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

고려의 천태종(天台宗)을 만든 고승. 성은 왕씨(王氏). 이름은 후(煦). 호는 우세(祐世), 시호는 대각국사(大覺國師). 송악 출신.

고려 제11대 왕인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11세에 출가를 자원해 영통사(靈通寺)에 있던 경덕국사(景德國師) 난원(爛圓)을 은사로 삼아 출가했다. 학문에 정진하여 불교서적뿐 아니라 유교서적 및 제자백가의 사상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여 경덕국사가 죽자 그의 강의를 대신 맡게 되었고, 1067년 왕으로부터 우세라는 호와 함께 승통의 직책을 수여받았다. 그는 화엄종의 승려였으나 일찍이 천태종에 관심을 가지고 송나라 유학을 계획했다. 1085년(선종 2), 송나라 상인의 배를 타고 송나라 유학길에 오른 그는 그곳의 많은 고승들과 교유하고 1086년 귀국, 그 뒤 흥왕사의 주지가 되어 천태교학을 정리하고 제자들을 양성했다.

한편 그는 요나라·송나라·일본 등에서 불교서적 4천여 권을 수집하고 국내의 고서도 모았으며, 흥왕사에 교장도감(敎藏都監)을 설치한 뒤 이들 경서를 간행했다. 또한 간행목록으로서 3권을 편집했다. 이 목록에 의해 교장도감에서 간행한 것을 속장경(高麗續藏經)>이라고 한다. 1097년(숙종 2), 국청사(國淸寺)가 완성되자 제1대 주지가 되어 천태교학을 강의했는데, 이때 전국에서 몰려든 고승들이 무려 1천 명을 넘어 처음으로 천태종이 성립되게 되었다. 1099년, 제1회 천태종의 승선(僧選)을 행하고, 2년 후에는 국가에서 천태종 대선(大選)을 행함으로써 천태종은 세상에서 공인받은 한 종파가 되었다. 이후 선종과 화엄종의 유능한 승려들이 거의 다 천태종으로 오게 되었다. 당시 고려의 불교계는 화엄종과 법상종이 주류를 이루면서 서로 반목하는 가운데, 여기에 다시 선종이 대립하여 여러 가지 모순이 노출되고 있었다. 의천은 화엄종의 입장에서 교종 각파의 사상을 종합·절충하였고, 이와 같은 통일운동을 펴나가는 데 있어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을 모범으로 하였다. 아울러 여기에 선종을 융합해 고려불교의 폐단을 바로잡고자 했는데, 이 같은 문제해결을 천태종에서 찾고자 했다.

천태종은 교종에 속하면서도 실천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으며, 의천은 이러한 천태교의를 바탕으로 교관병수(敎觀竝修)를 내세우며 교·선의 융합을 도모했던 것이다. 그는 많은 책을 남겼으나, 지금까지 전하는 것은 <신편제종교장총록> 3권과 제자들이 그의 행적과 시 등을 모은 <대각국사문집>, 화엄 관계 서적에서 핵심사상만을 뽑아 모은 , 그리고 불교학에 도움이 되는 문장을 모은 의 일부가 전해지고 있다. 영통사와 선봉사에 비가 건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