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타임네스트라

클리타임네스트라

왕비

[ Clytemnestra ]

요약 그리스 신화에서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의 왕비이다.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함께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한 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찾아온 아들 오레스테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클리타임네스트라

외국어 표기 Κλυταιμνήστρα(그리스어)
구분 왕비
상징 남편을 배신한 아내
별칭 클리타이메스트라(Clytaimestra)라고도 불림
관련 사건, 인물 트로이 전쟁

클리타임네스트라 인물관계도

클리타임네스트라 인물관계도 축소판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레다 사이에서 난 딸로 미녀 헬레네, 디오스쿠로이(쌍둥이 카스토르폴리데우케스) 등과 형제 사이다. 아가멤논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로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엘렉트라, 크리소테미스가 있다.

신화 이야기

아가멤논 살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아가멤논의 동생이자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의 아내 미녀 헬레네를 납치하여 자기 아내로 삼자 그리스의 영웅들은 서약에 따라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메넬라오스의 트로이 원정에 동참한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으로는 아가멤논이 추대된다. 그리스군은 아울리스 항에 집결하여 트로이로 진격할 준비를 끝마쳤지만 항해에 필요한 순풍이 불지 않았다.

신탁을 통해 이것이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 아가멤논은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고 여신의 노여움을 풀어 마침내 트로이로 출항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 아가멤논을 증오하게 된다. 아가멤논이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트로이의 왕녀 카산드라와 함께 미케네로 돌아오자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의 사촌이자 자신의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와 공모하여 왕의 귀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남편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제물로 바쳐진 소처럼 도끼로 찍어 죽인다.

아가멤논 살해

아가멤논 살해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 1817년, 루브르 박물관

탄탈로스 가문의 저주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남편을 살해한 데에는 딸을 잃은 어머니의 증오심 외에도 아가멤논의 집안에 이어지는 핏줄 간의 뿌리 깊은 원한도 작용하고 있었다. 탄탈로스 가문의 저주라고 일컬어지는 이 집안의 끔찍한 골육상쟁 이야기는 아가멤논의 증조부 탄탈로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우스의 아들로 부유한 리디아를 다스리던 탄탈로스는 신들에게 총애를 받아 올림포스에 초대되어 신들과 어울리는 특권을 누리지만, 점차 오만해져서 신들의 전지적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아들 펠롭스를 죽여 그 고기로 국을 끓여서 자기 집에 손님으로 온 신들에게 대접했다. 결국 신들의 미움을 산 탄탈로스는 저승인 타르타로스에서 영원히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을 당하는 형벌을 받게 된다.

아버지에 의해 고깃국이 되었던 펠롭스는 내막을 알고 난 신들의 동정심으로 되살아나 아버지의 왕위를 물려받지만, 아내 히포다메이아를 얻기 위해 장인 오이노마오스를 살해하고 자신을 도운 미르틸로스마저도 바다에 던져 죽인다. 장인의 마부였던 미르틸로스를 매수하여 제 편으로 만들 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이다. 헤르메스 신의 아들이기도 한 미르틸로스는 죽어 가면서 펠롭스와 그 자손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펠롭스에게는 두 아들 아트레우스티에스테스가 있었는데, 펠롭스가 죽자 서로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당연히 제 차지인 줄 알았던 왕위가 아내 아에로페의 배신으로 동생에게로 돌아가자 아트레우스는 증오에 찬 복수를 다짐한다. 나중에 제우스의 도움으로 왕위에 오른 아트레우스는 화해를 하자며 티에스테스를 초대한 다음 그의 두 아들을 죽여 아버지에게 먹였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잔혹한 방식으로 두 아들을 잃은 티에스테스는 델포이의 신탁에 복수할 방도를 물었고, 그러자 더욱 끔찍한 신탁이 내려온다.

펠로페이아와 잠자리를 가져서 낳은 아들이라면 복수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티에스테스는 주저하지 않고 복면을 하고서 딸을 강제로 범한다. 얼마 뒤 펠로페이아가 낳은 아들이 바로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다. 아이기스토스는 장성하여 친아버지 티에스테스를 찾은 다음 신탁이 예언한 대로 큰아버지 아트레우스를 죽이고 나중에는 그 아들인 아가멤논도 죽이게 된다. 아가멤논은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 중 첫째이고, 둘째 아들은 파리스에게 아내 헬레네를 빼앗기는 메넬라오스다.

오레스테스의 복수

아가멤논 집안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버지 아가멤논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당시 미케네를 떠나 있었던 어린 아들 오레스테스는 8년 뒤 다 큰 청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누나인 엘렉트라와 함께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복수 행위는 오레스테스에게 친어머니를 죽이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의미하였다. 결국 친족살해자가 된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에 의해 미치광이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는 여신들의 분노를 피해 델포이의 신전으로 피했다가 다시 아테네로 피신하여 아테나 여신의 주재로 열린 시민들의 판결을 통해 비로소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살해한 죄를 용서받는다.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오레스테스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오레스테스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 1862년, 크라이슬러 컬렉션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를 깨우는 클리타임네스트라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를 깨우는 클리타임네스트라 기원전 380년경의 항아리 그림, 루브르 박물관

클리타임네스트라와 탄탈로스

신화의 또 다른 버전에 따르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의 아내가 되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아들까지 두고 있었다고 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첫 남편은 다름 아닌 티에스테스의 또 다른 아들 탄탈로스로 아가멤논과는 사촌지간이 된다. 아가멤논은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남편과 아들을 죽이고 그 피범벅 위에서 클리타임네스트라를 강제로 범했다고 한다.

나중에 아가멤논의 아내가 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네 자녀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크리소테미스를 낳았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다시 맏딸 이피게네이아가 남편의 손에 의해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보아야 했고,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한 후에, 결국에는 딸 엘렉트라와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신화 해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구혼자들의 무례하고 끈질긴 구혼 요구를 인내와 지혜로 물리치며 끝까지 남편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페넬로페를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제시하면서,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정부를 끌어들이고 급기야는 고향으로 돌아온 남편을 정부와 짜고 살해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저승에 있는 남편 아가멤논의 입을 빌려 비난한다. 페넬로페의 미덕을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악덕에 대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 살해자로서보다 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즉 친족 살해의 희생자로서 더 주목을 받는다. 클리타임네스트라에 대한 호메로스의 관심이 오로지 아내에 의한 남편 살해에 맞추어져 있었다면, 그리스의 비극 작가들(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과 시민들은 아버지를 위한 복수로 어머니를 살해한 오레스테스의 행위가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더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인물관계도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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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타임네스트라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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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타임네스트라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레다 사이에서 난 딸로 미녀 헬레네, 디오스쿠로이(쌍둥이 카스토르폴리데우케스) 등과 형제 사이다. 아가멤논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로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엘렉트라, 크리소테미스가 있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아이스킬로스, 『오레스테스 3부작』
  • 에우리피데스, 『이피게네이아』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