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다스리고 마음을 파라

몸을 다스리고 마음을 파라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잡아함경

석존께서 라자가하성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한 사람의 수행자가 밤이 으슥해서 토우프강에서 목욕을 하고 강가로 올라와서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 때 한 사람의 천인이 몸에서 광명을 발사하며 그 강기슭을 대낮같이 비추면서 수행자의 곁으로 다가와서 수행자의 몸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기를,
『수행자여, 내 말을 들으시오! 이 곳은 언덕진 무덤입니다. 밤이 되면 연기가 나고, 낮이 되면 불이 활활 타는 무덤입니다. 어떤 바라문은 이 무덤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 무덤을 부셔라. 그리고 그 안을 파 보아라」라고,
이것을 들은 어떤 지혜 있는 사람이 바라문이 말한대로 칼로 무덤을 부수고 그 속을 파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속에서 큰 거북이가 나타났습니다. 이것을 본 바라문은 또 말했습니다.
「그 거북이를 제거하고 더 파 보아라」라고,
지혜 있는 사람은 시키는대로 거북이를 제거하고 칼로 더 파헤쳤습니다. 이번에는 한 마리의 살무사가 나왔습니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그 살무사를 없애고 더 파 들어가라」고,
지혜 있는 사람은 또 칼을 휘둘러 살무사를 처치하고 파 들어가니까 이번에는 고기덩어리가 나타났습니다. 바라문은 다시 또 말했습니다.
「그 고기덩어리를 비켜놓고 더 깊이 파라」라고,
지혜 있는 사람은 또 칼로 고기덩어리를 제거하고 땅을 팠습니다. 그러니까 도살장이 나타났습니다. 바라문은 또 말했습니다.
「그 도살장을 부수고 더 파라」라고,
지혜 있는 사람은 다시 칼을 들고 도살장을 파괴하고 더 파 내려가니까 료오키라는 가시가 달린 독충이 나왔습니다. 바라문이,
「그 독충을 없애고 더 파라」
하므로 지혜 있는 사람은 또 칼로 그 독충을 죽이고 땅을 더 파냈습니다. 그러니까 그 밑에 두 길이 있었습니다.
「그 두 개의 길을 없애라.」
하고 바라문은 말했습니다. 지혜 있는 사람은 칼로 이 두 길을 없애니까 이번에는 거기에 문이 있었습니다.
「그 문을 부셔라.」
하고 바라문이 말했습니다. 지혜 있는 사람이 그 문을 부수니까 그 안에서 큰 용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바라문이 하는 말이,
「그 큰 용을 제거하면 안 된다. 제거하기는커녕 공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말했습니다.』
천인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더니 다시 수행자에게 말하기를,
『수행자여, 내가 지금 이야기한 것의 의미를 세존님께 물어 보시오. 이 이야기의 의미는 세존님 아니고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세존님으로부터 이 이야기의 의미를 듣고 자기도 다스리고 사람들에게도 풀이해 들려 주십시오.』
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그 수행자는 즉시 석존을 찾아 뵈옵고 천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상세히 말씀드리고 여쭈어 보았다.
『세존님, 언덕진 무덤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밤이 되면 연기가 나고 낮이 되면 불이 활활 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 바라문은 누구를 가르키는 것입니까? 파내는 것은 무엇을 뜻 하는 것입니까? 지혜 있는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큰 거북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한 마리 의 살무사는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고기덩어리란 무엇입니까? 도살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료오키라는 독충은 무엇입니까? 두 개의 길이란 무슨 뜻입니까? 문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큰 용이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입니까?』
석존께서는 조용한 어조로 그 이야기를 설명하시기 시작하였다.
『언덕진 무덤이란 인간의 육체를 가르키는 것이다. 우리들의 육체는 부모의 정기(精氣)를 받아서 땅, 물, 불, 바람의 네 가지 원소로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육체는 음식을 섭취하고 옷을 입교 목욕을 해서 때를 떨어뜨리고 더러움을 씻어가며 성장해 간다. 그래서 이 육체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해 간다.
그리고 최후에는 멸(滅)하고 마는 것이다. 밤이 되면 연기가 난다는 것은 인간은 밤이 되면 스스로 혼자 마음에 망상을 그리고 악업(惡業)을 계책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낮이 되면 불 탄다는 것은 낮이 되면 밤에 마음먹었던 것을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바라문은 부처님을 말하는 것이다. 발굴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가라앉혀서 전념으로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불제자(佛弟子)를 가르킨다. 칼은 지혜라는 칼을 의미한다. 큰 거북이란 우리들의 마음을 덮개같이 덮어서 수행의 방해를 하는 탐과, 진과, 수안( 眼)과, 경솔(輕率)과, 근심걱정, 고뇌(苦惱), 의 혹(疑惑)등의 잡념(雜念)을 말하는 것이다. 살무사란 노여움과 원망을 뜻하는 것이고 고기덩어리는 인색한 것을 말한다. 도살장이란 오욕(五欲)의 번뇌를 말하는 것이다. 료오키란 독충은 무명(無明)을 말 하는 것이고 두 개의 길이란 의혹(疑惑)을 뜻한다. 문은 인내를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큰 용이란 번뇌를 끊어버린 아라한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천인은 그대를 인도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비유로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이 비유와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지혜의 칼을 휘둘러 고기덩어리를 자르고 번뇌를 끊어버린다면 반드시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노천, 산속, 빈집, 숲, 암굴 등 어떠한 곳에서든지 나뭇잎, 풀잎으로 자리를 정 하고 일심으로 이 비유와 같이 사유(思惟)하고 염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씀을 마치신 석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읊으셨다.

『나의 몸은 언덕진 무덤 같아서
밤과 같이 어두운 가슴 속
낮에는 불길 치솟는 몸과 입
깨달음을 얻은 바라문이 있어서

부처님을 찾는 사람을 향하여
지혜의 칼을 휘둘러
이 무덤을 파헤치라고 권한다.
거북이의 잔등이 같이 오개(五蓋)는 덮이고

노여움과 원망의 살무사는 도사리고
인색의 고기덩이는 가로 놓이고
오욕의 도살장은 즐비하고
무명의 독충은 숨어 있으며
의혹의 길은 두 가래로 갈라지고
인내의 문은 굳게 닫힌 그 안에
열반의 경지인 아라한은 깃들다.
이 비유를 능히 풀 줄 아는 이는
오로지 부처님 뿐이로다.』

<雜阿含經第三十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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