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의 화신 한산자

문수보살의 화신 한산자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신앙설화

• 주제 : 신앙
• 국가 : 중국
• 참고문헌 : 문수성행록

한산자(寒山子)의 내력은 알 수 없으나 옛날 사람들은 머리가 돈 가난뱅이라고 보았다. 천태산에 숨어 살았으니, 당흥현(唐興縣)의 서쪽 70 리 되는 곳에 한암(寒巖)이 있는데 거기에 살면서 국청사에 이따금 찾아갔었다.
국청사에는 습득이라는 부엌일을 맡은 이가 있어서 부엌에 남은 찌꺼기를 대통에 넣어 두면, 한산이 왔다가 갈 적에는 가져가곤 하였다. 혹은 복도를 다니면서
「어, 상쾌하다, 시원하다!」
하면서 혼자 말하고 혼자 웃고 하였다.
어떤 때에 스님들이 붙들고 꾸짖거나 쫓아 보내면, 돌아서서 손뼉을 치면서 한참 웃다가 간기도 하였다. 형상이 비렁뱅이처럼 여위었으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뜻에 맞으면 잠자코 생각하는 듯하였고, 말에는 미묘한 뜻이 들어 있었다.
나무껍질로 관을 만들어 쓰고, 옷은 떨어졌고, 나막신을 신고 다니었으니, 보살이 일부러 자취를 감추고 중생을 교화하는 것도 같았으며, 복도를 다니면서 노래도 하고, 가끔 하는 말은
「애닯다. 온 세상이 쳇바퀴 돌듯 하는구나!」
하였다.
어떤 때는 마을에 들어가서 소 치는 아이들과 더불어 웃고 노래하면서 뜻에 맞거나 거슬리거나 스스로 즐기었으니. 철인(哲人)이 아니고서는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여구윤이 단구(丹丘)목사가 되어 도임길을 떠나려는데 갑자기 두통이 나서 택일하는 이와 의사들을 불러 치료하였으나 효험이 없었다. 마침 풍간선사가 천태산국청사(天台山國情寺)에 있노라 하면서 찾아왔다. 병을 말하였더니, 선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4대(大)로 된 몸이라 병도 날 수 있는 것이니, 그 병을 치료하려면 깨끗한 물이 필요하오.」
물 한 대접을 떠다 주었더니. 선사는 물을 뿜어 두통을 씻은 듯이 고치고, 여구윤에게 말했다.
「해주는 해도라 남독(南毒)이 심하니 가시는 대로 조심하시오.」
「여주윤 그 곳에 가면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선사 보고도 알지 못하며, 알고도 보지 못하오. 반드시 보려거든 형상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산은 문수보살의 화현으로 국청사에 숨었고, 습득은 보현보살인데 모양이 비렁뱅이 같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국청사에서 부엌일을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선사는 가버렸다.
여구윤은 그 길로 태주에 도임하여 3일 만에 절에 가서 물어보니, 선사의 말과 틀리지 않았다.
당흥현(唐黑縣)에 사람을 보내어 한산과 습득이 있는가 조사하였더니, 그 고을 서쪽으로 70 리 되는 곳에 한암(寒巖)이란 굴이 있는데 굴속에 빈한한 사람이 있으면서 가끔 국청사에 가서 자는 것을 노인들이 보았다 하며, 국청사의 정재소에 한 행자(行者)가 있는데 이름이 습득이라 한다고 보고하여 왔다. 여구윤은 가서 찾아보려고 국청사에서 가물었다.
「이 절에 풍간선사가 있었다는데 그가 있던 방은 어디며 또 습득과 한산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도교라는 스님은 대답하였다.
「풍간선사가 있던 방은 장경각 뒤에 있는데 지금은 비었고, 가끔 호랑이 한 마리가 왔다 갔다 할 뿐이며, 한산과 습득은 지금정재소에 있습니다.」
스님이 여구윤을 인도하여 풍간선사의 방에 가문을 열어보니 호랑이 발자국뿐이었다.
「선사가 계실 적에는 무슨 일을 하였습니까?」
「그 스님은 낮에는 쌀을 찧어 대중에게 공양하였고, 밤에는 혼히 노래를 하였습니다.」
재소에 가 보니 아궁이 앞에 두 사람이 불을 쪼이면서 웃고 있었다. 여구윤이 엎드려 절을 하였다.
두 사람은 소리를 높여 나무라면서, 손에 손을 잡고 허허 웃더니 이렇게 말을 했다.
「풍간이 또 부질없는 말을 한게지. 아미타불은 모르고 우리에게 절은 왜 하는가?」
스님들이 우루루 몰려와 놀라면서
「대관께서 거렁뱅이에게 왜 절을 하시는 겁니까?」
하였다.
이 때 벌써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절을 떠났다.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라고 하니, 두 사람은 뛰어서 한암(寒巖)으로 가버렸다. 여구윤은 도교스님에게
「그 두 분을 도로 모tu다가 깨끗한 방을 비워 계시게 하라.」
당부하고, 고을로 돌아가서 새 옷 두 벌과 향과 약을 갖추어서 국청사로 보내어 공양하라 하였으나, 두 사람은 끝내 국청사에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옷을 가지고 갔던 사람은 한암으로 가서 옷을 공양하였더니, 한산은 큰 소리로
「이 도둑놈 ! 도둑놈 !」
하고 굴속으로 들어가면서
「여러분들, 모두 잘 있으시오 !」
하자 굴 문은 막혀 버렸고 습득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여구윤이 도교스님으로 하여금 그들의 지난날에 남긴 행적을 찾아보라 하였더니, 나무쪽이나 석벽에 써 놓은 시(詩)와 마을 집 벽에 쓴 글발을 모은 것이 3백여 수가되었고. 또 습득이 성황당 벽에 써 놓은 게송 얼마를 모아 책을 만들어 세상에 유전하였다.

<문수성행록>

연관목차

1381/1978
신앙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