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

헤르메스

올림포스 12신

[ Hermes ]

요약 올림포스 12주신에 속하는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티탄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혹은 산의 님페라고도 한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전령의 신이자 여행의 신, 상업의 신, 도둑의 신이다.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날개 달린 신을 신고 두 마리 뱀이 감겨 있는 독수리 날개가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다. 헤르메스는 지상에서부터 지하까지 가지 못할 곳이 없다. 그는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지하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드리옵스의 딸 페넬로페 혹은 드리옵스와 사이에서 판을 낳았고, 아프로디테와 사이에서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았다.
양 위에 앉아있는 헤르메스

양 위에 앉아있는 헤르메스

외국어 표기 Ἑρμῆς(그리스어)
구분 올림포스 12신
어원 돌무더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헤르마(Herma)에서 유래. 그리스에서 돌무더기는 이정표나 경계석을 의미한다.
별칭 안겔로스(Angelos, 전령), 아르게이폰테스(Argeipnontes, 아르고스를 죽인 자), 크리오포레스(Kriophores, 양을 짊어진 자), 프시코폼포스(Psychopomppos, 영혼의 안내자), 프시코스타시아(Psychostasia, 영혼의 무게를 다는 자)
로마신화 메르쿠리우스(Mercurius)
별, 별자리
관련 상징 날개 달린 모자(페타소스 Petaso), 날개 달린 신발(탈라리아 Talaria), 뱀 두 마리가 휘감고 있는 날개 달린 지팡이(그리스어: 케리케이온 kerykeion, 라틴어: 카두케오스 Caduceus, 헤럴드의 지팡이 "herald's staff"), 헤럴드(herald), 수은(Mecury), 연금술, 상인(merchant)
가족관계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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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인물관계도

판과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헤르메스의 자식들이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자식인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자웅동체이다.

페타소스

페타소스

케리케이온

케리케이온

날개 달린 신발

날개 달린 신발

신화 이야기

헤르메스, 아폴론과 만나다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는 낙원 아르카디아 남쪽에 있는 킬레네 산의 동굴에서 태어났다. 수많은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제우스는 이번에는 티탄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혹은 님페라고도 한다.)를 사랑한다.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마이아를 자주 찾아간다. 이들의 사랑의 결실로 헤르메스가 태어난다.

헤르메스와 그의 어머니 마이아

헤르메스와 그의 어머니 마이아

헤르메스는 태어난 날부터 조숙하고 민첩하고 활동적이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기어나와 마케도니아의 피에리아로 간다. 아폴론이 목동으로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가 밤의 어둠을 틈타 ‘도둑의 신’ 답게 아폴론의 소떼를 훔친다. 헤르메스는 훔친 소떼를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알페이오스 강가에 있는 필로스 동굴로 끌고 가 그 중 몇 마리를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물로 바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킬레네 동굴로 돌아가 요람에 다시 얌전히 눕는다.

한편 소떼가 없어진 것을 눈치 챈 아폴론은 사방을 헤매다 킬레네 동굴로 간다. 아폴론은 태평스럽게 요람에 누워있는 헤르메스에게 자신의 소를 돌려 줄 것을 요구하지만 헤르메스는 끝까지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발뺌한다. 결국 제우스가 이 분쟁의 중재자로 나선다. 제우스는 아폴론에게 당장 소를 돌려주라고 명령한다. 곤경에 처한 헤르메스는 ‘상업의 신’ 다운 기지를 발휘한다. 그는 동굴 입구에서 만난 거북이의 등껍질로 만든 악기를 아폴론에게 화해의 선물을 내놓는다. 헤르메스와 아폴론 사이에 흥정이 이루어진다.

음악의 신 아폴론이 아름다운 리라 소리에 어찌 마음이 안 풀릴 수 있겠는가. 리라 소리에 매료된 아폴론은 리라와 소떼를 교환하고 헤르메스와 화해를 한다. ‘상업의 신’ 헤르메스가 첫 흥정에 성공한 순간이다. 그리고 아폴론은 헤르메스에게 날개 달린 지팡이 케리케리온까지 선물한다.(얼마 후 헤르메스가 목동의 피리를 만들자 아폴론이 이 악기를 탐냈고 그 대가로 케리케이온을 주었다고도 한다.) 헤르메스의 라틴어 명칭인 Mercurius는 영어 merchandise, mercari(거래, 무역), merces(품삯)의 어원이다.

헤르메스와 바토스(라틴어로는 바투스이다.)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헤르메스가 아폴론의 소떼를 숨길 때 바토스(바토스는 ‘수다쟁이’라는 뜻이다)라는 노인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수다쟁이 바토스의 입이 걱정된 헤르메스는 바토스에게 잘 생긴 소 한 마리를 줄 테니 아무에게도 본 것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폴론이 음악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황소를 훔치는 헤르메스

아폴론이 음악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황소를 훔치는 헤르메스 클로드 로랭, 1645, 아폴론은 리라 대신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아폴론은 제우스를 화나게 한 대가로 테살리아의 왕 아드메토스의 황소들을 1년 동안 돌본다.

바토스는 돌이 고자질을 하는 일은 있어도 자신이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확신한다. 헤르메스는 그를 믿고 돌아가는 척하다가 변장을 하고 노인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는 노인에게 혹시 소떼를 못 보았는지 묻는다. 그리고 정보제공의 대가로 소 두 마리를 줄 테니 아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라고 한다. 두 마리 소가 욕심난 바토스는 헤르메스와의 약속은 전혀 개의치 않고 소가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기가 막힌 헤르메스는 바토스를 돌로 만들어 버린다.

별칭으로 살펴본 헤르메스

이오를 사랑한 제우스는 한편으로는 헤라의 질투가 걱정되어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킨다. 하지만 헤라가 누구인가. 제우스의 노력에도 헤라는 제우스를 믿지 않고 암소를 선물로 끈질기게 요청한다. 제우스는 헤라의 청을 물리치지 못한다. 헤라는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암소로 변한 불쌍한 이오를 지키게 한다. 100개의 눈이 번갈아 가며 밤낮없이 이오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오는 꼼짝달싹하지 못한다. 이오의 고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이오를 구해오라고 한다. 헤르메스는 지팡이로 아르고스를 잠재우고 아르고스의 목을 베고 이오를 구출한다. 이로 인해 헤르메스는 ‘아르게이폰테스’ 즉 ‘아르고스를 벤 자’라는 별칭을 갖게 된다.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지하 세계까지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거리낌 없이 다니는 헤르메스가 신들의 전령인 것은 당연하다. 헤르메스는 단순히 제우스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제우스의 뜻, 의도를 전달하는 전령의 신이다. 그는 하늘과 땅, 저승을 발 빠르게 돌아다니며 제우스의 뜻과 다른 신들의 뜻을 전달한다.

온 천지를 마음대로 다니는 헤르메스에게 하데스의 나라라고 해서 가지 못할 곳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영혼의 안내자’로도 불린다. 즉 그는 죽은 자의 영혼을 안내하며 죽은 자들의 영혼을 지하 세계로 안내하는 자라는 의미로 ‘프시코폼포스’(영혼의 안내자)라 불렸다. 또한 죽은 자의 ‘영혼의 무게를 다는 자’라는 의미로 ‘프시코스타시아’라고도 한다. 헤르메스는 페르세포네를 무사히 데메테르에게 되돌려 보냈고, 헤라클레스가 저승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 사냥을 위해 저승에 가는 일을 돕기도 한다. 오르페우스가 하데스의 말을 어기고 뒤를 돌아 보아 에우리디케가 저승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 헤르메스가 그녀를 하데스로 안내한다.

생활에서 만나는 헤르메스

‘전령의 신’ 머큐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단어들이 유래했다.

(1) 영어 ‘수요일(Wednesday)’은 북유럽의 보탄(Wodan)신과 관련이 있다. Wednesday는 ‘보탄 신의 날’이다. 그런데 보탄 신은 많은 문헌에서 메르쿠리우스와 동일시된다. 그러므로 Wednesday는 ‘메르쿠리우스의 날’이기도 하다. 라틴어로 수요일은 Dies Mercurii(메르쿠리우스의 날)이다. 프랑스의 요일명에도 이 명칭이 그대로 남아 있다. 프랑스어로 수요일은mercredi(메르쿠리우스의 날)이다.

(2)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대한 의사협회를 포함하여 일부 의학 분야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군부대의 마크로 쓰이던 것이 우리나라 의무부대의 상징마크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의술의 신은 헤르메스가 아니라 아스클레피오스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실수로 뱀을 죽인다. 그때 다른 뱀이 약초를 물고와 죽은 뱀의 입에 올려놓자 죽은 뱀이 살아난다. 아스클레오피오스는 감사의 마음으로 뱀이 휘감고 있는 지팡이를 자신의 상징으로 삼는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현재 세계보건기구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3)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행성의 이름은 그리스, 로마 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공전 주기가 가장 짧은 수성의 이름 머큐리(Mercury), 다시 말해 가장 빠른 속도로 도는 수성의 이름은 발빠른 헤르메스에서 유래했다. 영어로 수성을 머큐리(Mercury)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상온에서 가장 빨리 액체로 변하는 금속 수은도 머큐리라고 한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 머큐리, 액체와 고체 사이의 존재인 수은 머큐리에는 전령으로서 지옥과 천상을 넘나들고 신들의 세계와 인간계를 넘나드는, 즉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4) 텍스트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다루는 학문 ‘해석학(Hermeneutics)’에서도 쉽게 헤르메스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동사 해석하다, 번역하다, 설명하다(ἑρμηνεύειν, hermeneuein)와 명사 해석(ἑρμηνεύω, Hermenuric)에서 유래했다. 말하자면 신들의 전령사인 헤르메스의 역할 즉, 하늘의 뜻을 인간들에게 전달하고 해석해주는 역할이 이 단어에 잘 표현되어 있다.

참고자료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게르하르트 핑크, 『』, 예경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대한 의사협회의 휘장,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헤르메스의 지팡이』, 신영전

동의어

머큐리(Merc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