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조

평조

[ 平調 ]

요약 신라 때부터 현재까지 사용되는 향악(鄕樂)의 한 악조명(樂調名).

오랜 역사 속에서 평조는 시대마다 서로 다른 의미의 악조로 사용되었다. 평조는 선법명(旋法名)으로, 조명(調名)으로, 또는 선법과 조를 아우르는 악조명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① 신라 때 쓰인 악조의 하나. 『삼국사기』 「악지」(樂志)에 의하면, 평조는 황종종(黃鍾鐘)·이아조(二雅調)·월조(越調)·반섭조(般涉調)·출조(出調)·준조(俊調)와 함께 삼죽(三竹)에 쓰였다. 일곱 악조로 된 대금(大笒) 324곡, 중금(中笒) 245곡, 소금(小笒) 298곡이다. 또한 평조는 우조와 함께 그 당시 거문고을 위한 187곡에서 사용됐다고 『삼국사기』 「악지」에 전한다.

②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전하는 고려 향악곡에 평조와 계면조 두 악조가 사용됐으므로, 조선초기 향악의 평조와 계면조는 고려의 악조를 전승한 것이다. 『세조실록』 권48 및 『악학궤범』(樂學軌範 1493) 권1의 악조총의(樂調總義)에 의하면, 성종(1469~1494) 때 향악에 쓰인 선법의 하나인 평조는 중국 5조 중의 치조(徵調)와 같다. 즉 조선초기의 평조는 중국 5조의 치조인 솔(sol)선법이다.

고려 향악곡의 평조 및 중국 5조의 치조와 비교표

고려 향악곡의 평조 및 중국 5조의 치조와 비교표

선율적 특징을 나타내는 평조선법은 우리나라의 다른 선법인 계면조선법 쌍벽을 이룬다. 평조선법은 중국 오조(五調) 중 치조(徵調: 徵·羽·宮·商·角)와 같고, 서양의 솔페지(solfage)로는 솔(sol)선법(sol·la·do·re·mi)과 같다. 평조라는 악조명은 당시 계면조라는 선법명과 함께 사용됐다. 선법명으로 쓰인 사례는 성종(1469~1494) 때 거문고에 쓰인 낙시조평조의 평조 및 당비파에 쓰인 평조에서 발견된다.

평조라는 용어는 『양금신보』(梁琴新譜 1610) 시대 우조의 대칭인 조명으로도 사용됐다. 즉 『악학궤범』 소재 향악의 평조는 계면조와 함께 선법명이었으나, 『양금신보』의 평조는 선법명과 조명을 포괄하는 악조명, 즉 임종을 궁으로 삼은 평조선법으로 변천됐다. 평조선법은 솔·라·도·레·미·솔 즉 장2도(솔·라)+단3도(라·도)+장2도(도·레)+장2도(레·미)+단3도(미·솔)의 음정으로 구성된다.

평조로 된 향악곡으로 『시용향악보』 소재의 "구천"(九天)·"군마대왕"(軍馬大王)·"귀호곡"(歸乎曲)·"나례가"(儺禮歌)·"대국"(大國)·"대왕반"(大王飯)·"별대왕"(別大王)·"사모곡"(思母曲)·"삼성대왕"(三城大王)·"상저가"(相杵歌)·"생가요량"(笙歌寥亮)·"서경별곡"(西京別曲)·"쌍화점"(雙花店)·"야심사"(夜深詞)·"유구곡"(維鳩曲)·"유림가"(儒林歌)·"잡처용"(雜處容)·"정석가"(鄭石歌)·"청산별곡"(靑山別曲)·"풍입송"(風入松)이 있다. 『대악후보』(大樂後譜) 소재 만대엽(慢大葉)·"북전"(北殿)·"서경별곡"이 있다.

평조선법

평조선법

③ 우조(羽調)보다 4도 아래 음을 가리키는 조명(調名). 조명으로 쓰인 평조는 『양금신보』에 나오는 평조계면조(平調界面調)의 평조(平調)이고, 평조계면조의 평조는 거문고의 대현 제5괘(棵)의 음인 임종(林鍾)을 나타내는 조명이다. 따라서 평조계면조는 임종을 중심음으로 삼은 계면조선법(界面調旋法)이다.

『양금신보』 당시 조명으로서의 평조는 거문고의 유현 제4괘의 음인 청황종을 표시하는 우조라는 조명의 대칭어로 사용됐다. 『양금신보』 소재 평조계면조의 평조라는 조명은 성종(1469~1494) 때 쓰이지 않았고, 그 대신에 낙시조(樂時調)라는 조명이 사용됐다. 다시 말해서 임진왜란(1592) 이후 조선초기 낙시조라는 조명 대신에 평조라는 조명이 사용됐다.

판소리에 사용된 악조의 하나. 우조의 별칭. 일명 우조목·호령조. 평조는 화창한 느낌을 주며 즐겁고 활기 있는 장면에 많이 쓰인다. 판소리에서 평조라고 지목된 대목은 우조 중에서 평으로 시작하는 대목이거나 중중모리로 화창하게 부르는 대목이다. 따라서 판소리에서의 평조와 우조의 구별은 구성음의 차이보다 가락형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우조처럼 가곡이나 시조와 같은 노래를 본떠서 판소리의 선율로 짠 평조는 웅장하고 화평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평화스러운 대목이나 기쁜 장면의 소리에 주로 사용됐다. 평조로 된 가락은 춘향가의 "천자푸리" 또는 흥보가에서 "제비가 날아드는 대목"에 나온다.

판소리에 쓰인 평조는 우조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즉 판소리에서 계면조와 함께 널리 쓰이는 우조의 음악적 특징은 담담(淡淡)하고 온화(溫和)하다고 묘사됐다. 대체로 우조의 가락은 진양장단에 맞추어 불린다. 우조의 사설은 대체로 점잖은 인물과 관련된 내용이며, 신중(愼重)하고 품위있는 것이 우조의 특징이라고 한다. 우조의 가락은 황(黃: E)·태(太: F)·중(仲: A)·임(林: B)·남(南: c)의 5음음계로 구성됐고, 중심음은 황(E)이다.

판소리의 우조에서는 시조나 가곡에서와 같이 속소리 즉 가성(假聲, falsetto)을 쓰지 않고, 또 시조나 가곡처럼 사설의 모음(母音)을 풀어서 부르지 않는 것도 판소리 우조의 한 특징이다. 우조의 음악적 특징을 잘 나타낸 대목은 흥보가 중 "집터잡는데," 춘향가 중 "적성가"(赤城歌), 심청가 중 "범피중류"(泛彼中流) 등이다. 이 세 대목에 나오는 "범피중류"의 경우 시조·가곡의 계면조처럼 주로 황·중·임의 3음음계로 구성됐지만, 판소리에서는 그 곡을 계면조가 아니고 우조라고 한다.

가야금산조(伽倻琴散調)에 쓰인 악조의 하나. 한성기류(韓成基流)·박상근류(朴相根流)·김병호류(金炳昊流)·강태홍류(姜太弘流)에 나오는 평조의 선율은 5음음계(A·G·F·D·C)로 구성됐고, 종지음은 G이다. 계면조의 가락처럼 심한 농현(弄絃)이 평조 가락에는 쓰이지 않는다.

참고문헌

  • 『한국음악용어론』 송방송, 권6.2279~81쪽
  • 『증보한국음악통사』 송방송, 서울: 민속원, 2007년, 83~85, 260, 262~63, 441, 466, 469쪽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송방송, 497~99쪽
  • 『民俗藝術事典』, 서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9년, 266, 271쪽
  • 『악학궤범용어총람』 송방송, 서울: 보고사, 2010년, 3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