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순시온의 사회와 경제
가. 파라과이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
아순시온은 인구가 약 68만 명으로 파라과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이다. 아순시온을 중심으로 1810년대 초부터 일어난 독립 운동으로 인해 파라과이는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에 흡수되지 않고 독립할 수 있었다. 독립 이후 아순시온은 수도가 되어 파라과이의 정치, 경제, 산업, 문화 등을 이끌고 있다.
도시 북서쪽 파라과이 강의 아순시온 만에 있는 항구는 수출입품을 실은 화물선이 출입하고 있는 무역항으로, 파라과이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농축산업 중심의 파라과이 경제에서 아순시온은 농축산물 가공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중심지이다. 섬유 산업, 신발 제조업 등의 경공업이 발달하였으며, 하항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형 선박 제조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업 등 3차 산업 또한 아순시온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오늘날 아순시온은 산로렌소(San Lorenzo) 등 센트럴 주(Departmento Central)의 여러 도시들을 포함하여 그란아순시온(Gran Asunción)이라고 불리는 광역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광역 도시권에는 2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하며, 이는 파라과이의 유일한 대도시라고 할 수 있다.
행정 구역상으로 보면 아순시온은 파라과이의 17개 주(departmento) 가운데 어느 주에도 속해 있지 않는 특별 자치시에 해당한다. 70개의 바리오(barrio)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바리오가 6개의 구(distrito)로 나뉘어 있다. 한편 아순시온 사람들은 ‘아순세나(Asuncena)’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 과라니 족과 과라니 어
파라과이는 에스파냐 인의 침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과라니(Guarani) 족이 살던 지역이었다. 원주민인 과라니 족은 파라과이 외에도 브라질, 볼리비아 등지에 걸쳐 살고 있었지만, 에스파냐 인의 침략과 수탈, 혼혈 등으로 인해 그 수가 빠르게 줄었다. 롤랑 조페 감독,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1986년 작 영화 ‘미션’은 아순시온 일대에서 과라니 족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벌이던 예수회 선교사의 이야기를 그려냈는데, 과라니 족에 대한 에스파냐의 억압과 박해가 묘사된 작품이다.
현재 25~26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과라니 족의 대다수가 파라과이에 살고 있으며, 이들의 언어인 과라니 어는 오늘날 파라과이의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과라니 족은 아순시온 시내에도 일부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과 에스파냐 인의 혼혈인 메스티소는 파라과이 국민과 아순시온 시민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1994년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파라과이 국민 가운데 7%가 에스파냐 어 하나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메스티소가 아닌 과라니 족, 그중에서도 과라니 어만을 사용하는 과라니 족이 파라과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고, 아순시온에서는 그 비율이 더욱 낮다. 게다가 이들은 교육이나 취업, 소득 등에서 차별받고 있는 계층으로 분석되었다.
다. 축구의 도시
파라과이는 남아메리카 국가답게 축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열의가 높다. 아순시온은 파라과이 축구의 중심지이며, 클럽 과라니, 올림피아 등 파라과이 명문 축구 구단의 연고지이다. 1919년 세워진 디펜소레스델차코 경기장(Estadio Defensores del Chaco)은 국립 종합 경기장이지만, 주된 용도는 축구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에서는 파라과이 국내 축구팀 간의 경기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도 많이 개최되었다.
라. 교육 기관
파라과이의 수도답게 다수의 초중등학교와 대학교가 있다. 1877년에 개교한 공립 고등학교인 수도국립학교(Colegio Nacional de la Capital)는 파라과이에서 역사가 오래된 명문 고등학교로 유명하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1896년에 설립한 단테알리지에리 이탈리아 학교(Scuola Italiana Dante Alighieri), 예수회 계열의 크리스토레이 학교(Colegio Cristo Rey) 등의 명문 사립 학교도 자리 잡고 있다.
아순시온을 대표하는 대학으로는 아순시온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Asunción)가 있다. 1889년에 개교한 이 대학교에는 공학부, 철학부, 농학부, 자연 과학부 등의 학부가 있다. 아순시온 성모승천 가톨릭대학교(Universidad Católica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 흔히 ‘아순시온 가톨릭대학교’라고 불림)도 파라과이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가톨릭계 사립 대학교로 아순시온 대성당 옆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