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

영웅

[ Heracles ]

요약 그리스 신화 최고의 영웅이다. 제우스가 페르세우스의 후손인 알크메네와 결합하여 얻은 아들로, 질투에 사로잡힌 헤라 여신의 집요한 박해를 받으며 용맹과 지혜를 겸비한 위대한 영웅으로 성장한다. 헤라클레스는 죽은 뒤 신의 반열에 올랐으며, 도리스 족의 시조신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을 걸치고 몽둥이를 든 모습으로 표현된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7세기경

페테르 파울 루벤스,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7세기경

외국어 표기 Ἡρακλῆς(그리스어)
구분 영웅
상징 힘, 용기, 지혜, 사내다움
어원 헤라의 영광
별칭 알키데스, 알카이오스
별, 별자리
관련 상징 사자 가죽, 몽둥이
관련 사건, 인물 헤라클레스의 12과업

헤라클레스 인물관계도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와 결합하여 낳은 아들이다. 알크메네와 암피트리온 사이에서는 아들 이피클레스와 딸 페리메데가 태어난다. 헤라클레스는 테스피오스의 딸들에게서 얻은 50명의 아들을 비롯하여 메가라, 데이아네이라, 옴팔레 등 숱한 여인들에게서 수없이 많은 자식을 얻었다. ‘헤라클레이다이’라고 불리는 헤라클레스의 자식들 중 우두머리는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힐로스이다. 힐로스가 이끄는 헤라클레이다이는 몇 세대에 걸친 펠로폰네소스 원정을 통해 결국 그곳에 정착한다.

신화 이야기

탄생

헤라클레스의 탄생

헤라클레스의 탄생 장 자크 프랑수아 르 바르비에, 1807년에 파리에서 출간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수록된 삽화

미케네 왕족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는 미모와 지혜 면에서 견줄 이가 없는 여인이었다. 알크메네에게 반한 제우스는 암피트리온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에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의 침실에 들었다.

제우스는 알크메네의 의심을 풀기 위해 전리품을 선물로 주고 마치 실제로 싸운 듯 전쟁터에서의 이야기도 들려주었으며, 훌륭한 영웅을 잉태시키기 위해 하룻밤을 세 배로 늘이며 기나긴 밤을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날 전쟁터에서 돌아온 암피트리온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내와 잠자리를 가졌고, 얼마 뒤 알크메네는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이들이 헤라클레스와 이피클레스다.

알크메네가 헤라클레스를 임신하자 제우스는 크게 기뻐하며 얼마 뒤에 태어날 페르세우스의 후손이 미케네의 통치자가 될 거라고 말했다.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알크메네가 페르세우스의 후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페르세우스의 아들인 미케네 왕 스테넬로스의 아내도 아들 에우리스테우스를 임신하고 있었다.

알크메네를 질투한 헤라는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에게 지시하여 헤라클레스의 탄생은 늦추고 에우리스테우스는 일곱 달 만에 세상에 나오게 하였고, 그 덕분에 제우스가 예언한 미케네의 통치권은 에우리스테우스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자신에게 왕위 계승의 권리가 있다고 여기며 늘 에우리스테우스의 왕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뱀을 죽인 아기 헤라클레스

알크메네가 무사히 출산을 하자 헤라 여신은 어린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쌍둥이가 누워 있는 방으로 독사 두 마리를 보냈다. 어린 아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들은 암피트리온이 칼을 빼들고 방으로 가보니 이피클레스는 새파랗게 겁에 질려 울고 있는데 헤라클레스는 양 손에 뱀을 한 마리씩 쥐고 있었다. 뱀들은 목이 졸려 죽어 있었다. 이때 헤라클레스는 태어난 지 겨우 열 달이었다. 암피트리온은 이 광경을 보고 이피클레스만이 자신의 피를 이은 아들이고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란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뱀을 죽이는 헤라클레스와 겁에 질린 이피클레스

뱀을 죽이는 헤라클레스와 겁에 질린 이피클레스 고대 그리스 도기 그림, 기원전 470년경. 루브르 박물관

한 전설에 따르면 제우스는 아들 헤라클레스에게 신들과 같은 불사의 몸을 주기 위해 헤라의 젖을 먹이려고 한 적이 있었다. 제우스는 헤라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어린 헤라클레스를 헤라의 가슴으로 데려가 젖을 물렸는데, 아기의 젖 빠는 힘이 너무 세서 그만 헤라가 잠에서 깨고 말았다. 깜짝 놀란 헤라가 아이를 떼어내자 가슴에서 하얀 젖이 하늘로 뿜어져 나와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서양에서는 은하수를 젖에 비유한다).

은하수의 기원

은하수의 기원 틴토레토, 1575년. 내셔널 갤러리, 런던

교육

헤라클레스의 교육에는 켄타우로스족의 현자 케이론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참여하였다. 양부(養父) 암피트리온은 말과 전차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궁술의 명인인 오이칼리아 왕 에우리토스는 활 쏘는 법, 디오스쿠로이의 한 명인 카스토르는 무기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오르페우스의 형제로 알려진 리노스는 음악을 담당하여 헤라클레스에게 리라 연주를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음악에 소질이 없었던 헤라클레스는 늘 리노스에게 꾸중을 들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리노스가 너무 심한 벌을 내리자 헤라클레스는 분을 참지 못하고 그를 때려죽이고 말았다. 이 일로 헤라클레스는 법정에 서게 되었지만 크레타의 입법자 라다만티스의 판결문을 인용하여 자신을 성공적으로 변론하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암피트리온은 헤라클레스가 또 다시 그와 같은 행동을 할 것을 두려워하여 키타이론 산으로 보내 양을 치게 하였다. 이곳에서 헤라클레스는 18세가 되던 해에 두 명의 아름다운 님페의 방문을 받게 되는데, 그들은 헤라클레스에게 인생의 목적을 자신들의 이름 가운데서 선택하라고 하였다. 그들의 이름은 쾌락과 미덕이었다. 쾌락을 선택하면 언제나 즐겁고 안락한 삶을 얻을 수 있고, 미덕을 선택하면 살아가는 동안 숱한 고난을 겪지만 후에는 불멸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고심 끝에 미덕을 선택하였다.

테스피오스의 딸 50명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한 헤라클레스가 세운 첫 번째 업적은 테스피오스 왕의 가축을 해치는 키타이론 산의 사자를 퇴치한 것이다. 사자를 잡기 위해 헤라클레스는 테스피오스 왕의 궁에 50일간 머물며 날마다 사냥에 나섰다. 그런데 평소에 영웅 헤라클레스를 흠모하던 테스피오스 왕은 자신의 딸 50명(테스피아데스)을 밤마다 헤라클레스의 침실에 들여보내 영웅의 혈통을 이어받은 손자를 얻고자 했다. 하루 종일 사냥에 지친 헤라클레스는 매일 밤 같은 여자와 자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일설에는 사자를 잡아주는 대가로 왕이 헤라클레스에게 딸 50명을 약속하였다고도 한다. 딸들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모두 영웅의 아들을 임신하여 50명의 테스피아다이(테스피오스의 후손)를 낳았다.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헤라클레스는 50명의 딸들과 하룻밤(혹은 7일 밤)에 모두 관계를 가졌는데, 그 중 한 명만은 헤라클레스와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처녀로 남았다고 한다. 이 딸은 영웅과의 잠자리를 거부한 벌로 나중에 헤라클레스의 신전을 지키는 여사제가 되었다. 하지만 대신 다른 딸이 쌍둥이를 낳아 테스피아다이의 수는 그대로 50명이 되었다.

훗날 헤라클레스는 조카 이올라오스에게 명령하여 테스피아다이 모두(혹은 그 중 40명)를 이끌고 사르디니아로 건너가서 식민지를 건설하게 하였다고 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의 광기

헤라클레스의 광기 일명 마드리드 크라테르. 적색상 도기, 기원전 350년경. 마드리드 고고학 박물관

키타이론 산의 사자 사냥을 끝낸 헤라클레스는 돌아오는 길에 테바이를 괴롭히던 이웃나라 오르코메노스를 물리쳐주고 그 공로로 테바이 왕 크레온의 딸 메가라 공주와 결혼하게 되었다. 헤라클레스와 메가라 사이에서는 세 아들도 태어났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잠시 테바이를 떠나 있는 동안 에우보이아 출신의 리코스라는 자가 테바이로 쳐들어왔다. 그는 크레온 왕을 죽이고 테바이를 점령한 다음 메가라와 그 자식들마저 죽이려 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헤라클레스가 돌아와 리코스를 죽이고 처자식을 구할 수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렸는데, 이를 본 헤라가 다시 질투심에 사로잡혀 헤라클레스를 미치게 만들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헤라클레스는 메가라와 세 아들을 활로 쏘아 죽인 뒤, 이를 말리는 암피트리온마저 죽이려 했다.

그러자 아테나 여신이 개입하여 헤라클레스를 깊은 잠에 빠뜨렸다. 잠에서 깨어나 제 정신을 찾은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이를 저지하였다.

열두 가지 과업

델포이의 신탁은 헤라클레스에게 처자식을 죽인 죄를 씻으려면 미케네로 가서 에우리스테우스의 노예가 되어 그가 시키는 일들을 하라고 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헤라클레스의 엄청난 힘과 왕위 계승권을 두려워하던 에우리스테우스는 그에게 열 가지의 몹시 어려운 과업을 부과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헤라클레스를 그리스 최고의 영웅으로 만들어 신의 반열에 오르게 해준다. 에우리스테우스가 애당초 부과했던 열 가지 과업은 그가 두 가지 과업의 성과를 부정했기 때문에 두 가지가 추가되어 열두 가지 과업이 되었다. 열두 가지 과업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과업은 불사의 몸을 타고난 네메아의 사자를 죽이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이 과업을 해결하고 난 뒤 사자의 가죽을 갑옷으로 걸치고 다녔는데, 이 사자 가죽은 헤라클레스의 힘과 용기를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이 과업을 달성하자 너무나 두려워진 나머지 이후로는 전령 코프레우스를 통해서 헤라클레스에게 다음 과업을 전달했다.

두 번째 과업은 머리가 아홉 개인 괴수 히드라를 죽이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괴수의 머리를 아무리 칼로 베어도 금방 다시 생겨나자 머리를 자른 뒤 불로 지지는 방식으로 괴수를 죽일 수 있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이때 헤라클레스가 조카 이올라오스를 마부로 데려갔다고 해서 성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 번째 과업은 아르테미스 여신이 보호하는 케리네이아의 암사슴을 산 채로 잡아 오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을 피하기 위해 미리 여신에게 사슴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다시 데려오겠다고 약속하고 사로잡는다.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사슴을 다시 풀어 주었기 때문에 이 역시 성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네 번째 과업은 에리만토스의 거대한 멧돼지를 잡아오는 것이었다. 이때도 에우리스테우스는 처음에 사자를 잡아 왔을 때처럼 겁을 집어먹고 청동 항아리 속에 숨어 있었다.

항아리에 숨은 에우리스테우스

항아리에 숨은 에우리스테우스 아티카 적색상 도기, 기원전 510년, 루브르 박물관

다섯 번째 과업은 아우게이아스 왕의 축사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영웅 헤라클레스를 지저분한 몰골로 만들어 모욕을 주고자 했지만 헤라클레스는 강의 물줄기를 돌려 축사를 단숨에 청소해 버린다.

여섯 번째 과업은 스팀팔로스 호수의 괴조(怪鳥)를 퇴치하는 것이었고, 일곱 번째 과업은 크레타의 황소를 잡아오는 것이었다. 에우리스테우스가 나중에 이 황소를 다시 풀어 주는 바람에 그리스 인들은 커다란 곤경을 겪어야 했다.

여덟 번째 과업은 트라케의 왕 디오메데스의 사람 잡아먹는 사나운 말들을 사로잡아 오는 것이었고, 아홉 번째 과업은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딸 아드메테가 그 허리띠를 갖고 싶어 하자 그 일을 헤라클레스에게 맡겼다.

열 번째 과업은 게리온의 소를 빼앗아 오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열 가지 과업을 모두 처리했지만, 에우리스테우스는 이 중에서 두 개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두 가지 과업을 추가로 부과하였다.

열한 번째 과업은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서 황금 사과를 훔쳐 오는 것이었고, 열두 번째 과업은 하데스 왕국의 출입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를 잡아 오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가 모든 과업을 달성하자 에우리스테우스는 그를 노예 신분에서 풀어 주었고, 헤라클레스는 테바이로 돌아갔다.

헤라클레스의 트로이 원정

라오메돈이 트로이를 다스리고 있을 때 아폴론포세이돈제우스에게 반항한 죄로 1년간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해 찾아왔다. 라오메돈은 두 신에게 트로이 성벽의 건설을 지시하였고, 성이 완성되면 두둑한 보상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성벽이 완공되고 나자 라오메돈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화가 난 신들은 트로이에 재앙을 내렸다. 아폴론은 도시에 역병을 내렸고, 포세이돈은 거대한 바다 괴물을 보내 사람들을 괴롭혔다. 견디다 못한 라오메돈이 신탁에 문의하자 그의 딸 헤시오네를 제물로 바쳐야만 재앙을 끝낼 수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라오메돈은 하는 수 없이 딸 헤시오네를 바닷가 바위에 사슬로 묶어 제물로 바쳤다.

헤시오네가 사슬로 묶인 채 바다괴물에게 잡아먹히려는 순간 때마침 트로이 해안에 도착한 헤라클레스가 이 광경을 보고는 괴물을 죽이고 헤시오네를 구출했다. 라오메돈은 감사의 뜻으로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의 신마를 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라오메돈은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우스 왕이 부과한 12과업을 모두 끝낸 뒤 군대를 몰고 트로이로 쳐들어가 라오메돈과 그의 자식들을 막내아들 포르다케스와 헤시오네만 남기고 모두 죽였다.

헤라클레스는 트로이로 직접 쳐들어오기 전에 텔라몬과 이피클로스를 사절로 보내 약속의 이행을 요구했는데 라오메돈은 이들을 감옥에 가두고 죽이려 했다. 이때 텔라몬과 이피클로스를 탈출시켜 준 사람이 바로 라오메돈의 막내아들 포르다케스였다. 헤라클레스는 라오메돈과 그 자식들을 몰살한 뒤 포르다케스를 트로이의 새 왕으로 옹립하고, 헤시오네는 텔라몬에게 아내로 주었다. 그 뒤 포르다케스는 이름을 프리아모스로 바꿨다. 프리아모스는 ‘나는 산다’는 뜻이다.

에우리토스의 궁술 시합

오이칼리아의 왕 에우리토스는 활쏘기 시합에서 그 자신과 자신의 아들들을 이기는 자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딸 이올레를 신부로 주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궁술의 명인으로 손꼽히는 에우리토스와 그의 아들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에우리토스가 딸을 너무 사랑하여 남에게 내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마침 홀몸이었던 헤라클레스는 궁술 시합에 참가하여 에우리토스 부자를 꺾고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에우리토스는 헤라클레스가 광기에 사로잡혀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죽인 사실을 들어 딸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그가 언제 또 미쳐서 딸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핑계였다. 헤라클레스는 이 일로 에우리토스에게 원한을 품게 된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화가 나서 오이칼리아를 떠난 직후 에우리토스의 암말 몇 마리가 사라진 것이 발견되었다. 에우리토스는 헤라클레스를 의심하였지만 그를 존경하던 왕의 아들 이피토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실제로 에우리토스의 암말들을 훔친 장본인은 도둑질의 명수 아우톨리코스였다고 한다).

이피토스는 영웅의 무죄를 직접 밝히기 위해 사라진 암말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피토스는 티린스에 머물고 있던 헤라클레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가 그만 그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만다. 헤라클레스는 이피토스를 성벽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였는데, 그가 다시 광기에 사로잡혀 그랬다는 설도 있고, 이피토스가 말을 훔친 범인으로 자신을 의심한다고 여겨 화가 나서 죽였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이 살인죄를 씻기 위해 헤라클레스는 헤르메스 신에 의해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에게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여장을 한 헤라클레스

옴팔레의 노예가 된 헤라클레스는 그녀의 왕국에 들끓는 숱한 강도와 괴물들을 물리치고 왕국을 적들의 침략에서 방어하였다. 옴팔레는 새 노예의 공적에 감탄하였고, 그가 헤라클레스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그와 결혼하였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라모스, 아겔라오스, 티르세노스 등의 아들이 태어났다.

옴팔레와 결혼한 헤라클레스는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이제까지의 영웅의 면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옴팔레의 궁에서 헤라클레스는 여인의 옷을 입고 물레질 같은 여자들의 일을 하며 지낸 반면에, 옴팔레는 헤라클레스의 사자가죽 옷을 걸치고 올리브나무 방망이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노예로 봉사하는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우스꽝스런 행동을 깨닫고 옴팔레의 궁을 떠나 다시 그리스로 돌아갔다.

데이아네이라와의 결혼

헤라클레스는 12과업 중 하나인 저승의 개 케르베로스를 지상으로 데려오기 위해 하데스의 나라로 갔을 때 멜레아그로스를 만났는데, 멜레아그로스는 자신이 죽고 나서 슬픔에 잠겨 지내는 누이동생 데이아네이라를 걱정하면서 헤라클레스에게 그녀와 결혼하여 돌봐달라고 부탁하였다. 멜레아그로스가 죽은 뒤 슬픔에 잠긴 그의 누이들은 모두 아르테미스 여신에 의해 뿔닭으로 변했지만(→‘멜레아그로스’ 참조), 디오니소스의 딸로 알려진 데이아네이라와 고르게는 디오니소스에 의해 곧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지상으로 돌아온 헤라클레스는 멜레아그로스의 청을 들어주기 위해 칼리돈으로 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경쟁자가 있었다. 강의 신 아켈로오스였다. 헤라클레스와 아켈로오스는 레슬링 경기에서 승리하는 자가 아름다운 데이아네이라를 차지하기로 했다. 아켈로오스는 육중한 황소로 변신하며 거세게 달려들었지만 헤라클레스는 그의 뿔을 부러뜨리며 승리를 거두고 데이아네이라의 남편이 되었다.

네소스의 사랑의 미약

헤라클레스는 칼리돈에서 장인 오이네우스 왕이 테스프로티아인들과 벌인 전쟁을 돕기도 하고 아내에게서 아들 힐로스도 얻으며 한동안 잘 살았지만 뜻하지 않게 왕의 측근을 죽이게 되면서 칼리돈을 떠나야 했다. 헤라클레스는 데이아네이라와 아들을 데리고 트라키스로 향했다. 헤라클레스 일행이 에우에노스 강에 이르렀을 때 켄타우로스 족인 네소스가 나타나 물살이 거세니 자신이 데이아네이라를 등에 태워 건네주겠다고 했다(일설에 따르면 네소스는 에우에노스 강가에서 뱃사공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예전에 네소스와 불화가 있었지만 호의를 받아들여 아내를 그의 등에 태웠다. 하지만 강을 건넌 네소스는 데이아네이라를 겁탈하려고 했다. 이를 본 헤라클레스는 강 건너편에서 활을 쏘아 네소스를 맞혔다. 그런데 헤라클레스의 활에는 히드라의 독이 발라져 있었으므로 활에 맞은 네소스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네소스는 죽어가면서 데이아네이라에게 치명적인 거짓말을 한다. 그는 자기 죄를 뉘우치는 척하면서 자신의 피에는 식어버린 사랑을 되살리는 힘이 있으니 남편이 변심했을 때 자신의 피를 남편의 옷에 발라서 입히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말을 그대로 믿고는 그의 피를 병에 담아 보관하였다.

다른 전승에 따르면 네소스는 자신이 데이아네이라를 겁탈하려다 흘린 정액과 피를 섞으면 식어버린 사랑을 되돌릴 수 있는 ‘미약(媚藥)’이 만들어진다고 데이아네이라에게 거짓말을 하였다고 한다.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말대로 네소스의 피와 정액을 병에 담아 그것을 사랑의 묘약으로 알고 간직하였다.

헤라클레스의 최후

트라키스에 도착한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는 케익스 왕의 환대를 받으며 한동안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데이아네이라의 행복은 남편이 오이칼리아로 쳐들어가서 아름다운 공주 이올레를 데려오면서 깨지고 말았다. 헤라클레스가 오이칼리아에서 이올레를 데려온 것은 에우리토스에게 복수하고 빼앗긴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것이었지만, 데이아네이라는 남편 헤라클레스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라고 여겼다.

남편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한 데이아네이라는 보관해두었던 네소스의 피를 남편의 옷에 발랐다. 그러나 네소스의 피에는 헤라클레스의 화살에 묻어 있던 히드라의 맹독이 스며들어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아내가 건네준 히드라의 독이 발라진 옷을 아무런 의심 없이 입었다.

옷이 살에 닿자 히드라의 독은 삽시간에 헤라클레스의 온몸에 퍼졌다. 헤라클레스는 깜짝 놀라며 옷을 벗으려 하였지만 옷은 이미 헤라클레스의 살 속으로 파고들어 벗어버릴 수가 없었다. 옷을 몸에서 강제로 떼어내려 하자 살이 뜯겨져 나갔다. 데이아네이라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헤라클레스는 극심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오이타 산 위에 장작더미를 쌓고 그 위에 누운 뒤 부하들에게 불을 붙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헤라클레스가 누운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려 하지 않았다. 오직 필록테테스만이 나서서 헤라클레스의 지시를 따랐다. 헤라클레스는 감사의 표시로 그에게 자신의 활과 화살을 주고 나서 산 채로 불길에 휩싸였다. 이로써 헤라클레스는 이미 죽은 자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신탁의 예언대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불길 속에서 올림포스로 승천하여 신의 반열에 들었다. 헤라클레스의 극심한 고통은 헤라 여신의 마음을 누그러뜨렸고, 신이 된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딸인 청춘의 여신 헤베와 결혼하였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일리아스』
  • 헤시오도스, 『헤라클레스의 방패』
  • 헤로도투스, 『역사』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