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메테르

데메테르

올림포스 12신

[ Demeter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이다. 대지의 여신으로 대지에서 자라는 곡물, 특히 밀의 성장과 땅의 생산력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데메테르 여신의 딸 페르세포네는 하계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그의 아내가 되었다. 데메테르는 밀 이삭으로 만든 관을 쓰고 손에 횃불이나 곡물을 든 모습으로 표현된다. 로마 신화에서는 농업의 여신 케레스가 데메테르와 동일시된다.
데메테르

데메테르

외국어 표기 Δημήτηρ(그리스어)
구분 올림포스 12신
상징 대지, 풍요, 곡물, 어머니
어원 대지의 어머니
로마신화 케레스(Ceres)
관련 상징 밀 이삭, 수선화, 양귀비, 학, 암퇘지, 뱀
관련 사건, 인물 페르세포네의 납치, 트리프톨레모스
가족관계 크로노스의 딸, 페르세포네의 어머니, 플루토스의 어머니

데메테르 인물관계도

데메테르 인물관계도 축소판

데메테르는 티탄 신족의 우두머리 크로노스레아와 관계하여 낳은 여섯 명의 자식 중 하나이다. 데메테르는 형제인 제우스와 사이에서 딸 페르세포네를 낳았고, 인간 청년 이아시온과 사이에서 풍요의 신 플루토스를 낳았다. 그녀는 또 말로 변신하여 포세이돈과 관계하여 신마 아레이온을 낳았다고도 한다.

신화 이야기

개요

데메테르는 대지의 모신(母神)으로 올림포스 신들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그리스 각처에서 숭배되다가 후대로 가면서 점차 대지에서 자라는 곡물을 주관하는 여신으로 자리 잡았다. 대지의 여신으로서 데메테르는 가이아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가이아가 만물의 근원으로서의 어머니 대지라면, 데메테르는 곡물을 자라게 하는 땅의 생산력을 상징하는 대지의 여신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여신으로서 데메테르는 이집트의 이시스, 프리기아 키벨레, 그녀의 어머니인 레아 등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데메테르의 신화는 그녀의 딸 페르세포네의 납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페르세포네의 납치

페르세포네의 납치 알브레히트 뒤러, 1516년, 안톤 울리히 미술관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 여신이 남동생인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어 낳은 외동딸이다.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난 페르세포네는 시칠리아의 숲에서 오케아노스의 딸들과 어울려 놀다가 저만치 골짜기에 어여쁜 수선화가 핀 것을 보고 다가갔다가 그만 하계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되고 만다.

그 수선화는 제우스가 은밀히 하데스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서 그곳에 꽃피게 한 것이었다. 하데스는 전부터 페르세포네의 미모에 반해서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어머니 데메테르가 반대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형제인 제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당시는 숙부와 조카딸 사이의 결혼이 흔했다).

페르세포네가 수선화를 꺾으려는 순간 땅이 갈라지면서 검은 말이 끄는 전차를 탄 하데스가 나타나 순식간에 그녀를 전차에 태우고 다시 땅 속으로 사라졌다. 끌려가는 페르세포네의 비명을 들은 숲의 님페 키아네가 유괴를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키아네는 페르세포네를 구하지 못한 것을 슬퍼한 나머지 녹아서 물이 되었다고 한다.

딸이 사라져버리자 데메테르는 횃불을 들고 9일을 밤낮없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애타게 찾아다녔다. 열흘 째 되는 날 데메테르는 딸이 납치되는 것을 보았다는 헤카테를 만났다. 하지만 헤카테는 사방이 온통 어두워서 정작 납치범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환히 지켜보는 태양신 헬리오스에게 가보라고 하였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페르세포네의 납치 파울 루벤스, 17세기경, 레옹 보나 미술관

헬리오스는 데메테르에게 사실대로 알려주었다. 데메테르는 상심하여 시칠리아의 거처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곡물을 자라게 하는 자신의 임무를 더 이상 수행하지 않자 대지는 메말라 갈라지고 곡식이며 초목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세상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였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페르세포네의 납치

보다 못한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어머니에게 돌려보내라고 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하계에 있는 동안 페르세포네가 하데스가 건네는 석류를 한 알 먹었기 때문이다. 페르세포네를 돌려주기 싫었던 하데스가 하계의 음식을 입에 댄 사람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는 하계의 법칙을 악용해서 이미 손을 써놓았던 것이다.

대지를 온통 불모지로 만들며 딸의 귀환을 요구하는 데메테르와 하계의 법칙을 구실로 페르세포네를 내줄 수 없다는 하데스 사이에서 고민하던 제우스는, 절충안으로 페르세포네를 어머니 데메테르의 나라와 하데스의 나라 사이를 왕래하며 살게 하였다.

프랑수아 부셰, 페르세포네의 납치, 1769년

프랑수아 부셰, 페르세포네의 납치, 1769년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니콜로 델 아바테, 페르세포네의 납치, 16세기경

니콜로 델 아바테, 페르세포네의 납치, 16세기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그래서 페르세포네는 대지에 밀의 씨앗을 뿌리는 10월 초가 되면 하계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밀의 주관자인 어머니 곁에서 지내다가 밀의 수확이 끝나는 6월 초에는 다시 하계로 내려가 남편 하데스와 살게 되었다(지중해성 기후인 그리스 지방에서는 밀을 가을에 파종하여 초여름에 수확한다). 이때부터 페르세포네가 어머니 데메테르의 품을 떠나 하계에 머무는 넉 달 동안은 땅에서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이 기간에는 비도 내리지 않았다.

코레

페르세포네는 ‘코레’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코레는 원래 ‘처녀’, ‘딸’ 등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또한 씨앗을 뜻하는 영어 ‘core’의 어원이기도 하다. 씨앗은 땅속에 묻혀 있다가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하고 다시 씨앗으로 땅속에 묻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대지의 여신의 딸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하계로 내려갔다가 다시 지상으로 귀환하는 과정은 대지에서 이루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엘레우시스의 비밀스러운 종교 의식에서 페르세포네는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풍요의 신으로 숭배되었는데 이때 그녀는 ‘코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아이를 안고 앉아 있는 여인 (데메테르와 코레?), BC 620년 ~ BC 480년경

아이를 안고 앉아 있는 여인 (데메테르와 코레?), BC 620년 ~ BC 480년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엘레우시스 비교(秘敎)

켈레오스가 엘레우시스를 다스리던 무렵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하계로 끌려간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온 세상을 헤매고 있었다. 엘레우시스 땅을 지나던 데메테르 여신이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우물가의 올리브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이를 본 켈레우스의 딸들이 불쌍히 여겨 자기 집으로 데려가 극진히 대접하였다.

켈레오스 왕은 노파가 크레타에서 해적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는 말을 듣고는 궁에서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 데모폰을 돌보며 함께 지내자고 하였다. 노파의 모습을 한 데메테르 여신은 켈레오스 왕의 제안을 받아들여 데모폰의 유모가 되었다(일설에는 데메테르 여신이 돌보기로 한 아이가 데모폰이 아니라 트리프톨레모스라고 한다).

데메테르와 메타네이라

데메테르와 메타네이라 아풀리아 적색상도기, 기원전 340년, 베를린 구(舊)박물관

데메테르는 데모폰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주기로 작정했다. 여신은 아이에게 암브로시아를 발라주고, 밤마다 아궁이의 불 속에 넣어 아이의 몸 안에 있는 사멸의 요소를 태워 없애는 의식을 행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에서 깬 데모폰의 어머니 메타네이라가 이 광경을 보고는 미친 노파가 아이를 죽이려는 줄 알고 놀라 비명을 지르며 아이를 불 속에서 꺼냈다. 그러자 여신은 탄식하며 “어미의 두려움이 선물을 막았으니 아이는 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고 말했다. 일설에 따르면 비명소리에 놀란 여신이 손을 놓치는 바람에 아이는 불에 타서 죽고 말았다고도 한다.

데메테르 여신은 노파의 형상을 벗어던지고 여신의 본모습을 드러낸 뒤, 켈레오스 왕에게 자신을 섬기는 비의를 가르쳐주고 엘레우시스에 자신의 신전을 건설하라고 지시하였다. 켈레오스는 데메테르 여신을 모시는 엘레우시스 비교(秘敎)의 의식을 집전하는 첫 번째 사제가 되었다. 엘레우시스 비교에서는 해마다 가을이 되면 데메테르가 지하세계에서 올라오는 페르세포네를 맞이하는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며 죽음 뒤에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부활과 순환을 기념하였다.

곡물과 경작기술의 전파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사이의 트리프톨레모스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사이의 트리프톨레모스

한편 데모폰을 불사의 신으로 만드는 의식이 실패로 돌아가자, 데메테르 여신은 인간에게 곡물 재배 기술을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할 인물로 데모폰 대신 켈레오스의 또 다른 아들인 트리프톨레모스를 선택했다.

여신은 트리프톨레모스에게 곡물의 씨앗을 주고 경작술도 가르쳐 주었고, 트리프톨레모스는 여신의 가르침을 온 세상의 인간들에게 전파하였다. 그는 데메테르 여신이 내어준 용이 끄는 전차를 타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땅에 곡물의 씨앗을 뿌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경작하게 하였다.

다시 엘레우시스로 돌아온 트리프톨레모스는 켈레오스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를 기념하는 테스모포리아 제전을 열었다. 이후 그는 대지와 풍요의 여신인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의 신화에 흡수되어 데메테르 여신으로부터 농업을 전수받아 인류에게 전해준 신적 존재로 숭배되었다.

트리프톨레모스 숭배는 특히 아테네와 엘레우시스 지방에서 성행했다. 전승에 따르면 아테네에는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를 모신 신전과 트리프톨레모스를 모신 신전이 각각 세워져 있었고, 엘레우시스에는 트리프톨레모스 신전 외에도 그가 처음으로 데메테르의 신성한 씨앗을 뿌렸던 라리온 평원에 트리프톨레모스의 제단과 탈곡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풍요의 신 플루토스의 탄생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 외에도 플루토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플루토스는 데메테르가 테바이의 건설자 카드모스하르모니아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가 이아시온이라는 아름다운 청년과 눈이 맞아서 크레타 섬의 세 번 갈아 일군 밭고랑에서 사랑을 나누어(혹은 세 차례 사랑을 나누어) 낳은 자식이었다. 플루토스라는 이름은 부유하고 넉넉하다는 뜻으로 기름진 대지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운 곡물을 상징한다.

티케와 플루토스

티케와 플루토스 로마시대 석상, 2세기,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하지만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에 따르면 이아시온은 인간이 여신과 동침한 사실에 분노한 제우스에 의해 벼락을 맞고 죽었다고 한다.

플루토스는 에레우시스 비교에서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숭배되었는데,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를 기리는 행렬에서 그는 풍요의 뿔을 든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노엘 쿠아펠, 풍요의 신, 17세기경

노엘 쿠아펠, 풍요의 신, 17세기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시간이 지나면서 땅에서 직접 생겨나는 것 이외의 부가 증가하자 플루토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일반적인 부를 의인화하는 신이 되었다.

데메테르 인물관계도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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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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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는 티탄 신족의 우두머리 크로노스레아와 관계하여 낳은 여섯 명의 자식 중 하나이다. 데메테르는 형제인 제우스와 사이에서 딸 페르세포네를 낳았고, 인간 청년 이아시온과 사이에서 풍요의 신 플루토스를 낳았다. 그녀는 또 말로 변신하여 포세이돈과 관계하여 신마 아레이온을 낳았다고도 한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히기누스, 『이야기』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