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디온

팔라디온

사물

[ Palladium ]

요약 그리스 신화에서 팔라스 아테나 여신을 상징하는 신상으로, 그것이 모셔져 있는 도시를 지켜주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다. 아테나 여신이 직접 만들어 올림포스에 두었던 것을 제우스가 지상으로 던졌는데 그것이 당시 한창 건설 중이던 트로이 성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트로이 패망 후 팔라디온은 아이네이아스에 의해 이탈리아로 갔다고도 하고, 아테네 시에 모셔졌다고도 한다.
팔라디온에 매달리는 카산드라를 끌어내는 아이아스

팔라디온에 매달리는 카산드라를 끌어내는 아이아스

외국어 표기 Παλλάδιον(그리스어)
구분 사물
상징 도시의 수호자
어원 팔라스 여신의 상
관련 사건, 인물 트로이 건국, 트로이 전쟁

신화 이야기

기원

팔라디온은 팔라스 여신의 신상으로 그것을 간직하고 숭배하는 도시를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믿어졌다. 팔라디온 신상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팔라스는 바다의 신 트리톤의 딸로 아테나가 어렸을 때 함께 자랐다고 한다. 어느 날 두 소녀는 함께 무술을 연마하다가 다투게 되었는데, 딸을 걱정한 제우스의 개입으로 팔라스는 아테네의 창에 찔려 죽고 말았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 아테나는 그 뒤로 자신의 이름에 ‘팔라스’라는 별칭을 붙이기 시작했고, 또 그녀를 기리기 위해 팔라디온 상을 만들어 올림포스에 갖다 놓고 팔라스를 신으로 예우하였다. 그 후 팔라디온은 아테나 여신을 상징하는 신상이 되었다.

니케와 전사

니케와 전사 가운데 있는 뱀이 감싼 기둥 위에 팔라디온 상이 있다. 헬레니즘 시대 원본을 모사한 1세기 조각, 루브르 박물관

트로이로 간 팔라디온

올림포스에 있던 팔라디온 상은 제우스가 지상으로 던져버리는 바람에 트로이 성에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플레이아데스 중 하나인 아름다운 엘렉트라를 겁탈하려다 그녀가 팔라디온 신상 뒤로 숨자 화가 나서 이를 던져버렸다고 한다.

제우스가 던진 팔라디온 상은 한창 트로이 성을 건설 중이던 일로스의 장막으로 떨어졌고, 일로스는 이를 신들이 도시의 건설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성 안에 아테나 신전을 짓고 그 안에 정성스럽게 모셨다(일설에는 팔라디온 상이 아직 지붕이 완성되지 않은 아테나 신전 안으로 곧장 떨어졌다고도 한다). 트로이 성에 떨어진 팔라디온 상은 약 3큐빗(1큐빗은 50센티미터다) 크기의 입상으로, 발을 모은 자세였고 손에는 아테나 여신을 상징하는 창과 실패가 들려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팔라디온 상은 데메테르 여신이 모르고 먹어버린 펠롭스의 어깨뼈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스파르타에 있던 것을 파리스헬레네를 납치해가면서 함께 트로이로 가져갔다고 한다(→‘펠롭스’ 참조).

트로이 패망 이후의 행적

트로이인들은 팔라디온이 성안의 아테나 신전 안에 모셔져 있는 한 트로이가 멸망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도둑맞을 것을 염려하여 똑같이 생긴 가짜 신상을 신전에 세워두고 진짜는 깊은 곳에 감춰두었다고 한다.

트로이 전쟁이 벌어졌을 때 그리스군에서는 오디세우스디오메데스를 트로이 성안으로 몰래 들여보내 팔라디온 신상을 훔쳐냈는데 이것이 가짜였다는 설도 있다. 진짜는 트로이 성에 남아 있다가 함락되던 날 밤 아이네이아스가 신전에서 꺼내 이탈리아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팔라디온을 훔치는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

팔라디온을 훔치는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 아풀리아 적색상 도기, 기원전 360년, 루브르 박물관물

아이네이아스가 가져온 팔라디온 상은 로마의 베스타 여신 신전에 모셔졌고, 이때부터 로마인들은 베스타 신전 안의 팔라디온을 로마의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숭배하였다.

다른 전승에 따르면 팔라디온 상은 아이네이아스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 디오메데스의 수중에 떨어졌는데, 디오메데스가 나중에 그것을 라티움으로 가져가 아이네이아스에게 주었다고 한다.

팔라디온을 든 디오메데스

팔라디온을 든 디오메데스

그밖에도 아테네인들은 팔라디온이 아테네 시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트로이 전쟁에 참가했던 아테네의 왕 데모폰이 디오메데스로부터 전해 받았는데 아가멤논이 신상을 탐하는 것을 알고 가짜를 만들어두었다가 아가멤논에게는 그것을 주고 진짜는 아테네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고스인들은 아가멤논이 진짜 팔라디온 상을 손에 넣은 뒤 아르고스로 가져왔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들은 고대인들이 아테나 여신을 도시의 수호자로 열렬히 숭배하였음을 보여준다.

팔라디온에 매달린 카산드라를 겁탈한 아이아스

트로이가 함락될 때 프리아모스 왕의 딸 카산드라는 오일레우스의 아들 소(小)아이아스가 겁탈하려 하자 아테나 신전으로 도망쳐 팔라디온을 끌어안고 화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아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산드라를 겁탈했으며 그 과정에서 신상이 쓰러지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그리스군은 아테나 여신의 노여움을 사서 전쟁이 끝난 뒤 무사히 고향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숱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아이아스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귀향길에 바닷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