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파이스토스

헤파이스토스

올림포스 12신

[ Hephaistus, Hephaistos, Hephaestus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다. 야금술, 금속공예, 수공업, 조각 등을 관장하며 대장장이 신으로 불린다. 절름발이에 망치와 집게 등을 손에 든 모습으로 표현되며, 아테나 여신과 함께 기술과 장인의 수호신으로 숭배된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불의 신 불카누스와 동일시된다.
헤파이스토스

외국어 표기 Ἥφαιστος(그리스어)
구분 올림포스 12신
상징 기술, 공예, 장인
어원
로마신화 불카누스
관련 상징 망치, 모루, 집게
가족관계 제우스의 아들, 헤라의 아들, 아프로디테의 남편

헤파이스토스 인물관계도

헤파이스토스 인물관계도 축소판

헤파이스토스는 헤라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혹은 남성의 도움 없이 헤라 혼자서 낳은 아들이다. 전자일 경우 헤파이스토스는 아레스, 헤베, 에일레이티이아와 형제지간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정식으로 혼인한 사이이며, 자식으로는 에리크토니오스, 팔라이몬, 아르달로스, 페리페테스 등이 언급되지만 아프로디테와 사이에서 낳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신화 이야기

출생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헤파이스토스는 헤라가 남성의 도움 없이 혼자 낳은 아들이다. 헤라는 남편인 제우스가 혼자서 아테나를 낳자 화가 나서 자신도 혼자 낳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설에 따르면 헤파이스토스는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사실 아테나는 제우스가 상대 여성 없이 혼자서 낳은 것은 아니다. 제우스는 첫 번째 아내였던 메티스를 임신시킨 뒤 그녀가 낳는 자식이 자신을 권좌에서 쫓아내리라는 예언을 피하기 위해 임신한 메티스를 통째로 집어 삼켜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두통이 너무 심해지자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하여 머리를 쪼개고 아테나를 세상에 나오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의 머리를 쪼개고 아테나를 세상에 나오게 했다는 신화는 헤라가 홀로 낳았다는 헤시오도스의 신화와 명백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절름발이가 된 헤파이스토스

제우스의 번개창을 만드는 헤파이스토스

제우스의 번개창을 만드는 헤파이스토스 파울 루벤스, 1638년, 영국 왕실 컬렉션

헤라는 아들 헤파이스토스를 낳은 뒤 아기가 너무 작고 못생긴데다 시끄럽게 울어대자 올림포스 꼭대기에서 아래로 던져버렸다. 아기는 하루 종일 추락하여 바다에 떨어졌는데, 이 때문에 절름발이가 되었다고 한다.

어린 헤파이스토스는 바다의 님페인 테티스와 에우리노메에게 구조되어 해저의 동굴에서 9년 동안 그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이때 그는 대장간 기술과 금속세공술을 배워 자신을 길러준 테티스와 에우리노메에게 아름다운 장신구들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다른 설에 따르면 헤파이스토스를 절름발이로 만든 것은 헤라가 아니라 제우스라고 한다(혹은 헤파이스토스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각각 한 번씩 모두 두 번 하늘에서 내던져지는 벌을 받았다고도 한다). 헤라와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의 박해 문제로 말다툼을 할 때 헤파이스토스가 어머니 편을 들자 제우스가 화가 나서 하늘에서 던져버렸다는 것이다.

헤파이스토스는 하루 종일 추락하여 렘노스 섬에 떨어졌고, 섬에 살고 있던 신티에스 족(렘노스로 이주해온 트라키아인들)에게 구조되어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 후로 다리를 절룩거리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답례로 섬사람들에게 금속세공술을 가르쳐주고 그 섬의 수호신이 되었다. 렘노스 섬은 지금도 금속세공술로 유명하다.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

성인이 된 헤파이스토스는 불을 다루어 야금을 하고 금속을 세공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올림포스 주요신의 반열에 오른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모두 손재주가 뛰어난 헤파이스토스를 소중히 여겼다. 신들이 사는 호화로운 궁전, 장신구, 무기와 갑옷 등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제우스의 번개,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 아폴론아르테미스의 활과 화살 등이 모두 그가 만들어 준 것이고, 어릴 적에 자신을 구해준 테티스의 부탁으로 그녀의 아들 아킬레우스를 위해 갑옷도 제작하였다. 신들과 기간테스의 전쟁 때는 벌겋게 달군 쇳덩이를 던져 직접 거인 미마스(혹은 클리티오스)를 죽이기도 했다.

테티스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건네는 헤파이스토스

테티스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건네는 헤파이스토스 아티카 적색상 도기, 기원전 480년경, 베를린 구(舊)박물관

일설에 따르면 제우스가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와 인간을 벌하기 위하여 최초의 여성 판도라를 만들기로 했을 때도 그 일을 헤파이스토스에게 맡겼다고 한다. 프로메테우스를 카우카소스 산에 묶어 놓고 독수리로 하여금 간을 쪼아 먹게 할 때도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에게 지시하여 사슬을 만들게 했다.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은 모스킬로스 화산이 있는 렘노스 섬에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곳에는 외눈박이 거인인 키클로페스가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로마신화에서 헤파이스토스는 불카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에트나 화산이 있는 시칠리아, 혹은 베수비오 화산이 있는 캄파니아 등지가 그의 작업장이라고 한다. 헤파이스토스의 성지로는 그밖에도 소아시아의 카리아, 리키아 지방도 언급된다.

헤라에게 복수한 헤파이스토스

헤파이스토스는 추한 아들이 보기 싫어 올림포스 산에서 던져버린 무정한 어머니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발휘하여 복수하였다. 그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옥좌를 만들어 어머니 헤라에게 선물하였는데, 그 옥좌에는 누구든 거기에 앉는 사람을 보이지 않는 사슬로 꽁꽁 묶어버리는 은밀한 장치가 달려 있었다. 헤라는 아들이 보낸 화려한 의자가 마음에 들어 덥석 앉았다가 옥좌에 포박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런데 헤라를 묶고 있는 사슬은 헤파이스토스 말고는 다른 어떤 신도 풀 수가 없었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는 어서 포박을 풀어달라는 어머니의 명령이나 다른 신들의 부탁에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한 것은 디오니소스였다. 디오니소스는 헤파이스토스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그를 설득하여(혹은 사슬을 푸는 열쇠를 훔쳐서) 헤라를 풀어주었다.

아내의 간통을 응징한 헤파이스토스

제우스는 아들 헤파이스토스를 하늘에서 떨어뜨려 절름발이로 만든 것이 미안하여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주었다(다른 설에 따르면 헤파이스토스의 아내는 우미의 여신 카리테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카리스, 혹은 자매 중 막내인 아글라이아라고 한다. 모두 대단히 아름다운 여신들이다). 헤파이스토스는 솜씨 좋은 대장장이였을 뿐만 아니라 신들이 주문하는 일을 혼자 도맡아 하면서도 불평 한 번 하지 않는 성실한 장인이었지만 추한 모습과 절룩거리는 다리 때문에 늘 조롱의 대상이었다. 아프로디테는 곧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바람을 피웠고, 둘 사이에서는 여러 명의 자식도 태어났다.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 프랑수아 부셰, 1757년, 루브르 박물관

세상의 모든 일을 환히 알고 있는 태양신 헬리오스로부터 두 사람의 간통 사실을 전해들은 헤파이스토스는 미칠 듯이 분노했지만 아내 앞에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들어 아내의 침대에 설치하고는 렘노스 섬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섰다. 남편이 집을 비우자 아프로디테는 곧 아레스를 불러들여 침대로 갔고, 두 사람은 헤파이스토스가 쳐 놓은 그물에 꼼짝없이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모든 신들을 불러 이 광경을 구경시키면서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에게 모욕을 주었다. 보다 못한 포세이돈이 둘을 풀어주도록 헤파이스토스를 설득하였고, 헤파이스토스는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아레스의 다짐을 받고 나서야 그물을 풀어주었다.

루이 장 프랑수아 라그레네 1세, 불카누스의 등장에 놀라는 마르스와 비너스, 18세기경

루이 장 프랑수아 라그레네 1세, 불카누스의 등장에 놀라는 마르스와 비너스, 18세기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루카 지오르다노, 불카누스의 대장간에 온 비너스와 아레스, 17세기경

루카 지오르다노, 불카누스의 대장간에 온 비너스와 아레스, 17세기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처녀신 아테나 파르테노스와 에리크토니오스

아테나는 처녀성을 끝까지 지킨 여신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아테나의 이름에는 종종 ‘파르테노스’라는 별칭이 붙는다. 파르테노스는 ‘처녀’라는 뜻이며, 아테나의 신전은 파르테논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처녀신 아테나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아들의 아버지는 다름 아닌 헤파이스토스였다. 그런데 그녀가 아들을 얻게 된 연유가 조금 특이하다.

귀스티니아니의 아테나

귀스티니아니의 아테나 그리스의 아테나 여신상을 복제한 로마시대 작품. 아래의 뱀은 에리크토니오스를 상징한다.

샤를 조제프 나투아르, 아이네이아스를 위한 무기를 불카누스에게 청하는 비너스, 18세기경

샤를 조제프 나투아르, 아이네이아스를 위한 무기를 불카누스에게 청하는 비너스, 18세기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아테나는 전쟁에 쓸 무기를 얻기 위해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을 찾아갔는데, 마침 아프로디테에게 버림받은 헤파이스토스가 아테나에게 반해서 그녀를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려 했다. 하지만 아테나는 끝내 거절하였고, 욕정을 주체하지 못한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의 다리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불쾌해진 아테나는 양털로 헤파이스토스의 정액을 닦아서 땅에 던졌는데, 이로 인해 대지가 임신하여 에리크토니오스가 태어난다. 에리크토니오스는 ‘대지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에리크토니오스의 친모는 가이아인 셈이다. 하지만 가이아는 뜻밖에 생긴 아이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아테나는 가이아의 성화에 아이를 거두어 아들로 삼았다.

여신은 아이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뱀이 지키는 바구니에 넣어 케크롭스의 딸들에게 맡기며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케크롭스의 딸들은 바구니를 열어보고는 뱀이 아기를 휘감고 있는 모습에 놀란 나머지 실성하여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투신하여 죽었다.

아테나는 하는 수 없이 에리크토니오스를 바구니에서 꺼내서 파르테논 신전에서 길렀고,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아테네의 왕이 된 에리크토니오스는 아버지처럼 다리가 불편하였지만 뛰어난 손재주도 물려받아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발명하였다고 한다.

그밖에도 헤파이스토스에게는 여러 명의 자식이 있었다고 한다. 아르고호 원정대의 일원인 팔라이몬, 전설적인 조각가 아르달로스, 테세우스의 모험에 등장한 유명한 도적 페리페테스 등인데 헤파이스토스의 자식들은 대부분 아버지처럼 다리가 불편했다.

헤파이스토스 인물관계도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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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파이스토스 인물관계도
우라노스가이아히페리온므네모시네크로노스레아오케아노스테티스헤스티아포세이돈하데스데메테르헤라제우스메티스헤베에일레이티이아아레스아프로디테아테나페리페테스에리크토니오스

헤파이스토스는 헤라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혹은 남성의 도움 없이 헤라 혼자서 낳은 아들이다. 전자일 경우 헤파이스토스는 아레스, 헤베, 에일레이티이아와 형제지간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정식으로 혼인한 사이이며, 자식으로는 에리크토니오스, 팔라이몬, 아르달로스, 페리페테스 등이 언급되지만 아프로디테와 사이에서 낳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일리아스』
  •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 헤시오도스, 『일과 날』
  •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아르고나우티카』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