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파라이소의 역사

발파라이소의 역사

가. 식민 시기

발파라이소는 초기에 원주민인 피쿤체 족(Picunche)이 농경을 하면서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1536년에 유럽 인 디에고 데 알마그로(Diego de Almagro)가 보낸 보급선인 산티아기요(Santiaguillo)호가 칠레에 최초로 당도하였다. 이 보급선은 후안 데 사아베드라(Juan de Saavedra)의 지휘로 알마그로의 탐사와 발견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발파라이소에 정박하였다. 사아베드라의 고향이 에스파냐 쿠엥카(Cuenca)에 있는 발파라이소데아리바(Valparaíso de Arriba)였기 때문에 천국의 골짜기라는 뜻의 ‘발파라이소’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발파라이소는 식민 통치 초기에 현재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역사 지구의 일부인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언덕을 중심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 언덕은 현재 발파라이소의 요람으로서 식민 초기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 곳이다. 1559년에 설립된 발파라이소 최초의 성당인 라마트리스 성당(Iglesia de La Matriz)은 잦은 지진과 화재를 겪었으면서도, 복구가 잘 이루어져 기존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에스파냐 식민 통치 시기의 발파라이소는 성당 하나와 주택 몇 채뿐인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의 건축물이 많지 않았던 데다, 해적들의 습격, 폭풍우, 화재, 지진 등이 잇따라 일어났기 때문에 식민 시대 건물이 별로 없다.

나. 독립 이후 시기

1818년에 칠레가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하고, 에스파냐 상권 독점이 막을 내린 이후, 칠레 해군이 창설되고 다수의 선박이 유럽 국가를 왕래하면서 발파라이소는 칠레를 대표하는 주요 항만 도시로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발파라이소는 곧 마젤란(Magallanes) 해협과 오르노스(Hornos) 곶을 거쳐 남아메리카에 도달하거나 태평양으로 향하는 선박에게 중요한 항구가 되었다. 또한 1848년에서 1858년 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gold rush)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실제로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각국에서 칠레로 이주하는 인구가 주로 거쳐 가는 이주민의 도시로 발전하였다.

이주민들은 신문사를 설립하여 각각 자신의 언어로 쓰인 신문을 간행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발파라이소에 재현함에 따라 오늘날 발파라이소의 다채로운 문화를 이루었다. 영국 이주민은 축구를 들여왔고, 프랑스 이주민은 칠레 최초의 사립 가톨릭 전문학교인 발파라이소 성심 전문학교(Le Collège des Sacrés Cœurs)를 설립하였다. 스코틀랜드와 독일 이주민은 각각 최초의 사립 학교인 매케이 학교(The Mackay School)와 독일인 학교(Deutsche schule valparaiso)를 설립하였다. 또한 이들은 현재도 운용되고 있는 칠레 최초의 자원소방대를 편성하였다. 이처럼 각국 출신의 이주민이 다양한 유럽식 건축물을 설립하고, 독특한 생활 양식을 도입하면서 발파라이소의 문화는 칠레의 어떤 도시보다도 다채롭게 바뀌었다.

1914년 파나마 운하 개통으로 발파라이소 무역의 전성기는 막을 내렸다. 유빙과 결빙 현상이 심해서 선박의 좌초가 우려되는 마젤란 해협과는 달리, 파나마 운하는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었고, 파나마 운하로 통행하는 것이 마젤란 해협으로 통행하는 것보다 항로의 거리를 크게 줄여주었다. 대규모의 선박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므로 마젤란 해협을 거쳐 발파라이소에 정박하기는 했으나, 발파라이소 항구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무역에 의존하던 도시의 경제도 쇠퇴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과일 수출이 늘어나면서 이곳에 정박하는 선박의 수가 다시 증가함에 따라 무역업이 성장하여 도시 경제와 함께 칠레 경제도 되살아나고 있다.

발파라이소는 국회의사당이 위치하고 있어서 칠레의 입법 수도 역할을 한다. 본래 국회의사당은 수도인 산티아고에 있었는데, 1973년에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대통령 집권기에 국회의사당이 폐쇄되자, 군부 독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1990년에 발파라이소에 새 국회의사당을 건립함으로써 칠레 국회가 이곳에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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