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미대왕과 두 왕자

니미대왕과 두 왕자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대보근경

석존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 때, 석존께서는 아주 옛날 묘화여래(妙華如來)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던 시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그 시대를 불명(佛名)에 연유해서 묘화(妙華)라고 불렀다. 이 때에 니미 대왕(尼彌大王)이라고 부르는 슬기롭고 현명한 군주가 세계를 교법대로 통치하고 있었다.
이 대왕에게는 매우 용감한 왕자들이 천명이나 있었다. 이 천명이나 되는 왕자들 이외에도 달마(達摩), 선법(善法)이란 두 왕자가 있었다. 대왕은 대단히 숭불가(崇佛家)였다. 묘화여래를 비롯하여 많은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독실하게 귀의(歸依)를 하여 팔만사천세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항상 의복, 침구, 음식, 탕약(湯藥) 등 사사(四事)의 공양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국정은 거의 중신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전심으로 여래를 공양한 독신가였다.
어느 때, 대왕은 묘화여래의 교단(敎團)을 위해서 사방 사십리나 되는 광대한 토지에 크고 화려하고 우미한 참으로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할 대정사(大精舍)를 건립하여 기증했다. 묘화여래는 그 기특한 정업(淨業)을 매우 기뻐하시어 건립이 성취된 길상일(吉祥日)에는 많은 제자들을 데리시고 당대에 안좌하셨다. 그러자 땅속에서 기기묘묘한 아름다운 꽃들이 자연적으로 솟아나서 그 정사를 아름답게 꾸며서 그야말로 금상 첨화의 미관을 띄었다.
대왕은 이 정사에 또한 여래를 공양하여 팔남사천세의 세월이 흘렀다. 이 기나긴 동안의 공양이 만원(滿願)이 되는 마지막 날에 그의 두 왕자 달마(達摩), 선법(善法) 및 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대왕은 친히 묘화여래를 참배하고 최후의 공양을 드리고 예배했다. 그러자 바로 이때 돌연히 대천세계(大千世界)가 진동했다.
쓰다쓰호우라는 한 제자가 이 돌연한 진동을 만나자 부처님에게 여쭈어 보았다.
『세존이시여, 지금 무슨 일로 대지가 이렇듯 진동하오며 또한 저 달마와 선법의 두 왕자는 외세존을 예배하나이까?』
『너는 어찌 그 같은 질문을 하느냐? 만약 내가 저 두 왕자의 정심(淨心)이 견고하고, 인욕심이 강하 며, 더구나 풍유한 자비심으로부터 나를 예배했다는 것을 말한다면, 너무나 왕자의 위덕이 큰 것에 반드시 마음이 흔들리도록 놀라고 말리라.』
하고 대답하신 후, 신통을 자랑으로 삼는 제자 나라엔에게,
『너 한 번 자랑하는 그 신력(神力)으로 저 두 왕자를 자리에서 일어서게 해 보아라.』
라고 명령하셨다.
이런 어린 소년들에게야 신력을 빌리지 않더라도 일어 세우기는 문제없다고 내심 업신여긴 나라엔은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왕자의 앞으로 나아갔다. 오른손에 한 사람 왼손에 한 사람을 잡고 벌떡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지하에 깊이 뿌리를 내린 큰 나무와 같이 두 왕자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약간 내심에 두려운 생각이 든 나라엔은 신력으로 움직이게 하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두 왕자의 머리칼 한 가닥도 그의 신력으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에 나라엔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엔이 이렇게 놀라서 멍청히 서 있자 또 한바탕 삼천대천 세계의 국토가 대 진동을 시작했다. 산이건 강이건 바다이건 돌과 벽들까지 마치 큰 지진을 만나 때처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천지가 크게 흔들리는 대 동요 속에서도 두 왕자만은 조금도 흔들림을 느끼지 않았다.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단좌하고 있었다.
이 불가사의한 사실을 눈앞에서 목격한 나라엔은 묘화여래께서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이와 같이 세계를 진동시키면서도 두 왕자만은 미동조차 하지 않도록 하고있는 것이라고 추찰했다.
『세존이시여, 저의 신통력은 이미 상실된 것입니까. 저의 신력으로는 이 두 왕자를 끄덕도 할 수 없사오니 저 스스로도 너무나 유감스럽게 생각되옵니다.』
『아니다. 그대의 신력이 감퇴한 것은 아니다. 보살의 경계란 신비한 것이어서 성문(聲聞)이나 연각(緣 覺)의 지식, 그리고 수행(修行)에 희해서 얻은 약간의 깨우침의 과보 정도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더구나 그 보살을 움직이게 한다는 데에 이르르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대 정도의 신통력 쯤으로서는 몇 년이 걸려도 두 왕자를 세울 수 없거니와 물론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보살의 위덕에 대해서 묘화여래가 이와 같이 찬미했다.
많이 모여서 듣고 있던 대중들은,
(우리들은 연재의 경우에만 만족하고 이것보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생각한 적이 없는데 지 금 부처님 설법을 듣고보니 우리들 보다 훌륭한 성자가 있다니 의외로구나.)
하고 생각이 미치자 대중은 이에 한결 더 향상과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 대중 가운데 묘혜보살(妙慧菩薩)이라는 성자가 있었다. 자초지종을 자세히 보고 듣다가 부처님의 설법이 끝나자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합장 예배하면서,
『세존이시여, 아무쪼록 제존의 힘으로 저 두 왕자를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해주십시오.』
하고 간원했다.
묘혜의 간원을 들으신 묘화여래는 허공으로부터 돌연히 큰 음성을 발하셨다.
그러자 그 범성(梵聲)은 곧 모든 세계에 울려 퍼지고,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대광명을 떨쳐 시방세계(十方世界)를 고루 비췄다. 이 허공중에서 일어난 대범음성(大梵音聲)과 대광명에 접한 두 왕자는 홀연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왕자가 기립함과 동시에 삼천대천 세계의 인천(人天)의 기악(伎樂)이 자연히 울려 퍼지고 허공으로부터는 가지가지 미묘한 꽃잎이 펄렁펄렁 내리기 시작했다.
휘날려 내리는 꽃잎을 몸에 맞으며 두 왕자는 묘화불(妙華佛)에게 가서 세 번 그 둘레를 오른쪽으로 돌아서 발(佛足)에 예배하고 부처님에게,
『세존이시여, 보살의 보시하는 복덕과, 니미 대왕의 사사공양(四事供養)의 공덕을 비교하오면 어느쪽 이 더 훌륭하오리까?』
하고 여쭈어 보았다.
『니미 대왕의 기나긴 오랜 세월 동안의 사사공양의 공덕도 크지만 이것을 보살이 정처(靜處)에 머물 러 있으면서 제법의 본진(本眞)을 관지하는 공덕에 비교할 때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보살은 첫째로 보수라는 것을 예상치 않으며, 둘째로는 질투심을 지니지 않으며, 셋째로는 인색하지 않으며, 넷째로는 탐심(貪心)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네 가지 법시(法施)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법 을 구비한 때는 여래의 무상행(無上行)을 성취할 수 있다.』
묘혜여래는 두 왕자의 질문에 대해서 보살의 행이 모든 공덕을 초월한다는 것을 간절한 말씀으로 설법하셨다. 부처님의 심원한 설법을 들은 두 왕자는 매우 기뻐하여 묘화여래를 찬탄해 마지않았다. 그리고 두 왕자는 이에 속진의 세계를 버리고 청정한 정신생활로 들어가려는 큰 뜻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날은 그대로 부왕과 함께 성으로 돌아갔으나 두 왕자의 출가 구도하려는 큰 뜻은 멈추지 못했다.
그들은 마침내 성을 나와 다시 여래의 주거지를 찾아갔다.
『세존이시여. 아무쪼록 우리 형제의 출가를 허락해 주옵소서.』
『출가의 행은 어려운 일이오. 곤고와 결핍에 잘 인내하여 고수 연행(苦修練行)할 굳은 결심이 있으시다면 출가를 허락하겠소.』
『세존이시여, 어떠한 고난과 난행에도 감내하겠습니다.』
두 왕자의 심신이 견고한 것을 확인하신 부처님은 그들 형제의 소망을 용납하여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셨다.
한편 부왕인 니미 대왕은 두 왕자가 남몰래 성을 탈출하여 출가했다는 것을 알자 왕위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스스로 구백구십구명의 왕자들과, 사백명의 부인과, 오백명의 대신들과 함께 이 세상의 탐욕스런 생활을 버리고 탈속의 경계에 들고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처소를 찾았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모두 출가하기를 원하옵니다. 아무쪼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하고 일동은 모두 진심으로 애원했다. 대중의 청정심을 아시게된 부처님은, 그 소망들을 용납하시었다.
왕위를 잇기 위해 오직 한 사람 성에 남겨진 제一왕자인 태자는 부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으나 등극한지 칠일만에,
『나 혼자만이 이 왕위와 재보 때문에 속박되어 일체지(一切智)를 얻을 수 없다니 이게 무슨 꼴인 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현재의 자기 환경에 일종의 회의를 지니게 된 신왕은 출가할 생각이 불길처럼 일어났다. 잠시라도 왕위에 앉아있는 것이 큰 죄악처럼 느껴졌다. 신왕은 등극한지 십오일째 되는 날, 영토를 두루 살펴보기 위해 궁성을 나섰다.
그리하여 도시와 촌락을 돌면서, 다음과 같은 노래를 읊어 영토내의 백성들에게 출가할 것을 권장했다.

『선왕(先王)과 그 일족은 모두, 법을 구해 속세를 버리고 출가했네,
오욕(五欲)에 가득 찬 현세의 쾌락 을 나도 버리고, 세존을 따라 출가하리.
욕화(欲火)가 치열한 속세를 떠나 대지(大地)를 바라는 자 나와함께 출가하라.
티끌 세상에 오래 머물면, 어느 세월에 안주 세계를 볼 수 있으리, 이욕(離欲)의 행은 어려워도,
이 난행을 극복하면 영원한 안락을 얻으리로다.』

신왕의 읊조리는 이러한 시를 들은 영토내의 백성들은 너도 나도 모두 이 진에에 쌓인 현세를 혐오하고 출가를 지망하기에 이르렀다.
달마(達摩), 선법(善法)의 두 왕자가 결행한 구도 출가(求道出家)가 실마리가 되어 그 일문을 비롯하여 수미산(須彌山) 주위를 둘러싼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도 모두 불도를 원하게 되었다. 두 왕자에게 계발된 이 사람들은 속세의 덧없는 쾌락에서 이탈하여 영겁 불멸의 광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오로지 두 왕자의 은덕이라 생각한 그들은 두 왕자를 진심으로 존경하였다. 두 왕자는 출가한 후에 육십삼억세를 한 번도 좌와(坐臥)하는 일 없이 전심 전력으로 일체지(一切智)를 구했다는 것이다.
석존께서는 옛날 고시대의 일에 대해서 이와 같이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니미 대왕이란 지금의 석존이요, 두 왕자는 지금의 문수(文殊)와 허공(虛空)의 두 보살이며, 그 제一의 태자란 곧 지금의 미륵이라고 부언하셨다.

<大寶根經第八十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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