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원수로 갚은 독사

은혜를 원수로 갚은 독사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비내야파승사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祈園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이야기다.
중인도(中印度)의 바라나시국은 범수왕(梵授王)이 다스리고 있었다. 언젠가, 한 사람이 나무를 하러 산속으로 깊이 들어갔더니, 숲 사이에서 갑자기 큰 사자 한 마리가 뛰어나와 무서운 얼굴로 이쪽을 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본 나무꾼은 도구를 거기에 내동댕이치고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을 쳤다. 사자는 (맛있는 먹이를 발견했다. 놓쳐서는 안된다.)하고, 또한 달아나는 나무꾼을 쫓아왔다.
그는 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다리가 움직이는 한, 있는 힘을 다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다. 생각하는 순간 쿵하고 깊은 물 없는 우물 속에 빠져 버렸다. 가까스로 사자의 난을 피했다고 한숨을 쉬려는데, 쿵하고 몸에 세게 부딪히는 것이었다. 무엇이 떨어졌는가 했더니, 자기를 쫓아온 사자가 제 몸위에 덮쳐 있으므로 다시 놀라 몸을 움츠리고 숨을 죽이고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이 우물가에서 독사 한 마리가 새앙쥐를 발견하고 그것을 잡으려고 쫓고 있었다. 또 나무 위의 한 마리의 소리개가 그것을 보고 새앙쥐를 가로 채려고 날아 내려왔다. 우물가에서 새앙쥐와 독사와 소리개가 삼파전(三巴戰)을 벌리고 서고 쫓고 쫓기고 하다가 세 놈이 함께 우물속으로 빠졌다. 독사와 소리개는 비좁은 우물 속에서도 여전히 나쁜 마음을 일으켜 잡아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사자는 더욱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네놈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 우물 안에서는 내가 제일 힘이 세다. 잡아먹기로 마음먹으면, 모두 다 내가 먹어 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가 우물 속에 빠져 어쩔 수가 없는 재난을 당하고 있으니 그런 나쁜 마음 따위는 일으키지 마라.』
하고 큰 소리로 꾸짖으니 독사도 소리개도 꼼짝 못하고 있었다.
이때 한 사냥꾼이 사슴 사냥을 나와 이 우물가를 지나다가 우물 속이 시끄러워 들여다 보았더니, 사자니 사람이니 하는 것들이 겹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물 안의 나무꾼은,
『제발 살려 주시오.』
하고 크게 외쳤다.
이 소리를 들은 사냥꾼은 사람위에 있는 사자를 먼저 우물에서 끌어 올려 주었다.
그랬더니,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끌려 올라온 사자는 사냥꾼의 발에다 대고 정성껏 절을 하고 나더니,
『사냥꾼님, 우물 속에 있는 독사는 은혜를 모르는 놈입니다. 그 놈은 구해 주어도 오히려 당신에게 이로울 것이 없으니 구해 주지 마십시오.』
하고 충고하고 사라졌다. 사자의 충고도 있었지마는 사냥꾼은 사람도, 독사도, 새앙쥐도, 소리개도 차례차례 우물에서 구해 내어 주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의 어느 날, 우물에서 구함을 받은 사자는 한 마리의 사슴을 잡아 가지고 전날의 사례로 사냥꾼의 집을 찾아 왔다.
『이것은 약소합니다마는 전날의 사례로 생각해서......』
하고 내어놓고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어느 날, 범수왕(梵授王)은 좌우에 많은 신하와 궁녀들을 거느리고 어느 꽃동산에 놀러 오셨다. 그 꽃동산에서 마음껏 논 왕은 피로를 느끼고 이내 잠이 드셨다. 왕이 잠이 들었으므로 신하와 궁녀들은 갑자기 긴장이 풀려 앉아서 이야기에 꽃은 피우는 사람도 있고, 손에 손을 잡고 동산에서 즐겁게 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은 동산을 나와 멀리로 간 사람도 있고, 옷을 벗거나 목걸이를 땅에 벗어 놓은 채 몰골 사납게 땅 위에 쓰러져 자는 등 각기 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우물에 빠져 고생할 때에 사냥꾼에게 구원을 받는 소리개는 이 꽃동산 나무 위에 앉아 있었는데, 궁녀가 목걸이를 벗겨 놓고 자고 있는 사이에 날아 내려가 그 목걸이를 물고 급히 사냥꾼의 집으로 날아가 사례의 선물로 그 목걸이를 사냥꾼에게 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줄도 모르고 잠이 들었던 궁녀는 왕이 잠에서 깨어 돌아가신다고 하는 바람에 급히 옷을 주워 입고 목걸이를 걸려고 했으나 온데간데 없으므로 깜짝 놀라,
『임금님, 저는 소중한 목걸이를 도둑맞았습니다.』
하고 하소연 하였다.
『목걸이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고 하니 모두들 찾아 주어라.』
하고 왕은 명령하였다.
신하들은 이곳 저곳 목걸이 있는 곳을 찾았으나 암만해도 보이지 않으므로 그날은 그냥 대궐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신하들이 열심히 목걸이를 찾고 있는 것을 숲에서 바라보고 있던 검은 머리의 독사는 어쩌면 목걸이는 나를 구해 준 저 사냥꾼의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사냥꾼의 집에 가서 넌지시 주의해 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대로 목걸이가 있는 것을 본 독사는 자기를 구해 준 은혜도 잊어버리고 단숨에 왕에게로 달려갔다.
『임금님께서 잃어버린 목걸이는 사냥꾼의 집에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직접 보고 왔으므로 알려 드립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괘씸한 사냥꾼이라고 대노하여 당장 사냥꾼을 잡아 들이라고 하였다. 영문을 모르는 사냥꾼은 왕 앞에 끌려나와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어쩔줄을 몰라 하였다. 왕은,
『너는 꽃동산 안에서 목걸이를 훔쳤지.』
하고 다그쳐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목걸이를 훔치지 않았습니다. 실은 소리개가 가져다 주었으므로 저의 집에 있기는 합니다마는 결코 제가 훔친 것은 아닙니다.』
하고 사냥꾼은 목걸이가 제집에 있는 까닭을 자세히 이야기 하였다. 그리고 그 목걸이를 돌려 주었다. 그러나 사냥꾼에게 걸린 절도 혐의는 풀리지 아니하였다. 그 때문에 사냥꾼은 꽁꽁 묶여서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이때, 새앙쥐는 은인인 사냥꾼이 묶여있는 것을 보고, 곧 독사의 왕을 찾아가서,
『뱀왕님, 당신의 신하인 저 검은 머리 뱀은 은혜를 모르는 무도한 놈입니다. 자기의 은인을 제 명예를 위하여 오라를 지워 감옥에 넣는 짓을 했습니다. 아무쪼록 당신의 힘으로 처벌해 주십시오.』
하고 호소하였다. 뱀왕은 이 새앙쥐의 말을 듣고, 동족(同族)이 저지른 무도한 행위를 미워하여,
『그놈은, 참으로 고약한 놈이로구나. 네가 은혜를 갚으려거든 사냥꾼에게 이렇게 전해 다오. 나는 이로부터 곧 대궐로 가서 왕을 물터이니 사냥꾼이 주문(呪文)을 외면 내가 문독이 빠지게 되는 것으로 연극을 하자. 만일, 왕의 아픔이 사냥꾼의 주문으로 낫게 되면 왕은 기뻐서 그를 용서할 것이다. 또 많은 상도 주실 것이다. 너는 빨리 가서 그에게 전해라.』
하고 말하였다.
이 계획을 들은 새앙쥐는 매우 기뻐하면서 그 사연을 옥에 갇혀 있는 은인에게 넌지시 알렸다.
『그것은 참으로 고맙구나.』
하고 사냥꾼도 기뻐하였다.
뱀왕은 약속한대로 왕궁으로 몰래 들어가 왕의 몸을 물고 도망쳤다. 뱀의 독이 온 몸에 퍼져 범수왕(梵授王)은 몹시 괴로워하였다. 명의(名醫)라는 명의는 모조리 불러다가 치료를 받았지마는 아무런 효과도 보지를 못했다.
이제는 이 사실이 온 대궐 안에 알려져서 궁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시름에 잠겨 버렸다. 왕이 독사한테 물려 앓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죄수(罪囚) 사냥꾼은 마음 속으로, (드디어 때가 왔구나.)하고,
『여보, 간수님, 왕께서 독사에게 물려 고생하고 계시다는데, 내가 한번 주문을 외어 고쳐 드리리다.』
하고 말하였다. 누구든지 신분의 고하(高下)따위를 생각할 때가 아니므로 간수는 곧 사냥꾼의 신청을 왕에게 아뢰었다.
괴로움에 신음하고 있는 범수왕은,
『죄수라도 괜찮다. 당장 오라를 풀고 데려 오라.』
하고 명을 내렸다.
사냥꾼은 오래간만에 오라에서 풀려 간수의 안내로 왕의 베갯머리로 나아가서 중얼중얼 주문을 외었더니, 그렇게도 심하던 아픔도 씻은 듯이 사라지고 당장 나았다. 명의의 투약(投藥)으로도 낫지 않던 아픔이 사냥꾼의 주문으로 감쪽같이 나았으므로 왕은 크게 기뻐하여 사냥꾼을 용서하는 동시에 많은 상을 내렸다고 한다.
이 때의 사냥꾼은 지금의 석가모니이시다.

<毘奈耶破僧事第十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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