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아스

아이아스

인명이 2명 이상 존재

[ Ajax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다. 대(大)아이아스와 소(小)아이아스가 있으며, 둘 다 그리스군의 빼어난 용장이다.
대(大)아이아스의 자살

대(大)아이아스의 자살

외국어 표기 Αἴας(그리스어)
구분 영웅
상징 대(大)아이아스 - 크고 힘센 용사
소(小)아이아스 - 잔인하고 민첩한 용사
별칭 아약스
별, 별자리 트로이소행성군에 속하는 소행성: 아이아스 1404
관련 동식물 대(大)아이아스 - 아이리스
관련 사건, 인물 트로이 전쟁

아이아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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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스 인물관계도
제우스아이기나아이아코스프사마테펠레우스테티스아킬레우스
아이아스 인물관계도

트로이 전쟁과 관련하여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아이아스라는 이름을 가진 영웅이 두 사람 있다. 한 사람은 살라미스의 왕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인데 키가 크고 힘이 세어 대(大)아이아스라고도 불린다. 다른 아이아스는 로크리스의 왕 오일레우스의 아들이며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와 구별하기 위해 소(小)아이아스라고도 한다. 두 아이아스는 모두 그리스군 편에서 싸운 장수다.

신화 이야기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

살라미스의 왕 텔라몬과 페리보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일명 대(大)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그리스군에서 가장 강력한 장수로 그를 능가하는 사람은 아킬레우스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묘사된 바에 따르면 아이아스는 다른 남자들보다 훨씬 키가 큰 거한으로 그리스군의 방벽과도 같은 존재다. 대개 명예욕과 탐욕에 사로잡혀 있는 다른 영웅들과 달리 아이아스는 과묵하고 너그러운 심성의 소유자였다. 그는 전리품으로 포획한 여인 테크메사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기도 하며,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에우리사케스는 나중에 할아버지 텔라몬의 뒤를 이어 살라미스의 왕이 된다.

아이아스는 아킬레우스가 전투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트로이군의 가장 강력한 전사인 헥토르를 상대로 일대일 대결을 벌일 그리스군 전사로 선출된다. 하루 종일 계속된 싸움에서 아이아스는 나중에 헥토르에게 약간의 부상을 입히긴 하지만 결국 승패를 가리지 못한다. 두 영웅은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품은 채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간다.

아킬레우스가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 죽었을 때는 시신을 탈취하려고 사납게 달려드는 트로이군을 오디세우스와 함께 물리치며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그리스군 진영으로 운반해 온다. 아킬레우스의 장례식 때 시신을 지켜낸 공로가 가장 큰 사람에게 망자의 유물을 요구할 권리를 주는 관례에 따라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놓고 오디세우스와 말다툼이 벌어진다. 하지만 결국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언변과 지략에 능한 오디세우스의 차지가 된다.

아이아스는 당장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을 삭이지 못해 한밤중에 그리스군 장수들을 모두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아테네 여신이 광기를 불어넣는 바람에 아이아스는 양떼를 오디세우스나 아가멤논 등으로 착각하고 도륙한다. 아침에 깨어나 제정신이 든 아이아스는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겨 헥토르에게서 받은 칼로 자결한다.

아이아스의 피가 땅에 스며들자 그 자리에서 아이리스 꽃이 피어났는데 꽃잎에는 A와 I 두 글자의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 두 글자는 아이아스의 맨 앞 두 글자이기도 하고, ‘슬프다’는 뜻의 그리스 어이기도 하다. 또 오디세우스의 배가 표류하다 난파했을 때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파도에 떠다니다가 트로아스에 있는 아이아스의 무덤 부근 해변으로 떠밀려 왔는데, 신들이 불쌍히 여겨 아이아스가 그토록 고대하던 물건을 사후에라도 갖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아스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도 등장한다. 오디세우스가 귀향할 방도를 묻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갔을 때 그곳에 있는 아이아스를 보고 반갑게 다가간다. 오디세우스는 아이아스의 무공을 칭송하면서 지난 다툼을 잊어버리자고 말하지만 아이아스는 아무 대답도 없이 몸을 돌려 저승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트로이 전쟁의 와중에 장기를 두는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

트로이 전쟁의 와중에 장기를 두는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 고대 그리스의 도화가 엑세키아스의 작품, 기원전 530년, 바티칸 미술관

오일레우스의 아들 아이아스

로크리스의 왕 오일레우스와 에리오피스 사이에서 태어난 소(小)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그리스군에서 아킬레우스 다음으로 두 번째로 걸음이 날랜 장수이며 창던지기의 명수다. 소(小)아이아스는 대(大)아이아스와 달리 체구가 작았고, 성격도 완전히 딴판이어서 오만불손하고 잔인하며 호전적이었다.

트로이를 함락한 뒤에 아이아스는 자신과 그리스군 전체에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소행을 저지른다. 약탈자들을 피해 아테네 여신의 신전에 피신해 있던 프리아모스 왕의 딸 카산드라를 끌어내어 강제로 욕을 보인 것이다. 이때 카산드라는 아테네 여신의 신상을 붙잡은 채 저항하였는데 그 바람에 신상이 쓰러지고 말았다. 다른 그리스 인들은 신성모독죄를 범한 아이아스를 돌로 쳐 죽이려 했지만 이번에는 아이아스가 아테네 여신의 신전으로 피신해 신상을 부여잡고 목숨을 구한다.

이에 아테네 여신은 아이아스와 그리스 인들 모두에게 벌을 내리기로 작정하고 제우스 신에게 부탁하여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폭풍우를 일으키게 하였다. 이 폭풍우로 아이아스의 배를 포함한 그리스 인들의 많은 배들이 난파되었지만, 아이아스는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아이아스는 바위섬에 기어오른 다음 자신이 아테네 여신의 노여움을 이겨내고 무사히 살았노라고 자만을 떨었다. 그러자 아테네는 다시 포세이돈에게 아이아스를 죽여 달라고 부탁했고,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아이아스가 있던 바위를 내리쳐 그를 물속에 빠뜨렸다. 아이아스는 이번에는 물에서 살아서 나오지 못했다.

아테네 여신은 아이아스가 죽고 나서도 분노를 풀지 않고 아이아스의 동족인 로크리스 인들에게도 벌을 내린다. 트로이 전쟁에 참가했던 전사들이 귀향한 다음 로크리스에는 전염병과 흉년이 반복된 것이다. 이에 로크리스 인들은 델포이 신탁에 따라 해마다 처녀 두 명을 트로이의 아테나 신전에 보내어 봉사하게 하였는데, 트로이 인들의 눈에 띄었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처녀들은 남몰래 트로이로 들어가 아테네 신전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처녀인 채로 그곳에서 살았다. 이 관습은 그 후로도 1천 년 이상 지속되었다고 한다.

카산드라를 욕보이는 소(小)아이아스

카산드라를 욕보이는 소(小)아이아스 아티카 지방의 적색상 도기, 기원전 440~430년, 루브르 박물관

아이아스의 딜레마

대(大)아이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항상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에 이은 2인자로 묘사된다. 아킬레우스가 힘도 세고 달리기도 빠르고 머리도 좋은 만능의 천재라면, 아이아스는 엄청난 거구 때문에 조금 둔하고 미련해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힘이 세고 잘 싸우는 걸출한 용사다. 그런데 1인자 아킬레우스가 죽은 다음, 드디어 1인자의 자리에 등극할 순간 그는 허망하게 자결로 세상을 하직한다.

이유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만들어 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둘러싼 경합에서 약삭빠르고 말 잘하는 영웅 오디세우스에게 패하였기 때문이다. 관례에 따르면 죽은 용사의 갑옷은 시신을 적의 손아귀에서 지켜낸 공로가 가장 큰 용사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자신의 차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디세우스가 현란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설득하여 이를 뒤집자 분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미국의 고전학자 폴 우드러프는 공동체 안에서의 보상과 분배 문제를 이 신화에 빗대어 ‘아이아스의 딜레마’라고 명명했다. 공동체 안에서 일정한 공로를 쌓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은 사람은 명예를 얻지만, 마땅히 받아야 하는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은 분노와 모멸감을 느끼고 정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하여 좌절하게 된다. 보상과 분배의 문제를 형평성의 원칙이나 일관된 규칙을 통해 기계적으로 풀려고 할 경우 아이아스와 같은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아스의 딜레마’는 요즘 기업에 만연하는 성과주의의 폐해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일리아스』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소포클레스, 『아이아스』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폴 우드러프, 『』, 원더박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