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운기

제왕운기

[ 帝王韻紀 ]

제왕운기

제왕운기

시대명 고려

1287년(충렬왕 13)에 이승휴(李承休)가 쓴 역사시.

상·하 양권 1책으로, 상권에는 서(序)와 중국역사의 요점을 칠언고시 264구로 읊었으며, 하권은 우리나라 역사에 관한 내용을 동국군왕개국연대(東國君王開國年代)와 이조군왕세계연대(李朝君王世系年代) 2부로 나누어 놓았다. 전자에는 서(序)에 이어 지리기(地理紀), 단군의 전조선(前朝鮮), 기자의 후조선(後朝鮮), 위만(衛滿)의 찬탈, 삼한(三韓)을 계승한 신라·고구려·백제의 3국과 후고구려·후백제·발해가 고려로 통일되는 과정까지를 칠언고시 264구 1,460언으로 읊었으며, 후자에는 고려 태조의 세계설화(世系說話)에서 필자 당대인 충렬왕 때까지를 오언으로 읊었다. <이조군왕세계>의 말미에서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가 당대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 자신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역사시는 당시의 대내외적인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출발하여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포원(布願)을 노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왕권의 강화를 통한 국가질서의 회복을 위해 유교적 정치이념을 제시했으며, 한편 민족적 자주의식을 고취해 원나라의 정치적 지배에 대항하고자 했다. 즉 구성을 중국사와 한국사를 각권으로 분리하고, 강역(疆域)도 요동(遼東)에 따로 천지세계가 있어 중국과 엄연히 구별되는 생활영역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중국과 우리민족과의 지리적·문화적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우리가 중국과 구별되는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문화민족임을 자각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단군신화를 한국사 체계 속에 편입시킴으로써 우리 민족의 독자성과 역사의 유구성을 과시했다. 게다가 발해를 고구려의 계승국으로 인정해 고려 태조에 귀순해 온 사실을 서술함으로써 발해를 최초로 우리 역사 속에 집어넣었다. 이 책은 자주적인 민족의식을 고취시켜 몽골의 정치적 지배에 대항하는 정신적 지주로 삼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동명왕편>과 함께 고려 중기의 대민족서사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한 같은 시기에 일연(一然)이 저술한 삼국유사>에서와 같이 단군을 한국사 체계 속에 편입시킨 선구자적 역사저술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높이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