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출가

도둑의 출가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대장엄론

어느 곳에 한 사람의 수도자가 있었는데 가끔 도둑을 맞았으므로 문을 꼭 닫고 조심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또 도둑이 와서,
『야, 문을 열어라. 문 열어.』
하고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수도자는 도둑의 목소리를 듣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보는 것이 무섭소. 제발 뒤돌아서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십시오. 그러면 문을 열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도둑은 설마 속는 줄은 모르고 손을 주머니다 넣고 뒷걸음질로 수도자의 집으로 들어왔다. 수도자는 옳지 됐다하고 도둑의 뒤에서 굵은 밧줄을 쳐서 기둥에 꽁꽁 묶어버리고 말았다.
도둑은 아차하고 생각하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수도자는 굵은 몽둥이로 힘껏 도둑을 내리쳤다.
그리고 한 번 치고는
『귀의불(歸依佛―부처에게 귀의함)이라고 말하라.』
하고 도둑에게 명했다.
도둑은 아픈 것이 두려우므로,
『귀의불.』
하고 불렀다.
수도자는 두 번째 몽둥이로 치고는 또,
『귀의법(歸依法)이라고 말하라.』
도둑은 힘껏 얻어맞고 다급히,
『귀의불.』
하고 불렀다.
수도자는 세 번 때리고,
『귀의승(歸依僧)이라고 말하라.』
하고 도둑에게 명령했다.
도둑은 이제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가까스로,
『귀의승.』
하였지만 그 목소리는 가냘프게 떨리고 있었다.
도둑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수도자는 대체 몇개의 귀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이상 더 귀의를 가지고 있으면 나는 그 때마다 몽둥이 찜질을 당해서 결국은 맞아 죽고 말 것이다. 제발 이 정도에서 귀의가 없었으면 좋겠다.〉
수도자는 도둑이 자기 말대로 순순히 귀의불 귀의법 귀의승이라고 삼귀(三歸)를 외웠으므로 밧줄을 풀러 주었다. 도둑은 비로소 용서를 받아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하도 힘차게 얻어맞은지라 아픔에 못이겨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얼마 후에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하는 말이,
『나를 출가하도록 해 주시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의 소원을 들은 수도자는,
『무슨 이유로 너는 출가를 하겠다는 말인가? 여지껏 도둑질을 일삼아 왔으면서 지금 갑자기 출가를 해서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하니 무슨 깊은 사연이라도 있는가?』
『당신은 불법의 고마움을 알고 출가를 하셨겠지요. 저도 오늘 당신 같은 덕망있고 지혜로운 분을 만나서 세 번 맞고 용서를 받음으로써 목숨만은 건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부처님은 모든 지혜로움을 가지신 분입니다. 벌써 오늘과 같은 일이 있을 줄 미리 아시고 제자분들에게 오직 삼귀의(三歸依)만을 가르치셨습니다. 만야 사귀의(四歸依)를 가르치셨다면 저는 더 얻어 맞아서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세 번만 때리고 그치신 것은 부처님이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삼귀의를 가르치신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사귀의를 설법하지 않으신 것은 물론 부처님은 모든 지혜로움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저로서는 여간 다행하고 고마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출가하고 싶은 것입니다.』
무식한 도둑은 비록 틀렸다고는 하나 제나름대로 이와 같이 해석을 하면서 착한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그는 거듭 겸손하게 다음과 같이 읊었다.

『모든 지혜로움을 가지신 부처님은,
나를 불쌍히 여기신 까닭에,
삼귀의 만을 가르치시고,
제四의 법은 안가르치셨다.

만약 제四의 법을 가르치셨다면,
나는 귀의를 못하였을 것이고,
가엾게도 매를 맞아서,
이 세상을 하직하였을 것이다.

미리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알고 계셨던,
세존 부처님이 아니었다면,
아! 그 고마움 이를데 없어라.
나 이 때문에 도둑의 마음을 버리다.

어리석은 자는 무딘 일로 매사를 해석하나,
지혜로운 자는 작은 일로도 올바름을 깨닫는다.
나는 이와 같은 일에 어두우니,
무딘 마음으로 감히 출가를 원하다.』

<大莊嚴論第六>

연관목차

1342/1978
도둑의 출가 지금 읽는 중
신앙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