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

카산드라

예언자

[ Cassandra ]

요약 카산드라는 알렉산드라(Alexandra)라고도 불린다. 그녀는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의 딸로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와 남매이다. 아폴론에게 예언의 능력을 받았지만 그의 사랑을 거절한 대가로 설득력을 빼앗긴 불행한 예언자이다. 트로이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 놓아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트로이는 결국 멸망한다.
카산드라 대표 이미지

아테나 성상에 매달려 있는 카산드라를 아이아스가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어내고 있다. (BC 440)

외국어 표기 Κασσάνδρα(그리스어)
구분 예언자
어원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 남자를 사로잡는 여자, 남자를 동여매는 여자
별칭 알렉산드라(Alexandra)

카산드라 인물관계도

카산드라 인물관계도 축소판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의 딸이다. 라오코온, 헬레노스와 더불어 트로이의 3대 예언자이다.

신화 이야기

카산드라를 짝사랑한 아폴론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의 딸이다. 그녀는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동생이자 라오코온, 헬레노스와 더불어 트로이의 3대 예언자이다. 헬레노스와 카산드라는 쌍둥이 남매이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카산드라를 “프리아모스의 딸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카산드라”, “황금빛 아프로디테와 같은 카산드라”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그녀는 단연 돋보이는 미모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트로이의 어여쁜 공주 카산드라는 어떻게 예언자가 되었을까?

그리스 신화를 보면 아름다운 여성들은 자기 자신의 미모로 인해 가족은 물론 더 나아가 조국까지 화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화에서 아름다움은 축복이자 불행이기도 하다. 카산드라 역시 그녀의 빼어난 미모 때문에 아폴론의 눈에 띄고 그의 사랑을 받는다. 인간이 신의 사랑을 받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권력으로 살 수 없는 사랑도 있는 법이다. 아폴론이 아무리 올림포스의 미남 신이라고 해도 유독 사랑에는 운이 없었다.

사랑에 서툰 남자 아폴론은 예언의 능력을 미끼로 카산드라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은 신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계시를 읽어서 전달하는 예언자가 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위대한 신의 사랑을 기만한다. 카산드라는 예언의 능력만 받고 아폴론 신의 사랑을 거부하고 만다. 역설적이게도 카산드라는 정작 자신에게 닥칠 불행의 결말을 보지 못한 것이다.

쓰디쓴 짝사랑의 맛을 본 아폴론은 남자답게 실연의 아픔을 날려버리지는 못한다. 대신 그는 카산드라에게 자신이 겪은 실연의 아픔에 비교도 되지 않는 끔찍한 고통을 선물한다. 카산드라는 그토록 원한 예지력은 가졌지만 자신의 경고를 믿고 따를 지지자를 가지지 못한다.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입을 막는 대신 사람들의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이것이 아폴론이 내린 저주이자 복수이다.

카산드라는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에서 아폴론 신을 속인 대가가 무엇인지 고백한다. 카산드라는 아폴론이 자신을 끔찍이도 사랑했지만 자신은 예언의 능력만 받고, 록시아스(아폴론)를 배신했다고 말한다. 결국 아폴론의 노여움을 사서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고 털어 놓는다.

아폴론의 저주를 받은 불행한 예언자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멸망 후에 아가멤논의 여자가 된다. 그녀는 아가멤논의 궁전으로 가는 길에 자신에게 닥칠 죽음의 피비린내를 맡으며 울부짖는다. 그녀는 아폴론을 “파괴자(apollon)”라고 부른다.

“아폴론이여, 아폴론이여. 길의 신이여, 나의 파괴자여,
당신은 나를 두 번이나 완전히 죽이시는군요.”

(『아가멤논』)

그리스어로 “파괴자”라는 단어는 “아폴론(apollon)”이다. 이 단어가 카산드라를 파멸로 이끈 아폴론 신과 철자와 발음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산드라는 이 단어로 언어유희를 벌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비극적인 최후를 통탄하는 것이다.

또 다른 탄생 이야기

카산드라는 그녀의 쌍둥이 남매인 헬레노스와 어린 시절 아폴론의 신전에서 잠이 든 적이 있었다. 그때 뱀이 그들의 귀를 깨끗하게 핥아서 그들은 예언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는 쌍둥이 남매가 태어나자 아폴론 신전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그런데 깜빡 쌍둥이를 잊고 궁전으로 돌아간다. 다음날 놀란 사람들이 아기들을 찾으러 왔을 때 뱀 두 마리가 잠들어 있는 쌍둥이의 귀를 깨끗이 핥고 있었다. 그로 인해 카산드라와 헬레노스가 예지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카산드라를 믿지 않는 트로이

헤카베가 파리스를 임신했을 때, 불이 붙은 나무토막을 낳아 그 나무토막이 트로이 전체를 태우는 불길한 꿈을 꾼다. 헤카베로부터 꿈 이야기를 들은 프리아모스 왕은 외할아버지에게 꿈 해몽을 배운 아들 아이사코스를 부른다. 아이사코스는 자신의 동생이 트로이를 멸망시킬 수 있으니 내다버리라고 충고한다. 자식보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 프리아모스는 갓난아이를 하인 아겔라오스에게 이다 산에 갖다 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파리스는 죽을 운명이 아니었다. 아이는 암컷 곰의 젖을 먹고 생명을 부지한다. 그 모습을 본 아겔라오스는 왕자를 집으로 데려와 파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운다. 사람들은 훌륭한 미남 청년으로 성장한 파리스를 알렉산드로스라고도 불렀다.

그렇다면 산에 살던 파리스가 어떻게 부모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까.

자식을 버리고 어느 부모인들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왕 내외는 갓난아기 때 버린 왕자를 위해 제사를 지낸다. 희생 제물로 황소를 구하는데 하필 그 황소가 파리스가 가장 아끼던 황소였다. 그러자 파리스는 자신의 소를 찾아오기로 결심한다. 마침 제사와 동시에 왕자를 추모하는 경주도 함께 열린다. 파리스는 자신의 소를 찾기 위해 이 경기에 참가하여 발군을 실력을 발휘하여 모든 종목에서 왕의 아들들과 트로이의 청년들을 이긴다. 이에 분노한 프리아모스의 아들 데이포보스는 파리스를 죽이려고 한다.

살기를 느낀 파리스는 제우스 신전으로 피신한다. 마침 제우스 신전에 있던 카산드라는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한 파리스를 바로 알아본다. 그리고 그를 쫒아 제우스신전으로 달려온 데이포보스에게 이 청년이 바로 그들의 동생임을 알려준다. 아들을 버렸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던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는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카산드라는 파리스를 죽이라고 한다. 다시 만난 자식을 잃고 싶지 않은 프리아모스 왕은 카산드라의 경고를 무시한다.

“입 다물라. 카산드라. 나는 나의 아들을 죽이느니 차라리 잿더미에 휩싸인 트로이를 볼 것이다.”

카산드라는 파리스가 몰고 올 거대한 전쟁의 기운을 예견한다. 그녀는 파리스를 스파르타로 보내면 트로이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하지만 그 말 역시 무시당하고 만다. 결국 파리스는 두 나라를 10여 년의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온다.

카산드라의 예지력은 트로이의 운명의 순간마다 날카로운 빛을 발한다. 그녀는 광기에 빠져 다가올 무서운 현실들을 예견하지만 가족들조차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예언과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는 예지력은 그녀를 불행하게 한다.

“아아, 아아, 이 참을 수 없는 고통! 참 예언자의 지독한 고통이 또다시 덮쳐오고 불길한 징조를 보이며 나를 어지럽게 하는구나.”

(『아가멤논』)

들을 귀가 있지만 카산드라의 외침을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길고 긴 트로이 전쟁은 시작된다.

카산드라와 트로이의 목마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에게 죽음을 당하자 트로이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 된다. 그때 아마조네스 여왕이 트로이를 도와주러 참전한다. 트로이의 운명의 시간은 조금 더 연장되는 듯했지만 아마조네스 여왕도 아킬레우스에게 죽고 만다. 그러나 그리스의 걸출한 영웅 아킬레우스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파리스는 궁술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의 도움을 받아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인 발목을 화살로 쏘아 그를 죽인다. 이렇게 트로이와 그리스의 영웅들이 죽어가며 10년 째 지속되던 전쟁은 막바지를 향해간다. 하지만 트로이의 패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트로이의 내부의 적이었다. 다름 아닌 왕가의 일원인 헬레노스가 트로이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린다. 그 발단은 헬레네이다. 그녀는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자 전쟁의 끝이다.

트로이를 전쟁의 광풍으로 몰아넣은 파리스도 죽자 헬레네가 남았다. 그녀는 누구의 여자가 될까? 헬레노스는 헬레네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프리아모스 왕은 그녀를 데이포보스에게 준다.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으로 헬레노스는 트로이를 떠나 이다 산으로 들어간다. 오디세우스는 헬레노스만이 트로이를 이길 방법을 알고 있다는 그리스의 예언자 칼카스의 말을 듣고 헬레노스를 찾는다. 오디세우스에게 잡힌 헬레노스는 그리스가 조국 트로이를 이길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트로이를 불행의 도가니로 빠트린 여자 때문에 다시 한번 트로이에 씻지 못할 상처를 준다. 헬레노스는 펠롭스의 뼈를 가져오고 아테네의 팔라디온 상을 트로이 성 밖으로 빼내오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가 전쟁에 참여하면 승리의 기운이 그리스로 넘어간다고 말한다.

그리스 군은 헬레노스의 말대로 다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트로이 성은 함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디세우스는 계략을 생각해낸다. 그는 커다란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그리스군을 매복시킨다. 그는 목마를 트로이 성 앞에 세워놓고 짐짓 퇴각하는 척한다. 트로이 사람들이 목마를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성안으로 옮기려고 하자 카산드라는 목마가 가져올 불길한 사태를 예견하고 그들을 만류하지만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제사장 라오코온만이 그녀를 지지한다. 목마의 문이 열리자 그리스의 정예군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트로이에 치명타를 입히고 트로이 전쟁은 막을 내린다. 그러나 카산드라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로이가 함락된 후 아이네이아스는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통탄한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아스』 2권에서 아이네이아스의 후회를 읽을 수 있다. 아이네이아스는 네 번이나 목마가 성문 앞에서 멈췄고, 네 번이나 목마의 뱃속에서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음에도 목마의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통탄한다. 그리고 카산드라가 신의 계시를 전하지만 트로이의 백성들은 귀를 막고 카산드라의 말을 믿지 않고 마치 트로이가 승리한 양 축제분위기였다고 회환의 말을 토해낸다.

신전을 모독하다: 카산드라와 아이아스

그리스에는 아이아스라는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전사가 있다. ‘큰 아이아스’와 ‘작은 아이아스’이다. ‘큰 아이아스’는 그리스군 중에 아킬레우스 다음으로 용감한 전사라고 한다. 그는 텔라몬과 에리보이아 또는 페리보이아의 아들로 살라미스 인들을 이끌고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다. 또 한 명의 아이아스는 체구가 작아 ‘작은 아이아스’로 불렸다.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 그를 텔라몬의 아들 ‘큰 아이아스’에 비해 체구가 작지만 움직임이 날쌔고 창 솜씨가 뛰어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가 아테네 여신에 반감을 가게 된 사연은 이렇다.

파트로클로스를 추모하는 경기가 열리자 그와 오디세우스, 네스토르의 아들 안틸로코스가 참가해 달리기 시합을 한다. 아이아스가 선두에 서고 오디세우스가 그의 뒤를 바싹 따른다. 그때 오디세우스가 아테나 여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를 하자 아테나 여신은 아이아스를 넘어지게 한다. 그는 코앞에서 금메달을 도둑 맞은 것이다. 이렇게 아이아스의 마음속에 아테나 여신에 대한 반감이 자리를 잡는다.

이 두 인물 중 카산드라와 직접 관계있는 인물은 ‘작은 아이아스’이다. 그는 트로이가 함락되었을 때 카산드라를 겁탈한 인물이다. 그것도 겁도 없이 아테나 신전에서 그런 포악한 행동을 한 것이다. 카산드라는 트로이가 함락되고 도시가 화염에 싸여 있을 때 신전으로 도망을 가서 팔라스 아테나 여신상에 매달린다. 아이아스는 신전까지 쫒아와 아테나 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카산드라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낸다. 그리고 아테나의 제단에서 그녀를 겁탈한다.

인간이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면 신성모독죄에 걸린다. 폭력적인 행위가 더해진다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작은 아이아스’를 벌하지 않자 아테나 여신은 노여움을 드러낸다. 그리스 함대가 그리스로 항해할 때 아테나 여신의 저주가 내린다.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난 그리스 함대는 아가멤논의 배를 제외하고 모두 난파당한다. 아테나 여신은 그리스군의 귀향길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로 인해 오디세우스는 10여 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카산드라는 오디세우스의 고난에 찬 앞날을 예언한다. 카산드라는 오디세우스가 자신 앞에 어떤 고난이 펼쳐질지 모르고 있음을 가엾게 여긴다. 그가 트로이 전쟁으로 보낸 10년에 또 10년을 더해야 귀향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게다가 그 10년 동안 오디세우스는 비통한 소리를 질러야 할 만큼 고난에 찬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산 사람은 갈 수 없는 하데스의 집에도 가게 될 것이고 항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도 수천 가지의 재앙을 만날 것임을 예견한다. 카산드라는 그리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운명이 얼마나 비참할 지도 예언한다.

피로 물든 아트레우스 가문을 보다: 카산드라와 아가멤논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과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에서 환영을 보며 무서운 앞날을 예언하는 카산드라의 절절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우선 에우리페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을 보자.

트로이가 함락되고 트로이 여인들은 자신들이 누구의 전리품이 될 지 천막 속에서 초조하게 기다린다. 그때 카산드라는 횃불을 들고 천막을 뛰쳐나오며 자신과 아가멤논 왕이 어찌 될 지 큰 소리로 예언한다. 그녀는 아가멤논 왕이 자신과의 결혼으로 헬레네파리스의 결혼보다 더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외친다. 그녀는 울고 있는 어머니 헤카베를 달래며 아트레우스 가문이 몰락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저승으로 간 아버지와 자신의 형제들에게 비록 전쟁에는 패했으나 패배자가 아니라 승리자로 가게 될 것이라고 위로한다.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에서 『트로이의 여인』들에서와는 달리 아내에게 학살당할 아가멤논을 가여워한다. 그녀는 아가멤논을 “나의 주인”이고 자신은 그의 노예라고 말하면서 아가멤논에게 닥쳐올 불행을 안타까워한다.

그리스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이 10년째 접어든 여름에 아르고스로 돌아간다. 그리스인들은 아가멤논 왕의 개선이 오롯이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을 알게 된다. 아테나 여신의 저주로 고국으로 돌아오는 그리스 함대가 폭풍에 난파되어 오로지 아가멤논 왕의 배 한 척만이 무사귀환한 것이다. 아가멤논이 카산드라와 함께 전차를 타고 등장한다. 카산드라는 자신과 아가멤논에게 닥칠 앞날을 내다보며 전율한다. 그녀는 아폴론이 도대체 자신을 어떤 집으로 인도한 것인지 전율하면서 그 집을 “신을 증오하는 집”, “친족들을 끔찍하게 학살한 집”, “도살장”, “땅에 피를 뿌리는 곳”이라고 저주한다.

그녀는 아트레우스 가문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가 아내를 유혹한 아우 티에스테스를 초청하여 연회를 연다. 그리고 복수하기 위해 아우의 자식들을 살해한 후 아우에게 먹게 한다. 티에스테스의 자식 중 아이기스토스만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그가 바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정부이다. 그들은 함께 아가멤논의 살해를 모의한다.)와 곧 닥칠 처참한 아가멤논의 죽음과 자신의 죽음을 고통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녀는 일리온의 정복자인 아가멤논이 아내의 가증스런 표정과 그럴싸한 말에 넘어가 그것이 “저주의 인사”가 될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한다.

카산드라는 아가멤논 왕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불길한 여인”, “쌍두사”, “스킬라”, “하데스의 어머니”라 부르며 그녀가 불러오게 될 무시무시한 재앙을 경고한다. 그녀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잠자리를 같이한 남편을 욕실로 유혹해서 죽이려고 한다고 몸서리친다. 아가멤논은 아내와 궁전으로 들어가고 카산드라는 궁전을 향해 걸으며 왕비가 왕을 죽이려 한다고 외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도 임박했다고 말한다. 카산드라의 절규는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지막 노래가 되고 만다. 아가멤논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아가멤논과 카산드라의 핏빛 시신이 누워 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카산드라를 아가멤논의 “밤의 동반자”이자 “충실한 정부”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카산드라가 만가를 부르며 아가멤논 옆에서 죽었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의 창으로 얻은 전리품이자 예언자이고 그의 밤의 동반자이자, 함선에서 그와 함께 뒹굴던 그의 충실한 정부였던 여인이 여기 죽은 채 누워 있소. (중략) 여기에 그가 죽어 널브러져 있다오. 그리고 그녀는 백조처럼 최후의 만가를 부르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 옆에 죽어 누워 있다오. 그것은 나의 밤들의 달콤한 기쁨을 더해주는 새로운 양념이 되었다오.”

(『아가멤논』)

신화 해설

카산드라 콤플렉스(Cassandra Complex)

우리는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콤플렉스도 많다. 경제, 정치 등의 분야에 ‘카산드라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거나 혹은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사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만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늘날도 카산드라는 있다. 우리는 도처에서 그들의 외침을 듣는다. 다가올 불행을 경고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현대의 카산드라들을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싶지 않거나 자신의 현실에 만족해서 혹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절박한 변화의 경고를 무시한다. 현대는 카산드라 시대의 데쟈뷰이다. 카산드라는 아폴론의 저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신의 저주가 아니라 사실은 정신의 무능으로 올바른 말을 들을 귀를 스스로 닫아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의 입이 한 말’을 ‘두 귀가 듣지 않는’ 우리의 닫힌 정신이 문제인 것이다. 아폴론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능력은 우리 각자에게 있다.

카산드라 인물관계도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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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 인물관계도
프리아모스안드로마케헥토르파리스헬레네데이포보스폴릭세네크레우사라오디케헬레노스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의 딸이다. 라오코온, 헬레노스와 더불어 트로이의 3대 예언자이다.

참고자료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게르하르트 핑크, 『』, 예경
  • 오비디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아폴로도로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호메로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에우리피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 천병희 역, 숲
  • 베르길리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 Griechische Götter- und Heldensagen, nach den Quellen neu erzählt von Reiner Tetzner und Uwe Wittmeyer.
  •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 Herausgeben von W. H. Ros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