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호 원정대

아르고호 원정대

영웅

요약 아르고호 원정대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이아손이 아버지 아이손이 빼앗긴 왕권을 되찾기 위해 이올코스의 왕 펠리아스의 요구에 따라 콜키스의 황금양털을 가져오기 위해 결성하였다. 그리스 각지의 영웅들이 참여한 원정대의 모험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시대 때부터 큰 인기를 끌며 시인과 예술가들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아르고호

아르고호

외국어 표기 Ἀργοναῦται(그리스어)
구분 영웅
상징 영웅들의 모험
어원 아르고 = ‘빠르다’, 아르고나우타이 = ‘아르고호 선원들’
별칭 아르고나우타이(Argnautai)
별, 별자리
관련 사건, 인물 황금양털, 이아손, 메데이아, 펠리아스

신화 이야기

개요

이아손의 아버지 아이손은 이올코스의 왕 크레테우스가 낳은 아들로 적법한 왕위 계승자였지만 크레테우스 왕이 죽은 뒤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 펠리아스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유배되었다. 펠리아스는 아직 나이 어린 아이손이 성인이 되면 왕권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이손은 유배 생활 중에 필라코스 왕의 딸 알키메데와 결혼하여 아들 이아손을 낳았다. 하지만 그는 시시때때로 목숨을 위협하는 펠리아스에게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알키메데가 사산하였다고 속이고 이아손을 몰래 켄타우로스족의 현자 케이론에게 보내 교육시켰다.

케이론의 교육을 받으며 건장한 청년으로 자란 이아손은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가 왕위의 반환을 요구하기로 결심하고 켄타우로스들이 사는 펠리온 산을 떠나 이올코스로 갔다. 이아손은 표범가죽을 걸치고 양손에 창을 들고 왼발은 신을 신지 않은 맨발의 차림이었다. 그의 한쪽 발이 맨발인 것은 아이톨리아 지방 전사들의 오랜 관습이라고도 하고, 이올코스로 오는 도중에 노파로 변신한 헤라를 업고 시냇물을 건너다 한쪽 신발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헤라 여신이 이올코스로 가는 이아손 앞에 나타난 이유는 펠리아스에 대한 미움 때문이었다. 펠리아스는 어머니 티로를 박해하는 계모 시데로를 죽일 때 헤라 여신의 신전 안에까지 쫓아 들어가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그 뒤로도 헤라 여신에 대한 숭배에 소홀하여 여신의 분노를 샀다(→‘펠리아스’ 참조). 이아손이 귀국길에 오르자 헤라는 그를 시험해보려고 일부러 노파로 변신해서 자신을 업고 급류를 건너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때 이아손은 갈 길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노파를 건네주어 헤라의 신임을 얻게 된다.

한쪽 신발만 신고 있는 아이올로스의 자손에게 살해당할 거라는 신탁을 듣고 두려워하던 펠리아스는 도시에 실제로 그런 젊은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아손을 궁궐로 불러들였다. 이아손은 펠리아스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찾아온 목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에게 왕위를 되찾으려면 절대로 잠들지 않는 용이 지키고 있는 콜키스의 황금양털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이아손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절대로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아손은 펠리아스의 조건을 수락한다. 이아손은 머나먼 콜키스의 황금양털을 가져오기 위해 아테나 여신의 도움을 얻어 50개의 노가 달린 전대미문의 거대한 배를 만드는 한편 그리스 각지에서 모험에 동참할 영웅들을 불러 모아 아르고호 원정대를 결성하였다.

아르고호라는 배의 이름은 빠르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아르고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하고 배를 건조한 장인 아르고스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프릭소스’ 참조). 아르고호의 뱃머리는 도도네의 신성한 떡갈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아테나 여신은 자신이 직접 다듬은 이 목재에 예언하는 능력까지 부여하였다.

아르고호 원정대 모집

아르고호 원정대 모집 아티카 적색상도기, 기원전 460년, 루브르 박물관

아르고호 원정대에 참여한 영웅들

이아손의 아르고호 원정대에 참여한 영웅들의 면모는 전승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체로 그 숫자는 아르고호에 달린 노의 수와 비슷한 50명 정도로 여겨진다. 아르고호 원정대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헌으로 꼽히는 기원전 2세기 경 그리스의 문법학자 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와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원정대의 주요 인물은 다음과 같다.

이아손: 아르고호 원정대의 결성자이자 리더.
• 아르고스: 아르고호의 건설자. 아르고스가 콜키스에 황금양털을 가져다준 프릭소스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아레스토르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 티피스: 하그니스의 아들로 아르고호의 키잡이.
에르기노스: 포세이돈의 아들로 티피스가 죽은 뒤 아르고호의 키잡이가 되었다.
오르페우스: 아폴론의 아들로 리라의 명수. 아르고호가 세이레네스의 섬을 지날 때 그의 음악 덕분에 세이레네스의 노래에 현혹되지 않고 무사히 항해할 수 있었다.
몹소스: 원정대의 예언자. 아르고호에 승선한 예언자는 그 외에도 암피아라오스이드몬이 있다.
제테스칼라이스: 북풍 보레아스의 쌍둥이 아들로 어깨에 날개가 달려 있다.
카스토르폴리데우케스: 제우스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로 디오스쿠로이라고 불렸다. 디오스쿠로이는 ‘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뜻이다.
• 이다스와 린케우스: 메세네 왕 아파레우스의 쌍둥이 아들. 나중에 디오스쿠로이 형제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헤라클레스: 미소년 힐라스와 함께 참여했다가 힐라스가 실종된 뒤 그를 찾기 위해 원정대에서 빠진다.
네스토르: 넬레우스의 아들로 트로이 전쟁에도 참여하였다. 장수와 노년의 지혜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라에르테스: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 영웅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 텔라몬: 펠레우스의 형제이자 영웅 아이아스의 아버지.
멜레아그로스: 칼리돈의 왕 오이네우스의 아들로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을 개최한 인물.
아카스토스: 펠리아스의 아들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정에 참여하였다.
오이디푸스: 테바이 왕 라이오스의 아들. 친어머니와 근친상간의 저주를 받은 인물. 오이디푸스콤플렉스의 주인공.
아탈란테: 처녀 사냥꾼. 펠리아스의 장례 경기에서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와 씨름을 겨루어 승리함. 유일한 여성 참여자라고도 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이아손이 승선을 거부하였다고도 한다.

콜키스로의 여정

집결지는 이올코스였다. 영웅들을 태운 아르고호는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항구를 출발하였다. 일행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렘노스 섬이었다. 섬에는 아프로디테의 저주로 심한 악취를 풍기는 여자들밖에 없었다. 섬의 남자들은 악취를 핑계로 바람을 피우다 모두 섬의 여자들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었다. 렘노스 섬의 여자들은 새로 도착한 아르고호의 남자들을 극진히 대접하였다. 섬의 여자들에게 빠진 원정대는 하염없이 지체하다 홀로 배에 남아 있던 헤라클레스의 경고를 듣고서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원정대가 섬에 1년이나 머물렀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전체 원정 기간이 4달 남짓인 신화의 전체 맥락에 어긋난다).

지오반니 디 루테로, 아르고호 원정대의 출발 (리비아 해안의 아이네아스와 아카테스), 1510년경

지오반니 디 루테로, 아르고호 원정대의 출발 (리비아 해안의 아이네아스와 아카테스), 1510년경 © Zenodot Verlagsgesellschaft mbH

그 다음으로 원정대는 프리기아 연안을 따라 키지코스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키지코스 왕으로부터 환대를 받은 뒤 다시 출발했지만 도중에 폭풍을 만나 어느 섬에 도착하게 된다. 섬의 주민들은 원정대를 해적으로 착각하고 공격하였고, 원정대는 그들을 싸워 물리쳐야 했다. 하지만 원정대가 죽인 사람들은 키지코스 왕과 그 부하들이었다. 아르고호는 다시 키지코스로 돌아왔던 것이다. 이 일로 원정대는 프리기아의 여신 키벨레의 노여움을 사 배를 출항시킬 수가 없었다. 여신이 항해에 필요한 바람을 멎게 했기 때문이었다. 아르고호는 예언자 몹소스의 충고에 따라 키벨레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진노를 가라앉힌 다음에야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아르고호는 그밖에도 억지로 권투 시합을 청해 방문자를 죽이는 베브리케스인들의 왕 아미코스를 권투로 때려죽이고(→‘아미코스’ 참조), 포세이돈의 아들인 장님 예언자 피네우스의 식탁을 더럽히는 괴조 하르피이아이를 물리치고(→‘피네우스’ 참조), 서로 맞부딪쳐 지나는 배를 난파시키는 움직이는 바위 ‘심플레가데스’를 무사히 통과하는 등 수많은 모험을 거친 뒤 마침내 콜키스에 도착하게 된다.

황금양털과 메데이아

하지만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이아손 일행에게 순순히 황금양털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아이에테스는 이아손의 용기와 힘을 시험해보겠다며 콧구멍에서 불을 내뿜는 황소에 멍에를 씌워 밭을 갈고 용의 이빨을 그 밭에 뿌린 다음 거기서 생겨난 무장한 병사들을 싸워 물리치라고 하였다. 이것은 물론 아이에테스가 이아손을 죽이기 위해 낸 과제였다(→‘아이에테스’ 참조). 이때 이아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바로 아이에테스 왕의 딸인 마녀 메데이아였다.

이아손에게 첫눈에 반한 메데이아는 황금양털을 얻도록 도와주겠다며 그 대신 황금양털을 가지고 돌아갈 때 자신도 데려가서 결혼해달라고 했다. 이아손은 아름다운 메데이아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일설에 따르면 메데이아가 이아손에게 그렇게 순식간에 반한 것도 헤라 여신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아손을 도와 펠리아스를 벌하기 위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부탁하여 메데이아를 사랑에 빠지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아손은 메데이아 덕분에 아이에테스 왕의 과제를 해결하고 또 그녀의 마법으로 용을 잠재운 뒤 황금양털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아손 일행은 메데이아와 함께 곧바로 콜키스를 떠났다. 메데이아는 아버지의 궁전을 몰래 떠날 때 이복동생 압시르토스를 납치해서 아르고호에 태웠다(→‘메데이아’ 참조). 그리고는 아버지가 자신들을 뒤쫓아 올 때 남동생을 죽여 그 사지를 하나씩 바다에 던졌다. 아이에테스 왕은 어린 아들의 장례를 치르려면 사지를 바닷물에서 건져낼 수밖에 없었고 이아손 일행은 그렇게 지체된 틈을 타서 추격을 벗어난다.

하지만 메데이아의 잔인한 행동에 분노한 제우스는 폭풍을 일으켜 아르고호의 항로를 가로막았다. 이아손 일행은 예언능력을 가진 떡갈나무로 만든 뱃머리가 일러준 대로 메데이아의 고모인 마녀 키르케를 찾아가서 죄를 씻어야 했다.

귀로

펠리아스에 황금양털을 가져온 이아손

펠리아스에 황금양털을 가져온 이아손 아풀리아 적색상 도기, 기원전 330년, 루브르 박물관

황금양털을 가지고 이올코스로 돌아가는 아르고호의 귀로 역시 모험으로 가득 찬 여정이었다. 원정대는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잡아먹는 세이레네스의 섬을 오르페우스의 음악 덕분에 무사히 통과하고, 무서운 괴물 스킬라카립디스가 위협하는 길을 지나 알키노오스 왕이 다스리는 코르키라에 도착하였다(→‘카립디스’ 참조).

이곳에서 그들은 아이에테스가 보낸 콜키스의 추격대와 마주쳤다. 콜키스인들은 알키노오스 왕에게 메데이아를 넘겨달라고 요구했고, 왕은 메데이아가 아직 아버지에게 속한 처녀의 몸이라면 넘겨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이아손메데이아에게 호의를 품고 있던 알키노오스의 아내 아레테 왕비는 이 사실을 두 사람에게 알리고 그날 밤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하였다. 콜키스의 추격대는 메데이아를 더 이상 데리고 갈 수 없게 되자 아이에테스 왕의 진노가 두려워 돌아가지 못하고 코르키라 섬에 남았다.

코르키라를 출발한 원정대는 거센 폭풍에 떠밀려 리비아의 사막에 표착하는 바람에 트리토니스 호수까지 배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했다. 여기서 그들은 호수의 신 트리톤의 도움으로 다시 바다로 나가는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원정대는 리비아 해안을 따라 크레타 섬에 도착했는데, 이곳에는 미노스 왕의 명에 따라 하루에 세 번씩 섬을 돌며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청동 거인 탈로스가 있었다. 탈로스는 커다란 바위를 던지며 원정대를 공격하였다. 탈로스는 청동으로 된 불사의 몸이었지만 발뒤꿈치에 박힌 못이 유일한 약점이었다. 탈로스의 몸에는 신의 피 ‘이코르’가 흐르고 있었는데 발뒤꿈치에 박힌 못을 뽑아내면 그리로 이코르가 모두 흘러나와 죽게 되기 때문이었다. 메데이아는 그를 완전한 불사신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잠들게 한 다음 발뒤꿈치의 못을 뽑아 죽였다.

크레타를 떠난 원정대는 바다 한가운데서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그러자 이아손은 빛의 신 아폴론에게 어둠 속에서 길을 보여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러자 아폴론은 빛의 화살을 쏘아 주위를 밝혀주었고, 원정대는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을 발견하고 상륙할 수 있었다. 이아손은 그 섬을 ‘아나페(계시의 섬)’라고 이름 지었다. 날이 밝은 뒤 원정대는 아폴론에게 감사를 드리고 섬을 출발하여 마침내 이올코스에 도착하였다.

이올코스에 도착한 이아손은 황금양털을 펠리아스 왕에게 넘겨준 뒤 다시 아르고호를 타고 코린토스로 가서 포세이돈에게 감사의 제물로 배를 바쳤다. 신들은 아르고호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아르고자리).

신화 해설

황금양털

이아손의 아르고호 원정대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도 언급된 유명한 사건으로, 고대인들은 아르고호 원정이 트로이 전쟁보다 더 이전 시기에 실제로 있었다고 믿었다. 이아손이 그리스 각지의 온갖 영웅들로 구성된 아르고호 원정대를 이끌고서 찾아나서는 황금양털은 신화에서 왕권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 신비한 물건에 어떤 구체적인 마력이나 힘이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황금양털이 어떤 신비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학자들은 황금양털과 아르고호 원정대의 신화를 콜키스 지방의 금과 연결시켜서 주로 해석하고 있다. 오늘날의 그루지아(조지아) 서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예로부터 금 산지로 유명했다. 고대인들은 강물에서 사금을 캘 때 양털뭉치를 물속에 넣어 금가루를 골라냈는데, 양털뭉치 사이사이에 사금이 잔뜩 달라붙은 모습은 말 그대로 황금양털이었다. 원정과 관련해서는 그리스 본토의 테살리아 지방 사람들이 주로 콜키스 지역으로 가서 금을 캤다고도 하고 두 지역 사이에 금 무역이 활발했다고도 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 신화에 아테네 여신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점을 들어 아르고호 원정이 지중해 연안에 흩어져 있는 아테네 여신의 성소를 순방하는 순례 여행을 상징한다고 종교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참고자료

  • 핀다로스, 『피티아 찬가』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아르고나우티카』
  • 히기누스, 『이야기』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