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네

헬레네

왕비

[ Helene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절세의 미녀이다.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지만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함께 트로이로 도주하는 바람에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게 만든다.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난 뒤 다시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어 함께 스파르타로 돌아왔다.
트로이 성의 헬레네

트로이 성의 헬레네

외국어 표기 Ἑλένη(그리스어)
구분 왕비
상징 최고의 미, 치명적인 아름다움, 배신
별칭 헬렌, 헬레나
관련 사건, 인물 트로이 전쟁, 테세우스, 아킬레우스, 파리스의 심판

헬레네 인물관계도

헬레네 인물관계도 축소판

헬레네는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 레다가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와 정을 통해서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에게서 알을 낳은 것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이며 레다는 그녀가 낳은 알에서 헬레네가 태어나는 것을 도왔을 뿐이라는 설도 있다.

이때 레다(혹은 네메시스)는 두 개의 알을 낳았는데 한 개에서는 헬레네가 태어나고 또 한 개에서는 디오스쿠로이라 불리는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폴리데우케스가 태어났다. 헬레네의 어머니가 레다였다는 설에서는 레다가 헬레네와 디오스쿠로이 형제는 제우스와 사이에서 알로 낳고 또 다른 딸인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틴다레오스와 사이에서 낳았다고 한다.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와 사이에서 딸 헤르미오네와 아들 니코스트라토스를 낳았다 (일설에 니코스트라토스는 메넬라오스가 시녀에게서 낳은 아들이라고 한다). 헬레네는 또 파리스와 사이에서 딸 헬레나와 아들 네 형제도 낳았는데 모두 트로이 전쟁 때 죽었다.

신비주의적 전승에 따르면 헬레네는 이 세상에서의 삶은 마친 뒤 ‘복된 자들의 땅’에서 아킬레우스와 결혼하여 아들 에우포리온을 낳았다고 한다.

헬레네를 때리려 하는 메넬라오스와 이를 지켜보는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헬레네를 때리려 하는 메넬라오스와 이를 지켜보는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아티카 적색상도기, 기원전 450년. 루브르 박물관

신화 이야기

개요

헬레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미녀다. 헬레네는 너무나 아름다워 그녀를 한 번 본 남자는 누구나 소유하기를 원했다. 헬레네는 이미 열두 살 때 그녀의 미모에 반한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납치된 적이 있으며,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때는 그리스 전역에서 구혼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그녀의 아버지 틴다레오스 왕은 폭동을 걱정해야 했다. 그리고 호메로스 서사시의 무대가 된 트로이 전쟁이 그녀로 인해 발발한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출생

레다와 백조.

레다와 백조. 체사레 다 세스토의 레오나르다 다빈치 모사작, 1510년경. 윌턴하우스 솔즈베리

헬레네의 탄생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그녀가 제우스와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는 설이다.

네메시스는 제우스가 자신을 연모하여 쫓아오자 여러 가지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그를 피했는데, 거위로 변신했을 때 제우스가 재빨리 백조로 변신하여 기어코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아프로디테가 독수리로 변하여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를 쫓는 체하며 네메시스가 변신한 거위 쪽으로 몰고 가서 제우스로 하여금 네메시스를 범하게 하였다고도 한다).

얼마 뒤 네메시스는 숲에서 알을 낳았고, 목동들이 알을 발견하여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 레다에게 가져다주었다. 레다는 알에서 헬레네가 태어나자 자신의 친딸처럼 키웠다.

하지만 또 다른 설에 따르면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와 정을 통해서 알을 낳은 것은 네메시스가 아니라 레다 자신이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틴다레오스의 아내인 아름다운 레다가 호숫가에서 시녀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을 때 백조로 변신하여 다가가 그녀를 범하였다.

그 후 레다는 달이 차자 여자아이 하나와 알 두 개를 낳았다. 한 알에서는 헬레네가 태어나고, 다른 알에서는 디오스쿠로이라고 불리는 쌍둥이 형제 카스토르폴리데우케스가 태어났다. 알에서 태어난 세 아이는 제우스의 자식이고, 처음부터 사람으로 태어난 또 다른 여자아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틴다레오스의 자식이라고 한다.

헬레네의 납치

헬레네는 12세 때 이미 그녀를 탐하는 사내에게 납치당하는 불행을 겪었다. 그녀를 납치한 이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였다. 테세우스와 그의 절친한 친구 페이리토오스는 서로에게 제우스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주기로 맹세한 적이 있는데, 이때 테세우스는 스파르타의 헬레네를 자신의 신붓감으로 꼽았다. 실제로 테세우스는 페이리토오스의 도움을 얻어 헬레네를 스파르타에서 유괴하여 아테네에 있는 어머니 아이트라에게 맡긴 뒤 페이리토오스와 함께 그가 원하는 신붓감을 데리러 저승으로 내려갔다. 페이리토오스가 신붓감으로 고른 여인이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하계로 내려간 페르세포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하계의 왕 하데스의 계략에 속아 모든 일을 잊게 만드는 망각의 의자에 앉는 바람에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테세우스는 나중에 헤라클레스가 열두 과업 중 하나인 저승의 개 케르베로스를 데려가기 위해 하계로 내려왔을 때 구출되었지만 페이리토오스는 영원히 하계에 남았다.

헬레네는 테세우스가 저승에 머무는 사이 그녀의 남자 형제인 디오스쿠로이에 의해 구출되었다. 이때 테세우스의 어머니 아이트라도 함께 스파르타로 끌려갔다.

헬레네를 납치하는 테세우스.

헬레네를 납치하는 테세우스. 아티카 적색상도기, 기원전 440년. 루브르 박물관

헬레네의 결혼과 구혼자의 서약

미녀 헬레네가 결혼할 나이가 되자 그리스 전역에서 구혼자들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오디세우스, 메네스테우스, 대(大)아이아스, 파트로클로스, 이도메네우스 같은 불세출의 영웅과 왕들이었다. 구혼자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선물들을 가져왔다. 하지만 틴다레오스는 그들의 선물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어느 한 사람을 헬레네의 남편으로 선택했을 때 나머지 구혼자들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고 전쟁을 걸어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혼자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오디세우스가 찾아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그 대신 이카리오스의 딸 페넬로페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다른 구혼자들처럼 많은 선물을 가져올 수 없었던 오디세우스는 헬레네에 대한 구혼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페넬로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카리오스는 틴다레오스 왕의 동생이니 페넬로페는 그의 조카의 딸이 된다. 틴다레오스는 기뻐하며 그러마고 했고 오디세우스는 해결방법을 알려주었다. 결정에 앞서 모든 구혼자들에게 누가 남편으로 선택받든 그 권리를 인정하고 부부를 지켜주겠다는 서약을 먼저 받아내라는 것이었다.

오디세우스의 묘책은 성공을 거두었고 헬레네의 남편이 되는 영광은 틴다레오스의 총애를 받고 있던 메넬라오스에게로 돌아갔다 (→‘틴다레오스’ 참조). 틴다레오스는 아들인 디오스쿠로이 형제가 이다스와 린케우스 형제와 싸우다 모두 죽었기 때문에 사위 메넬라오스에게 스파르타의 왕위도 물려주었다.

헬레네와 메넬라오스 사이에서는 딸 헤르미오네가 태어났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헤르미오네를 두 사람의 유일한 자식으로 언급했지만, 다른 전승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에는 니코스트라토스라는 아들도 있었다고 한다 (니코스트라토스는 메넬라오스가 계집종에게서 낳은 자식이라는 설도 있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유혹

헤르미오네가 아홉 살이 되었을 무렵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메넬라오스의 궁으로 찾아온다. 파리스는 트로이에서 과실로 살인을 저지르고 피해왔던 것인데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에서 자신을 환대해준 적이 있었던 파리스를 관대히 맞아주었고 살인죄도 정화시켜주었다. 그리고 신탁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파리스를 남겨둔 채 외할아버지 카트레우스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크레타 섬으로 떠났고, 파리스는 그 틈을 타서 헬레네를 유혹하여 트로이로 도망쳤다 (헬레네가 파리스에게 납치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파리스가 손쉽게 헬레네를 유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뒤에서 그를 돕고 있었던 것이다.

헬레네와 파리스

헬레네와 파리스 자크 루이 다비드, 1788년. 루브르 박물관

파리스의 심판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신들 중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불청객으로 결혼식에 찾아가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 바친다’는 글귀가 새겨진 황금사과를 연회석에 던졌다. 그러자 이 사과를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고집하면서 말썽이 생겼다. 여신들의 다툼으로 골치가 아파진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겼다.

이에 헤라는 파리스에게 사과를 자신에게 주면 최고의 권력을 주겠다고 했고, 아테네는 누구보다 뛰어난 지혜를 약속했고,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품에 안겨주겠다고 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 그에게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안겨준 이 결정은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트로이 전쟁을 불러들였고,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는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고 만다.

파리스의 판결

파리스의 판결 안톤 라파엘 멩스, 1757년. 에르미타슈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집트의 헬레네

헬레네의 트로이 행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순풍을 타고 사흘 만에 트로이에 도착했다는 설, 헤라 여신이 일으킨 폭풍에 떠밀려서 혹은 메넬라오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페니키아와 키프로스 등지를 떠돌며 상당한 시간을 지체한 뒤에 트로이에 도착했다는 설, 아예 트로이로 가지 못하고 트로이 전쟁 기간 내내 이집트에 머물고 있었다는 설 등이다.

헬레네가 트로이로 가지 못하고 이집트에 머문다는 신화는 다시 여러 갈래의 이야기로 나뉜다. 우선 파리스의 선택에 분노한 헤라가 헬레네를 빼앗기로 마음먹고 구름으로 그녀의 모습을 빚어 파리스와 동행하게 하고 진짜 헬레네는 이집트로 데려가 프로테우스 왕에게 맡겼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비슷한 이야기이지만 헤라가 등장하지 않는 설도 있다.

파리스와 헬레네는 트로이로 가는 도중 이집트에 들러 프로테우스 왕의 환대를 받았는데, 이들의 애정행각을 전해들은 프로테우스가 분노하여 파리스를 자기 왕국에서 추방하고 헬레네는 메넬라오스가 찾으러 올 때까지 자기 곁에 가두어두었다는 것이다. 이때 프로테우스는 파리스가 순순히 트로이로 출발하도록 만들기 위해 마법으로 헬레네의 허상을 만들어 동행하게 하였다고도 한다. 이 설에 따르면 파리스와 트로이로 건너간 바람에 끔찍한 전쟁을 일으킨 헬레네는 결국 허상에 불과했던 셈이다.

트로이 전쟁

크레타 섬에서 헬레네와 파리스의 도주 소식을 들은 메넬라오스는 서둘러 스파르타로 돌아왔다. 그는 오디세우스 등과 함께 트로이로 가서 아내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헬레네와 파리스는 아직 트로이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허탕을 치고 스파르타로 돌아온 메넬라오스는 헬레네의 옛 구혼자들에게 틴다레오스에게 했던 맹세를 상기시키며 실추된 그리스인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촉구하였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을 총사령관으로 하는 그리스연합군은 아울리스 항에 집결하여 1천여 척의 선박을 이끌고 트로이 원정에 나섰다.

트로이 전쟁이 10년이 넘도록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양측은 당사자인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로 최종적인 결말을 짓고자 했다. 결투는 메넬라오스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파리스를 총애하는 아프로디테가 그를 구름에 감싸 헬레네의 침실로 데려가는 바람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전쟁은 결국 그리스군이 목마 속에 숨어 트로이 성에 잠입함으로써 트로이의 패망으로 끝이 났다. 목마 속 그리스 용사의 일원으로 트로이를 함락시킨 뒤에 메넬라오스가 헬레네를 찾은 곳은 파리스의 형제인 데이포보스의 집에서였다. 파리스가 필록테테스의 화살에 죽고 난 뒤 트로이인들은 헬레네를 데이포보스에게 아내로 주었던 것이다. 메넬라오스는 헬레네를 당장에 죽이려 했지만 헬레네의 미모와 아프로디테의 방해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그는 헬레네를 그리스로 데려가서 죽이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다짐했지만 결국 이 말도 지켜지지 않았다.

트로이 전쟁 중의 헬레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트로이 성에서 헬레네가 보인 행동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헬레네는 전쟁이 장기화되자 파리스와 도망친 일을 후회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녀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성을 정찰하기 위해 변장을 하고 나타났을 때 그를 알아보고도 밀고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가 팔라디온 상을 훔칠 때 이를 돕기까지 하였다.(→‘오디세우스’, ‘팔라디온’ 참조)

하지만 그리스군이 목마를 남기고 철수하였을 때는 그 안에 그리스 용사들이 숨어 있는 것을 간파하고 그들의 아내 목소리를 흉내내며 잠복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려 했다.

그 때문에 오디세우스는 목마 안의 그리스 용사들이 헬레네의 목소리에 속아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막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트로이 성이 함락되고 메넬라오스가 나타났을 때는 오히려 다시 그를 도와 파리스에 이어 새 남편이 된 데이포보스를 죽게 만들었다.

귀향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귀향길은 오디세우스의 여정 못지않게 험난했다. 이는 메넬라오스가 신들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한 탓이었다고 한다. 승리를 거둔 뒤 아가멤논이 트로이에 남아 아테나 여신이 분노하지 않도록 제물을 바치는 동안 메넬라오스는 서둘러 귀로에 올랐기 때문이다. 메넬라오스는 결국 50척의 선박 중 5척만 남기고 모두 잃고 키잡이마저 아폴론에게 죽임을 당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는 바다를 표류하다가 결국 이집트까지 가게 되지만 이곳에서 여러 해를 머물며 큰 부를 쌓고 부부 간의 관계도 어느 정도 회복한 뒤 다시 스파르타로 돌아갔다.

하지만 헬레네가 애당초 트로이에 가지 않고 이집트에 머물고 있었다는 설에 따르면 메넬라오스는 이집트에 도착한 뒤에 비로소 진짜 헬레네와 만나게 된다.

헬레네의 죽음

헬레네의 죽음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헬레네의 죽음은 대개 그녀가 비극적인 전쟁의 원인 제공자였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일설에 따르면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스파르타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아르고스에 닿았는데, 그곳에서는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뒤였다. 오레스테스는 자기 집안의 불행이 헬레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여겨 그녀를 죽이려 했다. 하지만 제우스의 명으로 아폴론이 그녀를 구해내어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헬레네가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에 의해 타우리스에서 제물로 바쳐졌다는 설도 있다. 이는 이피게네이아가 트로이 전쟁이 시작될 때 그리스 함대의 순항을 위해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제물로 바쳐졌던 것에 대한 복수였다고 한다 (이피게네이아는 제물로 희생되기 직전에 여신이 구름으로 감싸서 타우리스로 데려가 자신의 신관으로 삼았다. → ‘이피게네이아’ 참조).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님페 테티스가 아들의 죽음에 화가 나서 그리스로 돌아가는 그녀를 죽였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헬레네의 죽음에 관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폴릭소의 복수설이다. 그에 따르면 메넬라오스와 함께 스파르타로 돌아온 헬레네는 메넬라오스가 죽은 뒤 그의 아들들(메넬라오스가 시녀에게서 낳은 자식들이다. → ‘니코스트라토스’ 참조)에 의해 스파르타에서 쫓겨났다. 그러자 헬레네는 로도스 섬으로 피신하여 옛 친구인 폴릭소에게 몸을 의탁했다. 하지만 폴릭소는 남편 틀레폴레모스가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것을 헬레네의 탓으로 여겨 원한을 품고 있었다.

물론 헬레네는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폴릭소는 일단 헬레네를 반기는 척하고는, 헬레네가 목욕을 하는 사이에 시녀들을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로 변장시켜 헬레네에게 달려들게 하였다. 헬레네는 결국 폴릭소의 시녀들이 변장한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에게 시달리다 실성하여 스스로 목을 매고 죽었다 (또는 폴릭소의 시녀들이 헬레네를 나무에 목매달아 죽였다고도 한다).

헬레네와 아킬레우스

헬레네의 최후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신화는 그녀가 죽은 뒤 ‘복된 자들의 섬’으로 가서 아킬레우스와 결혼하여 자식도 낳고 살았다는 설이다.

아킬레우스와 헬레네가 함께 산다는 곳은 도나우 강이 흑해로 흘러두는 하구에 위치한 ‘레우케’라고 불리는 흰 섬이라고도 하고, 신들의 총애를 받는 인간들만이 들어간다는 오케아노스 강변에 있는 ‘행복의 들판’ 엘리시온이라고도 한다 (→‘엘리시온’ 참조).

그곳에서 두 사람은 올림포스의 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고 에우포리온이라는 아들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에우포리온은 등에 날개가 달린 아름답고 총명한 소년으로 자라나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조롱하다가 제우스의 분노를 사 벼락을 맞고 죽었다고 한다 (→‘에우포리온’ 참조).

헬레네 인물관계도 상세

※ 관계도 내 인명 클릭시 해당 표제어로 연결됩니다.

헬레네 인물관계도
틴다레오스레다아가멤논클리타임네스트라카스토르폴리데우케스이피게네이아엘렉트라오레스테스파리스메넬라오스헤르미오네니코스트라토스아킬레우스에우포리온

헬레네는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 레다가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와 정을 통해서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에게서 알을 낳은 것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이며 레다는 그녀가 낳은 알에서 헬레네가 태어나는 것을 도왔을 뿐이라는 설도 있다.

이때 레다(혹은 네메시스)는 두 개의 알을 낳았는데 한 개에서는 헬레네가 태어나고 또 한 개에서는 디오스쿠로이라 불리는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폴리데우케스가 태어났다. 헬레네의 어머니가 레다였다는 설에서는 레다가 헬레네와 디오스쿠로이 형제는 제우스와 사이에서 알로 낳고 또 다른 딸인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틴다레오스와 사이에서 낳았다고 한다.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와 사이에서 딸 헤르미오네와 아들 니코스트라토스를 낳았다 (일설에 니코스트라토스는 메넬라오스가 시녀에게서 낳은 아들이라고 한다). 헬레네는 또 파리스와 사이에서 딸 헬레나와 아들 네 형제도 낳았는데 모두 트로이 전쟁 때 죽었다.

신비주의적 전승에 따르면 헬레네는 이 세상에서의 삶은 마친 뒤 ‘복된 자들의 땅’에서 아킬레우스와 결혼하여 아들 에우포리온을 낳았다고 한다.

헬레네를 때리려 하는 메넬라오스와 이를 지켜보는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헬레네를 때리려 하는 메넬라오스와 이를 지켜보는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아티카 적색상도기, 기원전 450년. 루브르 박물관

참고자료

  • 호메로스, 『일리아스』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헤시오도스, 『여인들의 목록』
  • 에우리피데스, 『헬레네』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히기누스, 『이야기』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