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랑하는 사나이

돈을 사랑하는 사나이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현우경

이것은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진보하여, 흔히 말하는 문화의 황금시대가 와도, 돈이 사람을 유혹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함이 없다. 돈에 집착했기 때문에 존귀한 명예를 훼손하고, 또는 공든 탑을 일시에 무너뜨리기도 하고, 마침내는 애꿎은 목숨마저 잃어버리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
이 모두가 황금 숭배가 가져오는 해독이다. 무섭고도 무서운 것은 황금에 대한 집착이요, 삼가고 또 삼가야 할 것은 황금 만능의 편견이다.
바라나시국에 한 황금 숭배자가 있었다. 그는 그 한 몸의 노력을 온통 이 돈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바치고,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돈을 모으는 데에 있다는 한 독특한 철학과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넝마를 몸에 걸치고, 입은 악식(惡食)을 달게 여기고, 손톱에 불을 켜듯이하여 돈을 모으는데, 불면불휴(不眠不休)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에 상당한 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돈을 어떻게 보존하여, 도난을 면할 것인가에 대하여 그는 커다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돈을 가지겠다는 욕심에서 이런 고민이 생기는 것인데, 어쨌든, 그는 생각 또 생각한 끝에 단지 하나를 사다가 거기에 돈을 넣어, 그 단지를 땅속 깊이 묻어 두기로 하였다. 인간 만사 돈의 세상이라고 부지런히 돈을 모아, 그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 조금 더 조금 더 하고 자꾸 욕심이 생겨 그는 드디어 일곱 개의 단지에 돈을 가득 넣어 두게 될 만큼 모아, 그것을 모조리 땅속 깊이 묻어 두고 스스로 무상의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불면 불휴로 돈을 모이기 위하여 너무 지나치게 그 몸을 혹사했기 때문에 병을 얻어 그것이 원인이 되어 일껏 모은 돈을 써 보지도 못하고 그는 죽어 버렸다.
돈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독했기 때문에, 그는 죽어도 편안히 죽지를 못하고, 독사가 되어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 자기 집으로 돌아와 땅속에 돈단지를 엄중히 지키게 되었다. 주인을 잃은 그 사나이의 집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비 바람에 점점 퇴락하여 이제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독사로 바꾸어 태어난 그 사나이의 목숨도 다하여 죽어 없어졌지만, 돈단지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해져서 또다시 독사의 몸을 받아 사랑하는 돈단지를 지키게 되었다.
이리하여 이 독사는 돈에 대한 집념 때문에 몇 번을 독사의 무서운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일곱 개의 돈단지를 지켜, 그 동안에 수백년을 경과하였다.
그리고 최후로 바꾸어 태어났을 때, 이 독사는 자신의 뱀 몸뚱이를 미워하는 마음이 비로소 생겼다.
『자기가 이렇게 꼴사나운 뱀 몸뚱이를 몇 번을 되풀이하고 뱀 몸에서 뱀 몸으로 전전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가 모아 놓은 돈단지에 집착하여 그것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얼마 안되는 돈단지에 집착하여 독사의 나쁜 몸을 받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신이 이 집착을 버리지 않는 이상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 꼴사나운 뱀몸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고생하여 가까스로 모은 이 돈을 이제 사람들에게 보시하여, 그 보시의 공덕으로 스스로 미래 영원의 행복을 얻고 싶다.』
하고 저 집념의 독사는 비로소 무명(無明)의 미혹(迷惑)에서 깨어나 보시의 정업(淨業)에 정진하려는데 이르렀다.
이렇게 커다란 용맹심을 가지고 애착의 망념을 타파한 독사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는 풀숲에 몸은 감추고, 만일 사람이 그곳을 지나가면 나가서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려고, 인기척에 주의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한사람이 그 풀숲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여보시오, 여보시오.』
하고 그를 불렀다. 부르는 소리를 들은 행인은 이렇게 호젓한 들길에서 누가 자기를 찾는가하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도무지 사람의 그림자라곤 보이지 아니 하였고, 대낮에 여우의 장난도 아니겠지 하고 그냥 지나가려는데 또,
『여보시오, 여보시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틀림없는 사람의 소리다. 어디에 사람이 있어서 부르는가 하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소리 나는 곳을 보았더니, 거기에 한 마리의 독사가 풀숲으로부터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것을 본 행인은 갑작스러운 일에 깜짝 놀라 두서너 걸음 물러섰다. 독사는,
『그렇게 놀라지 말고 이리로 오셔요.』
하고 놀란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하였다.
『너는 독사가 아니냐. 만일 내가 네 곁에 가면 얼른 물겠지.』
『나는 당신의 말대로 독사이므로 나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내말대로 이리로 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달려들어 물지 모릅니다.』
가까이 오지 않으면 도리어 해를 가하겠다고 위협을 당한 그 사나이는 조심 조심 할 수 없이 독사 곁으로 갔다.
그랬더니 독사는,
『나는 여기 돈단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시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 의논의 상대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만일 싫다고 하면 물어 버릴 것입니다.』
하고 위협하였다.
『그 정도의 부탁이라면 쉬운 일이지. 심부름해 드리지. 그러나 그렇게, 물겠다고 위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고 그 사나이는 독사에게 협박을 당하고 부득이 독사의 부탁을 승낙하게 되었다.
『무리한 청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럼 나를 따라 와 주시오.』
하고 독사는 그 사나이를 인도하여 이제는 흔적도 없는 자기 집의 돈단지를 감춘 곳으로 가서 땅을 파고 돈단지를 꺼내어 그 사나이 앞에다 놓고,
『매우 귀찮으시겠지만 이 돈단지를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중들에게 공양하여 음식을 베풀어 주시도. 그 준비가 다 되어 모이는 날이 결정되거든 목판에다 나를 담아 그 모임에 임하게 해주시오. 이것이 내 소망입니다.』
하고 부탁하였다.
『잘 알았어.』
부탁을 받은 사나이는 그 돈단지를 지고 그 길로 절에 가서 중에게 그것을 넘겨주고, 실은 이 돈은 이러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여기에 지고 온 것입니다.
하고 그 유래를 설명하고 나서,
『그 독사는 이 돈을 수도자 여러분에게 보시하고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희망이니 모임날을 결정해 주시오.』
하고 덧붙였다.
『그것은 참으로 기특한 일이요. 그러면 돈은 받겠습니다.』
하고 중은 단지를 받고, 음식 공양의 모임 날짜을 결정해 주었다. 사나이는 그 대답을 듣고는 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그대로 사례했다. 그러는 동안에 공양하는 날이 되었으므로, 그 사나이는 조그마한 목판 하나를 들고 뱀한테로 갔다.
기다리고 있던 독사는 그이 모습을 보자 매우 기뻐하여,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기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고 감사하면서 그 목판에 올라갔다. 사나이는 목판을 어깨에 메고 절로 갔다.
그 도중에서 얼굴을 아는 사나이가,
『자네는 목판을 메고 어디로 가는가. 힘들지 않은가?』
하고 물었으나 그 사나이는 아무 대답도 아니하고 잠자코 메고 갔다. 다음에 또 만난 사나이가 물었다. 이번에도 그는 마찬가지로 잠자코 아무런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갔다.
이것을 목판 위에서 본 독사는,
『이 사나이는 어떻게 이렇게 예의를 모른 사나이일까?』
하고 약간 화가 나서 독기를 머금고,
『무례한 사나이니 숫제 죽여 버릴까?』
하고까지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가엾은 일이라고 생각을 돌이켰으나, 다시 나쁜 마음이 왈칵 치밀어,
『어쨌든, 남의 호의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사나이다.』
하고 미워져서, 다시 죽여 버리려고 결심하고 당장에 독기를 내뿜으려 했으나,
『아니다. 이 사나이는 나를 위하여 행복의 길잡이를 해주는 고마운 은인이다. 그 은인에게 아무런 은혜갚음도 못하고, 한 때의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죽이려는 것은 내가 나쁘다.』
하고 생각을 고쳐먹고 또,
『이 사나이는 나에게는 큰 은인이다. 그러니까 비록 사소한 잘못이 있다손 치더라도 나는 그것을 나무라서는 안돼. 그런 것은 참아 주어야 해.』
이렇게도 생각하고 복받쳐 오르는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메고 있는 사나이는 목판의 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잠자코 절을 향하여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인가에서 떨어진 들판으로 나오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내려 주시오.』
하고 뱀은 갑자기 목판 위에서 말하였다. 사나이는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으나 목판을 어깨에서 땅 위에 내려 놓았다.
『당신은 아까 도중에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인사를 건넸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걸어왔는데 사람의 예의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 텐데요. 이후는 조금 주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고 뱀은 그 사나이에게 타일렀다.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자기의 행위가 옳지 않았음을 자각한 그 사나이는, 스스로 뉘우치어 마음을 새로 가지고 일체를 평등하게 보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이 사나이의 회개의 정이 얼굴에 나타남을 본 뱀은,
『당신이 그토록 전의 잘못을 뉘우친다면, 앞으로 크게 주의하여 다시는 그런 무례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충고 하였다.
『참으로 좋은 충고를 해 주어 고맙소.』
하고 독사의 충고에 감사하고, 다시 목판을 메고 드디어 절에 이르렀다.
절에서는 많은 수도자들이 오늘 모임의 준비에 바빴다. 겨우 음식 준비가 다 되었으므로 여러 수도자들은 모두 식당에 모여 식사법을 지켜서 독사가 바친 공양을 받았다. 시주(施主)인 저 독사는 한 사람의 중에게 향을 피우게 하고, 그 향을 여러 수도자가 차례로 손에 받아 가지고는 한 사람 일어나 탑을 돈다. 그 사나이는 정화수로 여러 중들의 손을 씻어 준다.
이 광경을 독사는 열심히 바라보고, 중들의 엄숙한 식사법에 더욱 신앙심을 두터이 하였다. 식법(食法)을 끝낸 중들은 대시주인 독사를 위하여 널리 법문(法門)을 연설하였다. 몇 백년이라는 세월 동안 법우(法雨)에 젖어 보지 못한 독사는 처음으로 법우에 젖어 보았기 때문에 그는 매우 기뻐하여 더욱더 마음을 더하여, 다시 몸소 중들을 돈단지가 있는 곳에 인도하여 나머지 여섯 개의 단지도 모두 파내어 모조리 절에 회사해 버렸다.
돈의 힘을 절대로 믿고 그 돈을 모으기 위하여 한평생 죽도록 노동하여 일곱 단지에 돈을 가득 채워 두었으면서도 그것을 써 보지도 못하고 죽은 돈의 숭배자인 그 사나이는 돈에 집착하여 몇 백년을 뱀으로 끝마쳤으나, 한번 보리심을 일으키자 한가닥의 무명(無明)은 말끔히 개이고 보시 공덕의 위대함을 깨닫고 입립신고(粒粒辛苦)의 결정인 그들은 모두 중들에게 공양하고, 아무런 집착도 근심도 없이 복업(福業)을 여기에 쌓아 평안히 목숨을 마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보시의 복된 덕으로 말미암아 마침내 뱀의 몸에서 변하여 도리천에 태어나는 과보(果報)를 얻게 되었다.

<賢愚經第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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