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코온

라오코온

사제

[ Laocoon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 신전의 사제이다. 트로이 전쟁 막바지에 그리스군이 거대한 목마를 해안에 남겨놓고 거짓으로 철수하였을 때 트로이인들에게 목마를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경고하다가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바다에서 나온 거대한 뱀에 휘감겨 목숨을 잃었다.
죽음을 맞는 라오코온(라오코온 군상의 일부)

죽음을 맞는 라오코온(라오코온 군상의 일부)

외국어 표기 Λαοκόων(그리스어)
구분 사제
상징 신성모독, 고통과 회한
별칭 라오콘(Laocoon)
관련 상징 왕뱀, 두 아들
관련 사건, 인물 트로이 전쟁

라오코온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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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코온 인물관계도
안테노르아프로디테안키세스안티오페아이네이아스

라오코온은 안테노르의 아들로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 안키세스와 형제이다. 하지만 그가 카피스 혹은 아코이테스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다. 라오코온은 안티오페와 결혼하여 두 아들 에트론과 멜라투스, 혹은 안티파스와 팀브라이오스를 낳았다. 라오코온은 두 아들과 함께 거대한 바다뱀에게 죽임을 당했다.

신화 이야기

그리스군이 남겨놓은 목마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계속해서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리스군은 오디세우스의 제안에 따라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해안에 놔두고 모두 배를 타고 철수하였다. 그리스군이 포위를 풀고 물러가는 것을 본 트로이 주민들은 기뻐하며 오랜 세월 갇혀 있던 성을 벗어나 바닷가로 몰려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리스군이 남겨 놓은 거대한 목마를 보고 괴이쩍게 여기며 처리를 고심하였다. 전리품이니 성 안으로 끌고 가자는 이도 있었고 불길하니 불태워버리자는 이도 있었다.

그때 시논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붙잡혀 왔다. 시논은 오디세우스의 미움을 사는 바람에 버림받고 홀로 트로이에 남겨진 그리스 병사라고 했다. 그는 목마가 아테나 여신의 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그리스군이 만든 제물이라면서 목마를 불태우면 아테나 여신에게 화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논은 오디세우스가 목마를 트로이성 안으로 들이기 위해 일부러 남겨 놓은 그리스군의 첩자였으며, 목마 안에는 그리스군의 용사들이 숨어 있었다.

트로이성으로 운반되는 목마

트로이성으로 운반되는 목마 조반니 도메니코 티에폴로, 1760년경

라오코온의 죽음

포세이돈의 사제인 라오코온은 그리스인들이 두고 간 목마를 절대로 성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목마를 향해 창을 던졌다. 창이 옆구리에 꽂히자 목마에서는 텅 하고 속 빈 울림이 터져 나왔다. 라오코온은 목마 안에 그리스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며 불태워버리자고 하였다. 하지만 그때 거대한 뱀 두 마리가 바다에서 나타나 라오코온과 두 아들을 공격하였다.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에서 이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뱀들은 곧장 라오코온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먼저 각각 그의 두 아들의 작은 몸통을
친친 감고는 가련한 그들의 사지를 뜯어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것들은 무기를 들고 구하러 온 라오코온을
붙잡더니 거대한 똬리를 틀며 감기 시작했습니다.
(···)
그는 두 손으로 그것들의 똬리를 풀어 젖히려 했고,
그의 머리띠는 피와 시커먼 독액으로 더럽혀졌으며,
그동안 내내 그는 하늘을 향해 무시무시하게 소리쳤습니다.
그것은 흡사 부상당한 황소가 잘못 겨냥한 도끼를 목에서 떨쳐버리고
제단에서 도망칠 때 울부짖는 소리와도 같았습니다.
(···)
라오코온은 신성한 참나무 널빤지를 창으로 모독하고
저주 받은 창을 그 몸통에 내던졌으니
응분의 죗값을 받은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트로이 사람들은 라오코온이 아테나 여신에게 바친 제물을 함부로 훼손하여 벌을 받은 거라고 믿어, 여신이 더 이상 노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목마를 성 안으로 운반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설에 따르면 라오코온은 아내 안티오페아폴론의 신상 앞에서 사랑을 나눈 적이 있는데, 그의 처참한 죽음은 이러한 신성모독의 벌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트로이의 패망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간 트로이 주민들은 성대한 승리의 축제를 벌였다. 하지만 밤이 되고 모두들 잠이 들자 시논의 신호에 따라 목마 안에서 그리스군 용사들이 몰래 빠져나왔다. 이들은 굳게 잠긴 성문을 열고 그 사이 다시 해안으로 돌아온 그리스군의 병사들을 맞아들였다. 안심하고 잠들어 있던 트로이 사람들은 순식간에 성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그리스군에게 변변히 대항하지도 못하고 희생되었고 트로이성은 불길에 휩싸였다. 이로써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라오코온 군상

1506년 로마의 한 농부가 에스퀼리노 언덕의 포도밭에서 일하다 우연히 찾아낸 공중목욕탕 유적에서 라오코온의 최후를 표현한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상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가 『박물지』에서 “그 어떤 회화와 조각보다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던 조각상인데 그동안 기록으로만 전해지다 마침내 발견된 것이었다.

라오코온과 두 아들의 뒤틀린 몸,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팔과 부풀어 오른 핏줄은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실감나게 전해준다. 르네상스의 화가 미켈란젤로는 이 조각을 “예술의 기적”이라고 했는데, 그의 후기 작품들은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독일 계몽주의 시대의 역사가 요하임 빙켈만은 라오코온 군상이 고대 그리스 예술의 핵심인 “고귀한 단순성과 고요한 위대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으며, 동시대의 독일 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은 사건의 본질을 특정한 한 순간에 담아내는 조형예술의 특징이 이 작품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고 하였다.

라오코온 군상

라오코온 군상 헬레니즘 시대 대리석 조각, 기원전 200년경, 바티칸 박물관

참고자료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 히기누스, 『이야기』
  • 퀸투스 스미르네우스, 『호메로스 후속편』
  • 빙켈만, 『박물지』
  • 레싱, 『라오코온』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