니다.」
하고 제석천왕은 세존의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세존의 가르침으로 쇠상(衰相)의 고통을 받고 있던 제석천왕은 그 고통이 소멸되어 본거(本居)인 희견성(喜見城)으로 돌아갔다는 위대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실례가 있는 한 대왕의 중죄도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힘을 가지신 성자 세존이 반드시 소멸시켜 주리라고 확신합니다.
대왕께서도 아시다시피 한 때의 대악인(大惡人)이었던 살바달다(一多)가 발정기(發情期)에 있는 큰 코끼리를 이용해서 세존을 밟아 죽이려고 했지만, 술취한 그 코끼리는 세존을 보자마자 취기가 깨고 온순해졌습니다.
세존께서는 그 코끼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설법을 하시니 그 코끼리의 악심(惡心)은 물러가고 선심(善心)이 생겼습니다. 짐승조차 세존을 보면 그 업과(業果)를 파괴해 버릴 수 있는데, 하물며 인간인 이상 반드시 소멸할 것입니다. 대왕마마, 원컨대 가마에 몸을 싣고서라도 한 번 꼭 사라쌍수 밑에 가셔서 지성으로 세존의 소설(所說)을 들으시옵소서.』
대의(大儀) 지바카는 세존의 공덕과 위대한 인격에 관하여 몇 가지 사실을 들어 말하고 대왕에게 세존의 가르침을 받아 중악업을 소멸하도록 진언했다.
『지바카, 고맙다. 청정(淸情), 조유(調柔), 무빈(無貧), 무뇌(無腦)하신 세존의 훌륭한 덕을 비로소 알겠다. 그러나 내 몸은 악업(惡業)의 여러 가지 실오라기가 얼켜 있어서 몸은 더러워지고 마음은 흩어졌으며, 이미 지옥에 빠지려고 한다. 악(惡)과 더러움에 찬 악업(惡業)의 몸인데, 자네가 권하는 것은 알겠으나 부끄러움과 공포 때문에 갈 수가 없네. 또한 부끄러움을 참고 간다고 하더라도 세존께서는 만나 주시지 않을 것이고 말씀도 안 하실 것이다.』
하며 아쟈타샤츠 왕은 한탄했지만 그 실은 세존에게 가서 이 고통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중악업을 돌이켜 생각하면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때 허공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이 들려왔다.
『바야흐로 무상(無上)의 불법(佛法)은 쇠진(衰盡)하려고 한다.
바야흐로 무상 불법의 강물이 마르려고 한다. 대법(大法)의 등불도 바야흐로 꺼지려고 한다.
법산(法山)은 무너지고 법선(法船)은 침몰하고, 법교(法橋)는 끊어지고 법탑(法塔)은 쓰러지고,
선우(善友)는 떠나고 대공포가 들이 닥치려고 한다.
법에 굶주려 역병(疫病)은 유행하고, 암흑은 가까워지고 악마만이 기뻐 날뛰는 날이 가까워졌다.
바야흐로 부처님께서는 열반의 산에 들어가시려 한다.
바야흐로 광명과 어둠, 평안과 위험은 서로 헤어지려고 한다.
불타(佛陀)가 이 세상을 떠나면 대왕의 중악은 고칠 수가 없을 것이니, 대왕은 어서 불소(佛所)에 가서 세존에게 구(救)하라. 세존께서는 대자비의 손을 내밀어, 그대의 중고(重苦)를 제거하여 줄 것이다.』
이 장엄한 말을 들은 대왕은 겁에 질려 바람에 흔들리는 파초 나무와 같이 온 몸이 떨렸다. 그러면서도 대왕은 하늘을 쳐다보며,
『모습도 안 보이고 목소리만 내는 그대는 누구요?』
하고 물었다.
『아쟈타샤츠야, 나는 너의 아버지 빈파사라다. 너는 충신 지바카의 권고를 따르도록 할 것이며 사신(邪臣)들의 말은 듣지마라.』
자기가 살해한 부왕의 자훈(慈訓)을 들은 아쟈타샤츠왕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졸도를 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피부의 생긴 상처의 아픔은 더욱 더하여지고 악취도 더욱 많이 났다.
그런데, 중신들은 왕의 고통을 없애려고 냉(冷)한 약을 발랐으나 그 약을 바르니 고통은 더욱 더하여질 뿐이었다.
밧디 강변의 사라쌍수 밑(樹下)에 계시던 세존은 쌍림 사이로 아쟈타샤츠 왕이 심신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시고 대중들에게,
『나는 아쟈타샤츠 왕을 구제하기 위하여 좀 더 이 세상에 머물겠다.』
고 하시니 카샤파(迦葉)인 제자들은,
「세존께서는 무엇 때문에 아쟈타샤츠 왕 한 사람의 구제를 위하여 이 세상에 머물겠다는 것일까? 좀 더 넓게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머무르시지 않고.」
하며 의심을 했다. 그러나 세존은,
「이 대중들 중에는 내가 반드시 열반에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자는 없지만 아쟈타샤츠 왕만은 내가 입멸(入滅)한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의 오해를 풀어 줌과 동시에 부처는 항상 이 세상에 계시며 모든 것을 구제해 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또 한편으로는 모든 생명체도 부처가 될 수 있는 본성(本性)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려 주어야 하겠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넘쳐흐르는 자비심으로 월애삼매(月愛三昧)에 들어가셔서 몸으로부터 대광명을 비치셨다. 이 광명은 사람들의 게으름이나 분노 등의 마음의 고통을 파멸시키는 광인데, 그 광이 세존의 가슴에서 비치었다. 이 청정(淸淨) 미묘한 광명은 멀리 왕사성에 있는 아쟈타샤츠 왕의 몸을 비치었다. 그러자 오랫동안 고통을 주고 있던 왕의 두드러기 병은 그 광명으로 당장에 없어지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번뇌도 씻은 듯이 없어졌다.
『지바카야, 네 병이 완쾌되었다. 언젠가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세상의 종말이 오면 하늘에 세 개의 달이 나타나고 모든 생명체의 고통의 제거된다고 했는데 세상의 종말도 아닌데 이 큰 광명은 어디서 온 것이냐?』
『대왕이여, 이 광명은 세상의 종말에 나타나는 세 개의 달도 아니며, 또한 화(火), 일(日), 성숙(星宿), 약초(藥草), 보주(寶珠), 천광(天光)등의 광명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가 보낸 광명(光明)이란 말인가?』
『이것은 천중(天中)의 천(天), 불타 세존께서 보내신 광명이며, 한량없는 광임에도 청(靑), 황(黃), 적(赤), 백색(白色) 등의 색채가 없고 또한 사람이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천중천(天中天)은 무슨 일로 이 광명을 보내셨단 말인가?』
『이 서상(瑞相)은 대왕(大王)을 위해서 특별히 보내신 것입니다. 먼저 대왕께서는 어떤 명의(名醫)도 그 병을 고칠 수 없다고 말씀하셨기에 우선 광명을 보내서 상처를 치유한 다음에 마음의 고통을 없앤 것입니다.』
『지바카, 그러면 세존께서는 나의 이 몸을 생각하고 계시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가령 여기에 일곱 명의 자식을 가진 어버이가 있다고 하면 물론 어버이의 사랑은 평등하지만 그 중의 한 명이 병으로 고생하면 특히 그 아이에게 자비심이 더 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세존께서도 모든 생명체를 평등하게 사랑하십니다만 그 중에서도 죄를 지은 자나 헤매는 월애삼매(月愛三昧)속에서 보내신 자비의 광명이옵니다.』
『그러냐 정말로 황송하구나. 듣건데 세존은 악인과는 같이 있지도, 앉지도, 머무르시지도 않고 말도 안 하신다고 하는데 나 같은 포악무도한 놈은 어찌하면 세존에게 배알(拜謁) 할 수 있겠는가?』
『목 마른자가 샘을 찾고 있는 것 같은 마음으로 세존을 배알하면 갈증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행히도 내일은 길일(吉日)이니 세존을 방문하여 감사를 드리고 가르침을 받아야 하겠다.』
『대왕이여,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곧 가심이 좋을 듯 합니다. 불교에는 좋은 날이니 길진(吉辰)이니 하는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에게 죄를 씻고자 할 때가 가장 좋은 날인 것입니다.』
지바카의 자상한 설명을 들은 왕은 대광명이 비친 이유도 알게되고, 대자비하신 세존에게 배알하는 마음가짐도 얻을 수 있었다. 왕은 이제야 안심하고 키츠쇼오라고 하는 신하를 불러 세존을 방문할 만반의 준비를 명하셨다. 왕은 왕비와 함께 많은 거상(巨象)이 끄는 훌륭한 가마를 타고 부하 十八만기(萬騎)를 앞뒤로 하고 마갈타국의 궁성을 출발했다.
사라쌍수 밑에 계시던 세존은 주위의 대중에,
『모든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들어간다는 것은 선우(善友)의 힘이다. 아쟈타샤츠 왕 같은 포악무도한 국왕도 선량한 지바카 신하의 진언을 듣지 않았더라면 내달의 七일에는 반드시 죽어서 아비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선우(善友) 지바카에 의해서 구함을 받았으니 좋은 지식인 것이다.』
라고 가르치셨다.
세존의 이 가르침의 음성을 길도 중에서 들은 대왕은 갑자기 마음에 공포를 느끼며,
『지바카야, 나는 웬지 아직도 결심이 안 되는군. 자네가 타고 있는 코끼리에 나를 태워주게. 그리고 만약에 내가 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나를 꼭 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게.』
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세존은 또 대중을 향해서,
『아쟈타샤츠 왕은 아직도 마음속에 의심을 가지고 있다. 내 지금 그의 마음을 결정하도록 해주지.』하고 말씀하셨다.
이윽고 사라쌍수 밑에 도착한 대왕은 三十二상 八十종호(種好)의 미묘하고 숭고하신 세존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이 때 세존은 여덟가지의 음성으로,
『대왕, 대왕.』
하고 부르셨다. 아쟈타샤츠 왕은 그 음성을 듣고 四방을 두리번 거리며,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대왕인가. 나는 이미 중죄를 범한 복(福)과 덕(德)이 없는 인간인데, 세존께서 나를 대왕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또,
『아쟈타샤츠 왕?』
이라고 세존이 부르셨다.
세존의 부름을 확실히 들은 대왕은 기뻐하며,
『세존, 역죄에 역죄를 범한 나를 불러주시니 고맙기 이를데 없습니다. 세존께서 대자비심으로 모든 생명체들을 평등하게 선인(善人)이고 악인(惡人)이고 똑같이 애호해주시는 자비하신 마음을 오늘 비로소 알았습니다. 따라서 세존에게 대한 저의 의심도 완전히 일소됐습니다.
세존, 나는 지금 세존께서 이 포악무도한 악인(惡人)인 나를 대왕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 자비로운 사랑에 충만한 한 마디를 듣고 감격의 눈물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 한 말씀은 천만 마디의 설법보다 더한 것이라고 믿고 황송할 뿐입니다. 이제 저는 완전히 심신(心身)의 고통을 벗어났습니다. 진실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를 한 아쟈타샤츠 왕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가지고 온 번개( 蓋), 향화(香華), 기악(伎樂) 등을 부처님에게 공양하고 개심함으로써 사후(死後)에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大樂經 第十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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