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와 산발과 망치

상자와 산발과 망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복개정행소집경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세상의 많은 지자(智者)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의 수행(修行), 즉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惠)의 여섯 가지 수행을 쌓아서 자신은 『깨달음』을 얻는 동시에 부처님의 대은에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모든 중생은 성욕 부동(性欲不同)이라고 해서 타고 난 성질과 희망과 좋아하는 것이 제각기 다르므로 세존 부처님은 여섯 가지 중에서 특히 보시, 지계, 선정의 세 가지 행(行)을 수행하는 것을 권하고 계시다.
돈 많은 사람이 오욕(五欲)의 낙(樂)을 탐내는 것을 보시면 부처님은 방편을 써서 보시의 수행에 힘쓰도록 하셨고, 하늘에 태어나서 참다운 법열(法悅)을 얻고자 원하는 사람에게는 부처님은 방편을 써서 정계(淨戒)를 가질 것을 권하셨고, 고(苦)에서 벗어나서 해탈(解脫)을 원하는 자에게는 역시 방편을 사용하여 선정의 수행을 하도록 권하셨던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도깨비가 둘이서 세 가지 물건을 가운데 놓고 싸우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세 가지란 상자와 신발과 망치인데 두 도깨비는 이것을 앞에 놓고 서로 맞붙잡고 엎치락 뒤치락 싸우고 있었는데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으므로 갑(甲)도깨비는 큰 소리로,
『저쪽에 바라문이 있다. 그는 아주 정직하니까. 그에게 판가름을 부탁하자.』
하므로, 을(乙)도깨비는 상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그럼 그렇게 해 보자.』
하고 둘이서 세 가지 물건을 가지고 바라문에게 가서 공손히 합장하고,
『당신은 세상에 드문 옳은 식견을 가지신 분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한 가지 소청은 이 세가지 물건을 저희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바라문은 이런 하찮은 물건을 가지고 무얼 그러느냐는 듯이 보고 있더니,
『이런 작은 물건을 가지고 싸울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이냐? 공연한 짓이다.』
하고 바라문은 비웃었다. 도깨비들은 정색을 하였다. 갑 도깨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것은 보기와는 다른 신기한 물건입니다. 정말 진기한 보배입니다.』
을 도깨비도 지지 않고 말했다.
『이 상자를 보십시오. 이 상자는 신통하게 변현(變現)해서 어디서든지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다 이속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신발은 누구든지 신기만 하면 하늘로 올라가서 여러 가지 참된 낙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 이 망치는 모든 고뇌와 원망이라는 적을 때려 눕혀서 쫓아버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갑 도깨비는 을 도깨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떻습니까! 이렇게 신기한 물건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바라문은 그제야 과연 싸울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알았다.』
바라문은 이렇게 말한 다음, 도깨비들을 그 물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하고,
『그러면 내가 지금부터 잠시 동안 충분히 방법을 생각해서 이 세 가지 물건을 너희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도록 하겠다. 잠깐 동안 눈을 감고 있어라.』
도깨비들은 눈을 감았다. 도깨비들이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한 바라문은 빠른 동작으로 신발을 신더니 상자와 망치를 양손에 들고 하늘로 올라갔다.
『도깨비들아, 골고루 나누어 주었지.』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눈을 뜬 도깨비들은,
『아! 저것 봐라.』
『속았다, 속았어. 이렇게 분할 수가 있나!』
하고 발을 구르며 자기들의 어리석음을 몇 번씩이나 뉘우쳤다고 한다.
이 비유에서 보시라는 것은 상자와 같은 것이다. 마음먹는 대로 복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계는 신발이다. 능히 하늘에 태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정은 망치 같은 것이다. 많은 마귀를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福蓋正行所集經第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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