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

페넬로페

왕비

[ Penelope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남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사이에 수많은 구혼자들로부터 결혼을 요구받으며 시달렸지만 끝까지 지조를 버리지 않고 남편을 기다렸다. 마침내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을 모두 죽이고 페넬로페를 구해주었다.
페넬로페

페넬로페

외국어 표기 Πηνελόπη, 혹은 Πηνελόπεια(그리스어)
구분 왕비
상징 지조, 정숙, 인내
어원 천을 찢다
별칭 페넬로페이아(Penelopeia)
관련 상징 베틀
관련 사건, 인물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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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인물관계도
레다클리타임네스트라헬레네오디세우스텔레고노스텔레마코스이탈로스

페넬로페는 스파르타의 왕 오이발로스와 고르고포네의 아들 이카리오스가 샘의 님프 페리보이아와 사이에서 낳은 딸로 틴다레오스의 딸인 미녀 헬레네와는 사촌간이다. 페넬로페는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와 결혼하여 아들 텔레마코스를 낳았다. 일설에 그녀는 오디세우스가 죽은 뒤 오디세우스와 키르케 사이의 아들인 텔레고노스와 결혼하여 아들 이탈로스를 낳았다고도 한다.

신화 이야기

헬레네 대신 페넬로페를 아내로 선택한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는 원래 미녀 헬레네의 구혼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리스 최고의 미녀와 결혼하기 위해 그리스 전역에서는 구혼자들이 엄청난 결혼 선물을 싸들고 구름 같이 몰려들었다. 가난한 이타카 출신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없음을 일찌감치 간파한 오디세우스는 헬레네에 대한 구혼을 포기하였다. 그 대신 그는 헬레네의 사촌인 이카리오스의 딸 페넬로페를 신붓감으로 점찍고 그녀를 얻기 위해 헬레네의 아버지 틴다레오스에게 접근했다. 그 무렵 틴다레오스는 헬레네의 구혼자들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모두 다 내로라하는 영웅호걸인 수많은 구혼자들 중 단 한 명만을 사위로 선택해야 하는데, 선택 받지 못한 구혼자들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껴 전쟁이라도 걸어올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틴다레오스를 찾아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그 대신 이카리오스의 딸 페넬로페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이카리오스는 틴다레오스 왕의 동생이니 페넬로페는 그의 조카의 딸이 된다. 틴다레오스는 기뻐하며 그러마고 했고 오디세우스는 해결방법을 알려주었다. 결정에 앞서 먼저 모든 구혼자들에게 누가 남편으로 선택받든 그 권리를 인정하고 부부를 지켜주겠다는 서약을 받아내라는 것이었다.

오디세우스의 묘책은 성공을 거두었고 틴다레오스는 약속대로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 ‘구혼자의 서약’은 나중에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에게 커다란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게 된다.

전쟁에 나가지 않기 위해 광기를 가장한 오디세우스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된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되어 (혹은 그와 눈이 맞아) 트로이로 떠나자 트로이와 그리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메넬라오스는 헬레네의 옛 구혼자들에게 자신과 헬레네 부부를 지켜주기로 한 ‘구혼자의 서약’을 상기시키며 참전을 요구했다. 오디세우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 프란체스코 프리마티초, 1563년. 윌당스텡 컬렉션

그 사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오디세우스는 참전을 피하려고 광기를 가장하였다. 사람들이 참전을 요구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그는 당나귀와 황소를 한데 묶어 쟁기질을 하고 밭에 씨앗 대신 소금을 뿌리면서 미친 척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술수를 간파한 팔라메데스는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오디세우스가 밭을 갈고 있는 쟁기 앞에 갖다 놓았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아이를 피해 쟁기질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써 그의 거짓 광기는 탄로 나고 말았다.

페넬로페와 무례한 구혼자들

오디세우스가 전쟁터로 떠나자 그의 늙은 어머니 안티클레이아는 멀리 떠난 아들을 애통해하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라에르테스는 시골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하였다. 모든 집안 살림은 오롯이 페넬로페의 몫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나고 여러 해가 흘렀는데도 돌아올 기미가 없자 인근의 귀족들이 오디세우스의 재산과 지위를 탐하여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구혼자들의 수는 곧 100여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오디세우스의 궁에 죽치고서 허구한 날 축제를 벌이며 그의 재산을 탕진하였다.

페넬로페의 수의

구혼자들의 집요한 결혼 요구에 시달리던 페넬로페는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연로하여 죽을 때가 멀지 않은 시아버지 라에르테스를 위해 수의를 짜는 중인데 그 일이 끝나면 구혼자들 중 한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낮에 짠 천을 밤에 몰래 다시 풀어버리기 계속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이렇게 3년이 흘렀을 무렵 그 사이 구혼자 중 한 명과 눈이 맞은 시녀 멜란토의 고자질로 결국 페넬로페의 거짓은 들통이 나고 말았다.

구혼자들을 모두 물리친 오디세우스

더 이상 구혼자들의 요구를 물리칠 수 없게 된 페넬로페는 그들을 모두 모이게 한 뒤 남편 오디세우스가 남겨두고 간 활에 시위를 걸어 화살로 열두 개의 도끼 자루 구멍을 모두 꿰뚫는 사람을 새 남편으로 선택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구혼자들 중 아무도 오디세우스의 활에 시위를 걸지 못했다.

구혼자들을 죽이는 오디세우스

구혼자들을 죽이는 오디세우스 구스타프 슈바브, 1882년

오디세우스의 활에 시위를 걸어 도끼를 꿰뚫은 사람은 초라한 행색의 거지였다. 하지만 이 거지는 그 무렵 이미 고향 이타카에 도착하여 거지로 변장하고 구혼자들 틈에 섞여 있던 오디세우스였다. 그는 페넬로페가 시녀들과 함께 거처로 들어가자 그 사이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 텔레마코스와 충직한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 궁궐 마당을 폐쇄한 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100여 명의 구혼자들을 모두 살해하였다.

부부의 해후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을 물리치는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아직 남편이 돌아온 줄 모르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과 배신자들의 처단을 끝낸 뒤 아내의 처소로 찾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지만 신중한 페넬로페는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결혼 당시 오디세우스가 살아 있는 올리브 나무로 직접 만든 침대의 비밀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줄곧 오디세우스를 도와주었던 아테나 여신은 그날 밤을 특별히 길게 만들어 부부가 그 사이 겪은 일들을 서로 나눌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 주었다.

페넬로페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들

그리스 신화에서 페넬로페는 남편에 대한 지조를 끝까지 지킨 정숙한 아내로 알려져 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구혼자들의 무례하고 끈질긴 결혼 요구를 인내와 지혜로 물리치며 끝까지 남편 오디세우스를 기다린 페넬로페를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제시하면서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비교하였다. 저승에 내려간 오디세우스와 만난 아가멤논의 망령은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정부를 끌어들이고 급기야는 고향으로 돌아온 남편을 정부와 짜고 살해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악덕을 페넬로페의 미덕에 대비시키며 비난하였다.

하지만 전승에 따라 페넬로페는 부정한 여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오디세우스가 오랜 시간 집을 비운 사이 페넬로페는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안티노오스에게 마음을 주었고, 집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그 사실을 알고 페넬로페를 아버지 이카리오스에게 돌려보낸다. 친정으로 돌아간 페넬로페는 만티네이아로 가서 헤르메스와 결합하여 목신(牧神) 판을 낳았다고 한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모든 구혼자들이 차례로 페넬로페의 연인이 되었으며, 이 모든 결합을 통해서 판이 태어났다고도 한다.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가 마녀 키르케의 섬에 머물 때 그녀와 결합하여 낳은 아들이라고 하는 텔레고노스의 신화에도 등장한다. 키르케는 아들 텔레고노스가 성년에 이르자 이타카로 돌아간 아버지를 찾아가도록 하였다. 텔레고노스는 이타카 섬으로 가던 중 폭풍을 만나 어느 해안에 도착하였는데, 그가 케르키라 섬이라고 잘못 생각한 그곳은 바로 이타카 섬이었다. 굶주린 텔레노고스는 그곳의 가축이며 곡식을 약탈했고, 늙은 오디세우스와 맏아들 텔레마코스는 재산을 지키려 침략자에 맞서 싸웠다. 이 싸움에서 텔레고노스는 미처 아버지인 줄 모르고 오디세우스를 가오리의 독가시가 박힌 창으로 찔러 죽이고 말았다.

뒤늦게 자신이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텔레고노스는 비탄에 잠겨 아버지의 시신과 함께 어머니 키르케가 있는 아이아이에 섬으로 돌아갔다. 이 여행에는 과부가 된 페넬로페와 그녀의 아들 텔레마코스도 동행하였다. 아이아이에 섬에서 오디세우스의 장례식을 치른 뒤 텔레고노스는 페넬로페와 결혼하였고, 키르케도 텔레마코스와 결혼하였다.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 사이에서는 이탈로스라는 아들이 태어났는데 이탈리아라는 지명은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키르케는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복된 자들의 섬’ 엘리시온에 가서 살게 하였다고 한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오비디우스, 『헤로이데스』
  • 히기누스, 『이야기』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