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의 경제

코르도바의 경제

가. 아르헨티나 제조업의 중심지

코르도바는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제조업 도시이다. 그중에서도 자동차가 코르도바 산업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코르도바에서는 피아트, 폴크스바겐, 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자동차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코르도바는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 산업도 코르도바의 기간산업에 해당한다. 1926년 설립된 코르도바 군용기 생산 공장은 본래 아르헨티나 항공기 조병창(Fábrica Argentina de Aviones "Brigadier San Martín" S.A., 약칭 FAdeA SA) 소속으로 1930년대에 항공기 엔진을 자체 제작했고, 1950년대에는 FMA I.Ae. 37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국산 전투기 개발의 중심지였다. 1990년대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아르헨티나 항공기 조병창이 폐업하고 미국 록히드마틴 사의 군용기 생산 공장이 되었다가, 2009년에 다시 국유화되면서 새롭게 출범한 아르헨티나 항공기 조병창이 운영을 맡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자본으로 철도가 부설되면서 코르도바는 아르헨티나 철도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철도 산업이 발달하였다. 이 밖에도 섬유 산업이나 식품 가공업 등의 경공업, 기타 중화학 공업 등이 발달하였다.

나. 아르헨티나 기술 개발의 메카

코르도바는 아르헨티나의 첨단 기술 중심지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항공 산업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에는 코르도바 군용기 생산 공장에서 자국산 제트 전투기 개발이 추진되었다. 제트 전투기 개발에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오늘날에도 제트 전투기를 자체적으로 개발 및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스웨덴 등 10개국 안팎에 불과한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비록 실용화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전성기 때의 코르도바가 어느 정도로 항공 기술이 발달했던 도시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전성기 때처럼 제트 전투기를 자체 개발할 정도의 항공 기술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록히드마틴 등의 군용기를 제작하면서 축적한 항공기 제작 기술 및 노하우는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아르헨티나의 기간산업이자 핵심 기술로 중요시되고 있다.

오늘날 코르도바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이동 통신 등 정보 통신 기술 관련 첨단 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코르도바 시내에는 첨단 기술 관련 산업체와 연구 시설들이 소재해 있으며, 이는 아르헨티나 첨단 기술을 견인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 아르헨티나의 제트 전투기 개발사

20세기 초·중엽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에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독일의 기술자들이 대거 망명해 왔다. 그 덕분에 아르헨티나에는 항공기 개발에 요구되는 물적·인적 자원이 잘 갖추어진 환경이 조성되었고,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산 제트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항공 기술과 산업의 중심지인 코르도바는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 자국산 제트 전투기 개발 사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아르헨티나 항공기 조병창은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에 걸쳐 지속적인 자국산 제트 전투기 개발을 시도했다. 그 첫 작품이 ‘폴키 1(Pulqui Ⅰ)’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FMA I.Ae. 27이다. 프랑스 출신의 항공 기술자 에밀 드와틴(Émile Dewoitine, 1892~1972)의 주도로 개발된 이 전투기는 한 대의 시제기(試製機: 항공기 개발 단계에서 시험 삼아 제작한 항공기)만 제작한 채 개발 및 양산이 중단되었지만, 남아메리카 최초의 제트 전투기라는 의미를 가진 기종이다. 이후 페론 정부의 지원 아래 ‘폴키 2(Pulqui Ⅱ)’라는 코드명의 FMA I.Ae. 33이 개발되었다.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공군기 생산의 주역을 담당했던 군수업체 포케불프(Focke-Wulf) 사에 근무하면서 Fw-190 등 독일 공군기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독일 출신 항공 기술자 쿠르트 탕크(Kurt Tank, 1898~1983)의 주도로 개발되었다. 이 비행기는 페론 정부가 내세운 자주 국방 노선의 상징 역할을 하면서 아르헨티나 공군으로부터 발주 주문을 받기에 이르렀지만, 페론의 실각과 아르헨티나의 재정 상황 악화 등의 악재가 겹친 끝에 결국 아르헨티나 공군의 제트 전투기가 미국산 전투기로 대체되면서 양산에 실패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전익기(全翼機, flying wing: 꼬리날개가 없고 동체와 날개가 구분 없이 하나로 이어진 형태의 항공기로, 미 공군의 B-2 폭격기 등이 이에 해당함) 형태의 제트 전투기 FMA I. Ae. 37 역시 양산화 직전에 개발이 취소되었고, 이후 자국산 전투기 개발 계획은 모두 백지화되었다. 1995년에는 코르도바 군용기 생산 공장이 민영화되면서 미국의 록히드마틴에 매각되고 아르헨티나 항공기 조병창은 해산했지만, 2009년 국유화 환수가 이루어지면서 아르헨티나 항공기 조병창이 재설립되었다.

코르도바의 항공기 산업은 제트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던 1950년대에 비하면 쇠퇴했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코르도바에서는 여전히 미국제 제트 전투기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항공기 제작 능력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2009년에 이루어진 코르도바 군용기 생산 공장의 국유화 선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관목차

212/1205
2. 아르헨티나
3. 멕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