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붓다와 목갈라나의 신통

사리붓다와 목갈라나의 신통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석존께서 九백九十九명의 승을 거느리고 시쓰라바쓰성에서 무열지(無熱池)로 가시던 때의 일이다.
그 못 속에는 헤일 수 없이 많은 연꽃이 피어 있었다. 그 속의 수없는 꽃잎을 달은 수레바퀴만한 연꽃 위에 석존은 앉고, 다른 승들도, 제각기 하나의 연꽃을 자기의 자리로 하고 있었다.
그 때, 사리붓타는 홀로 이 속에 끼지 않고 왕사성(王舍城)의 지리발루산(祗利跋 山) 위에서, 승원(僧園)의 많은 의복을 꿰매고 있었다.
석존은 목갈라나에게 시키셨다.
『목갈라나야, 네 친구인 사리붓타를 불러 오너라.』
목갈라나는 석존의 심부름을 받고, 즉시로 무열지의 연꽃 위에서 그 모습을 감추어 지리발루산에 있는 사리붓타 앞에 나타나,
『사리붓타야, 세존은 지금 九백九十九명의 승들과 함께 무열지에 계시다. 나는 부처님의 심부름을 받아 너를 데리러 온 것이다. 나하고 같이 곧 가다오.』
라고 말한 즉, 사리붓타는,
『목갈라나야, 내가 이 옷을 다 꿰맬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겠느냐? 다 꿰매거든 같이 가자.』
『나도 같이 꿰매자.』
목갈라나는 이렇게 말하고, 신통력을 써서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바늘로 바꾸어 사리붓타의 바느질을 도왔다.
옷을 다 꿰맨 후, 사리붓타는 목갈라나에게 말했다.
『너는 한 발 먼저 가다오. 나는 뒤따라 갈께.』
그러나 목갈라나는 듣지 않았다.
『네가 나와 함께 안 간다면 나는 강제로라도 데리고 가겠다.』
그러자, 사리붓타는 문 열쇠를 내밀며,
『목갈라나야, 신통력으로는 너를 따를 사람이 없다. 이 열쇠를 가지고 나를 끌고 가다오.』
이렇게 말한 즉 목갈라나는 그 열쇠를 가지고 잡아 끌었다. 사리붓타는 목갈라나의 힘에 못이겨 끌려가게 생겼으므로 재빨리 자신의 몸을 지암굴산에 매어달았다. 그러나 목갈라나의 힘은 세어서, 사리붓타는 지암굴산과 함께 조금씩 끌려갔다. 지암굴산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단부주( 部州)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무열지의 연꽃 위에 계신 석존과 불제자들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들은 놀라서 석존에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무열지에 살고 있는 용왕(龍王)이 이 땅을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석존은,
『승들아, 이것은 사리붓타와 목갈라나가 신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라고 대답하셨다.
사리붓타는 생각했다.
「수미산(須彌山)에 몸을 잡아 매놓아도 그는 나를 끌고 간다. 그러나 무열지 속 부처님이 앉아계신 연꽃 자리에 내 마음을 잡아 매어놓으면, 그는 더 이상 나를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자, 목갈라나는 사리붓타에게 말했다.
『사리붓타야, 나는 네게 이길 수가 없다. 이제 씨름은 그만이다. 세존께로 가자.』
『목갈라나야, 너는 한 발 먼저 가 다오. 나는 나중에 가겠다.』
그래서 목갈라나는 사리붓타보다 앞서 지리발루산에서 무열지로 돌아왔다. 돌아와 본 즉, 나중에 온다고 하던 사리붓타가 부처님 발을 정례(頂禮)하고 시치미를 떼고 앉아 있다.
사리붓타는 목갈라나를 향해 말했다.
『너는 나보다 앞서 왔는데 뭐 그렇게 늦었느냐?』
목갈라나는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승들은, 이상히 생각하고 석존께 그 이유를 물었다.
『세존이시여, 목갈라나는 불제자 중에서 신통 제일이라고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은 사리붓타에게 지게 되었습니까?』
그러자, 석존은,
『승들아! 이것은 금세(今世)만의 문제가 아니다. 옛부터 목갈라나는 사리붓타에게 이기지 못했다.』
라고 말하고, 다음과 같은 옛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 중앙인도(中央印度)에 한 사람의 화가(畵家)가 있었다. 한 번은 볼일이 있어 타국에 여행하여, 어떤 화가집에 머물렀다. 주인인 화가는 속임수로 빚 한 예쁜 여자 인형을, 아름답게 치장해서 나그네인 화가 방에 놓고 시중을 들게 했다. 나그네인 화가는 설마 이것이 만들어진 인형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름다운 처녀를 자기 옆에 보내주었다고만 생각했다.
잠시 후 저녁식사도 끝나, 그는 그 처녀를 향해,
『이리 좀 오너라. 둘이 사이좋게 얘기나 해 보자.』
라고 말을 붙였으나 그녀는 그저 잠자코 앉아 있을 뿐이다. 그는 바른 손을 뻗쳐 그녀의 손을 잡고 당겨 보았다. 그러자 고리가 끌러져 손도 몸도 산산히 흩어졌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사람이 아니고 인형이었다. 그는 인형에 대해 이런 추태를 부린 자기의 천박함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기를 이런 천박한 마음으로 만들게 한 주인의 장난을 원망했다.
『이 앙갚음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방안 벽에 목을 매어달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자기는 다락 속에 들어가 동정을 살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높이 솟았는데도 아직 나그네인 화가는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은 이상히 여겨 그 방에 가본 즉 그는 스스로 목을 매어 죽어 있었다. 방바닥을 본 즉 인형은 손도 발도 다 떨어져 산산히 흩어져 있다.
그는 깜짝 놀라며 생각했다.
「저 화가는, 인형을 진짜 여자인줄 알고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자살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당황하여 관가에 이 일을 고했다. 잠시 후 검시(檢屍)의 관원이 찾아왔다.
『새끼를 잘라 시체를 마루 위에 내려 놓아라. 참말로 목 매어 죽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네가 교살(絞殺)하였는가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원은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주인은 어쩔 수 없이 도끼를 가지고 새끼를 끊었다. 아무리 끊어도 시체는 원망하는 얼굴로 벽에 매달려 있다. 그리하여 다시 잘 보니, 그것은 진짜 시체는 아니고 벽 위에 교묘하게 그려진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것을 보고 관원은 크게 노해서 주인을 나무랐다. 그는 그림과 진짜의 구별조차 못 해낸 자신의 불참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관원 앞에 무릎을 꿇고 백배 사죄했다.
석존은 이 이야기를 끝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나그네인 화가는 지금의 사리붓타이고 속임수로 인형을 만든 주인이란 것은 지금의 목갈라나이다. 그 때부터 기교(技巧)에 있어서 목갈라나는 사리붓타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지금에도 신통에 있어서 목갈라나는 사리붓타에게는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석존은 다시 다음과 같은 옛 이야기를 하였다.
옛날, 어떤 마을에 두 사람의 화가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그 기교에 대해 자기만이 뛰어나다고 서로 고집을 부리며 싸워오고 있었다. 그들은 드디어 왕궁에 가서 왕 앞에서 자기만이 뛰어난 솜씨를 가진 사람이라고 서로 주장했다.
그러자 왕은,
『입으로 아무리 싸우고 있어도 아무 소용도 없다. 실지로 그려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이렇게 말하고, 왕궁 벽에 각기 하나의 그림을 그릴 것을 명령했다.
제 一의 화가는 즉각 준비를 해 가지고 六개월이란 시일을 걸려서 훌륭한 一면의 그림을 벽 위에 그렸다. 제 二 화가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제 一의 화가가 그린 벽의 맞은편 벽을 깨끗이 닦기만 하였다. 여기서 두 사람은 왕에게 그림을 다 그린 일을 보고했다. 왕은 군신(群臣)을 거느리고 그림을 보러 왔다. 그들은 제 一의 화가가 그린 화면을 보고,
『대단히 훌륭하게 그려졌다.』
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러자 제 二의 화가는 왕을 향해 말했다.
『부디 제가 그린 화면도 봐 주십시요.』
거기에는, 앞 벽의 그림이 거울과 같이 닦여진 벽 위에 은은히 비쳐져, 말할 수 없는 운치(韻致)를 띄우고 있다. 왕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이것은 이상한 그림이다. 저 쪽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러자 제 二의 화가는 왕 앞에 꿇어 엎드려 말했다.
『이것은 제가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저 쪽 그림이 여기에 비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저 그린 그림이 뛰어났습니까? 여기에 비친 그림이 뛰어났습니까?』
그러자 왕은,
『비친 그림이 몇배나 뛰어났다.』
석존은 옛 이야기를 하시고 말씀하셨다.
『그 때의 제 一의 화가라는 것은 지금의 목갈라나이다. 제 二의 화가는 지금의 사리붓타이다. 목갈라나는 그 때부터 기교(技巧)에 있어 사리붓타에게는 따르지 못했다. 지금도 신통에 있어서 목갈라나는 사리붓타의 적수가 아니다.』
석존은 다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 바라나시성 근처에 쇼오코와 리키타라는 두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한 번은 아주 큰 비가 내려 길은 물바다가 되어 무릎이 잠길 지경이었다. 쇼오코 선인은 이 물구덩이에 발을 헛딛어 땅에 쓰러져 들고 있던 병을 깨뜨려 버렸다.
그는 크게 성이 나「十二년 동안 비를 내리지 않는다」라고 저주했다.
바라나시왕 본쥬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인 이 일을 듣고 크게 놀랐다.
『十二년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우리들은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선인에게로 가, 그 저주를 풀어주시라고 간청했다. 선인은 아무리 해도 듣지 않는다.
『너희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줄 수는 없다. 十二년 동안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비를 한 방울도 내리지 않겠다.』
그들은 하는 수 없이 리키타 선인을 찾아가 이 일을 호소했다.
『알았다. 걱정할 것은 없다. 내가 필요에 따라서 비를 내려주마.』
라고 승낙했다. 그 선인이 말한대로 비는 때에 따라 내렸던 것이다.
또 한 번은, 어떤 일로 인해 리키타 선인은, 쇼오코 선인에게로 가서 용서를 빌었다. 리키타 선인이 쇼오코 선인의 발을 정례할 때, 쇼오코는 자기 발로 리키타의 머리 정수리를 밟았다.
리키타는 머리를 밟혔으므로 곧바로,
『내일 아침 해돋이와 동시에 쇼오코의 머리가 깨어지리라.』
라고 저주했다. 리키타가 돌아가자 쇼오코는,
『내일 아침 해가 뜨지 말거라.』
라고 저주했다. 그리하여 다음 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해가 뜨지 않는다. 세상은 암흑이다. 많은 사람들은 모두 쇼오코에게로 가서 저주를 풀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그는 듣지 않았다.
『해가 뜨면 내 머리는 박살이 난다. 어떻게 해를 뜨게 하겠는가?』
그래서 리키타도 어쩔 수 없이 쇼오코에게 맹세했다.
『흙으로 머리를 만들어 그것을 네 머리 위에 올려놔 봐라.』
쇼오코가 그대로 했더니 해는 뜨기 시작했다. 해가 뜨자마자 흙으로 만든 머리는 깨어져 버렸다. 그리하여 쇼오코는 살았다.
석존은 이 이야기를 끝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쇼오코 선인이란 지금의 목갈라나이다. 리키타 선인이란 지그의 사리붓타이다. 목갈라나는 옛부터 사리붓타에게는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석존은 또다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셨다.
옛날, 중앙인도에 상아(象牙)깎이에 솜씨가 뛰어난 사나이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상아를 깎아 울치쌀 한 말을 만들어 이것을 양식으로 삼아 바라나시국에 갔다. 그 나라에 다달아, 어떤 친지(親知) 집에 머물려고 찾아간 즉, 주인은 없고 그 부인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지고 온 상아의 쌀을 부인에게 주며,
『이것으로 내 밥을 지어주시요.』
그 부인은 이것을 받아들고,
『알겠습니다. 곧 밥을 지어드리겠으니 그 동안 어디든지 다녀 오십시요.』
그는 쌀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그 부인은 그 쌀을 솥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는데, 나무를 다 때어버려도 아직 쌀은 익지를 않는다.
잠시 후 주인이 돌아왔다. 그는 아내에게,
『무엇을 하고 있느냐?』
고 물었다. 아내도 남편에게 중앙인도에서 남편의 친지가 와서, 밥을 지어달라고 말하고 나간 일을 말했다.
그는 솥뚜껑을 열고, 안의 쌀을 본 즉 그것은 상아로 만든 쌀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이 물은 재가 섞여 있으니까, 쌀이 익지 않는 것이다. 달고 깨끗한 물로 밥을 지으면 금새 익는다.』
거기에 마침, 쌀을 두어두고 간 사나이가 돌아왔다.
그 아내는,
『달고 깨끗한 물을 길어 주십시요.』
하고 그 사나이에게 부탁했다. 그는 곧 질항아리를 들고 뒤뜰로 나갔다. 주인은 그가 오기전에 거기에 연못을 그리고 그 연못 속에 개의 시체를 그려 놓았다. 그 시체는 썩어 문드러져서, 악취가 근처에 퍼져있듯이 느껴졌다. 그는 그 연못 옆으로 가, 한 쪽 손으로 항아리를 쥐고, 개의 시체를 보면서 물을 기르려고 하다가 항아리를 땅에 부딪혀서 깨어버리고 말았다. 잘 보니 진짜 연못은 아니고, 땅 위에 그린 연못이었다.
이 속에 떠 있다고 본 개의 시체도, 진짜 것은 아니고 그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냄새도 안나는 개의 시체에 코를 틀어막고, 물도 없는 그린 연못에 항아리를 내려놓다가 깨어버린 자신의 미련함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끝내고, 석존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때의 상아의 쌀을 만든 사나이는 오늘의 목갈라나이다. 그림 연못을 그린 사나이는, 오늘의 사리붓타이다. 이렇게, 옛부터 목갈라나는 사리붓타를 따르지 못했다.』

연관목차

1348/1978
신앙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