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산조

가야금산조

[ 伽倻琴散調 ]

요약 가야금을 위한 독주곡의 한 갈래.

가야금산조의 기본적인 틀은 ··의 세 악장이고, 그밖에 가야금산조에 따라서 ····· 등의 악장이 기본 악장 사이에 또는 끝에 첨가되기도 한다. 대체로 늦은 곡으로 시작해서 점점 빠른 곡으로 진행된다. 각 악장 사이에는 휴식이 없다는 점에서 여러 유파(流派)의 가야금산조가 공통적이다. 각 악장마다 특유한 가락과 장단에 맞추어 연주되는 가야금산조는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대표적인 기악독주곡이다. 연주가는 이 모든 음악적 표현과 기교를 반주의 장단에 맞추어 각 악장을 연주한다.

오늘날 연주되는 가야금산조의 형태가 19세기 말경에 김창조(金昌祖)라는 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김창조가 가야금산조의 로 알려져 있지만, 그와 비슷한 시기에 가야금산조의 형성에 공헌한 분으로 전라도 지방의 한숙구(韓淑求)와 박창옥(朴昌玉) 그리고 충청도 지방의 (沈昌來)와 (李且守)가 있다. 제1세대의 가야금산조를 전승하여 일제강점기에 많이 활약한 제2세대의 명인으로는 (姜太弘)·(金炳昊)·김종기(金鍾基)·(安基玉)·(鄭南玉)·최옥산(崔玉山)·(韓成基)·(韓壽同)·(丁南希)·(沈相健)·(朴相根) 등이 있다.

강태홍·최옥산·한성기는 김창조의 산조를 전승했고, 안기옥·정남옥·한수동은 한숙구의 산조를 전승하였다. 이들의 가야금산조를 전승한 명인들은 김병호(金炳昊)·김윤덕(金允德)·(金竹坡)·(金春枝)·박경식(朴景植)·(徐公哲)·(成錦鳶)·(元玉花)·정남희(丁南希)·(咸洞庭月) 등이다. 이들은 대체로 광복 이후에 활동하였다. 제1세대의 산조가 그 다음 세대로 내려오면서 여러 유파가 생겼다. 최옥산(또는 崔玉三)·한성기·안기옥·한수동·김종기·정남옥·강태홍 제(制) 또는 류(流)가 그것이다. 20세기 초 충청도 이차수와 심창래의 가야금산조는 심상건과 박상근 산조의 형성에 기초가 됐다고 한다.

김창조와 한숙구의 전통을 기반으로 형성된 한성기류(韓成基流) 산조는 현재 김죽파류(金竹坡流) 산조에 전승되고 있다. 김창조의 산조를 전승한 최옥산류(崔玉山流) 산조를 함동정월이 전승했으며, 한숙구와 박창옥의 산조를 바탕으로 한 안기옥류(安基玉流) 산조는 정남희를 거쳐 김윤덕에게 전승되던 중 (重要無形文化財) 제23호로 지정됐다.

강태홍류(姜太弘流) 산조는 원옥화와 김춘지에게 전승됐다. 이차수의 산조를 전승한 박상근류(朴相根流) 산조는 성금연에게 전승되던 중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충청도 지방의 산조로 아버지 심창래에게 배운 심상건류(沈相健流) 산조는 현재 명맥이 끊어졌다. 그 이외 가야금산조의 유파로 김종기류(金宗基流)·박학순류(朴學淳流)·정남옥류(鄭南玉流)·김금암류(金錦岩流)가 있다. 김종기류 산조는 김삼태(金三泰)와 (柳大奉)에게, 박학순류는 (申快童)에게, 그리고 정남옥류는 서공철에게 각각 전승됐다.

가야금산조에 사용되는 장단은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이다. 이 장단은 모두 의 장단명과 같다. 이 장단 이외 다른 유파에 따라서 특수한 장단이 쓰이고 있다. 예컨대 박상근류 산조에서는 이 쓰였고, 김금암류 산조에서는 엇모리장단이 첨가됐다. 또한 연주자에 따라서 자진모리를 빠른 자진모리와 느린 자진모리로 나누기도 하고, 휘모리를 휘모리와 단모리(일명 세산조시)로 구분하기도 한다.

가야금산조에 나오는 여러 장단은 기본 가락과 변형 가락으로 구분될 수 있다. 반주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고, 또 실제 연주 때 나오는 산조 선율의 진행에 맞추어 반주자가 기본 장단의 가락을 여러 가지로 변형시킨다. 이렇게 기본장단을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장구 반주자의 음악성은 산조예술의 정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산조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높이는 미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야금산조의 선율은 장단 못지않게 변화무쌍하여 가락구성이 아주 매혹적이다. 특히 왼손의 농현(弄絃)을 통해서 얻어지는 묘한 가락의 진행이나 미분음으로 이루어지는 가락의 특성은 산조의 예술성을 높여주는 기본 요소의 하나이고, 미적 감흥을 자아내는 매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런 가락의 다양성과 오묘함은 질서정연한 (羽調)·(平調)·(界面調)·경조(京調) 등과 같은 (樂調)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대체로 진양 악장의 선율은 우조·평조·계면조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모리 악장의 가락은 경조 또는 과 계면조로 짜여졌다. 계면조는 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 악장의 가락에 사용된 조성이지만, 어느 유파에 따라서 강산제(岡山制)·우조·평조가 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 악장의 선율 구성에 사용되기도 한다.

판소리나 에서 차용했다는 가야금산조의 우조 가락은 G·A·B·D·F(또는 E)의 5음음계로 구성된다. 이때 G음이 '당' 소리에 해당하고 D음으로 끝난다. 이러한 우조의 가락은 대개 진양 악장의 첫 장단에서 시작하여 몇 장단 동안 지속된다. 예컨대 한성기류의 진양 악장에서 우조의 가락은 첫 장단에서 일곱째 장단까지, 최옥산류에서는 첫 장단에서 셋째 장단까지, 그리고 강태홍류에서는 첫 장단에서 여섯째 장단까지 계속된다. 평조의 가락은 C·D·F·G·A의 5음음계로 구성된다. G음이 '당' 소리에 해당하고 종지음은 G이다. 평조의 가락에서는 심한 농현은 사용되지 않고, 비교적 잔잔한 농현이 많이 쓰인다.

계면조의 가락은 '당'소리를 G음으로 보았을 때, 주로 G·C·D의 3음음계로 구성되고, 가끔 B이나 F가 출현함으로써 4음음계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계면조 가락의 진행에서 G음은 심하게 농현되고, D음은 미끄러져 내리는 (退聲法)으로 연주되며, C음은 잔잔하게 농현을 하거나 아예 농현하지 않는다. 계면조 가락은 C음에서 종지(終止)한다.

경조(京調 또는 경드름)의 가락은 '당'을 G음으로 보았을 때 G·A·C·D의 주요 4음으로 구성되지만 가끔 F가 사용되기도 한다. 경조 가락의 종지음은 대개 농현하지 않은 G음이고, D음은 퇴성법으로 연주된다. 그 나머지 음들은 가락의 진행에 따라서 농현을 하지만 계면조의 가락에서처럼 심한 농현을 하지 않는다. 가야금산조에 나오는 경조 가락은 판소리의 경드름이나 의 ""의 가락과 비슷하다.

강산제 가락의 구성음은 경조 가락 계통에 속하고, 어느 가락은 우조나 평조의 가락과 유사한 데도 있다. 그 이외에도 가야금산조에 따라서 위의 가락 유형에 넣기 어려운 특수한 가락들이 출현한다. 그런 가락을 ·의 가락이라고 부른다. 진양이나 중모리처럼 늦은 악장에서 가락을 농현과 미분음으로 다양하게 변화시키거나 오묘하게 표현하지만, 자진모리 같은 빠른 악장에서는 연주가가 가락의 리듬형태를 여러 가지로 변화시킴으로써 가락의 멋을 창조해낸다. 다시 말해서 점4분음표의 4박으로 된 12/8박자의 기본형에서 3박 리듬을 싱커페이션(syncopation)이나 헤미올라(hemiola) 형태의 2박 리듬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가락의 리듬감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산조의 멋을 만들어낸다.

각 유파별 가야금산조의 악장 일람

각 유파별 가야금산조의 악장 일람
구분 악장
다스름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빠른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
유파 한성기류

×

×

×

×

최옥산류

×

×

×

강태홍류

-

×

×

×

×

김병호류

-

×

×

박상근류

-

×

×

×

김윤덕류

-

×

×

×

김죽파류

-

×

×

×

×

또 한편 빠른 자진모리 악장에서 자유리듬으로 연주되는 가락은 빠른 가락의 연주와 대조를 이루게 함으로써 산조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배가시킨다. 왜냐하면 빠른 가락으로 몹시 긴장감을 고조시킨 상태에서 출현하는 자유리듬의 가락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가락의 변화성과 다양성이 장고반주자의 적절한 및 변화무쌍한 장단과 조화를 이룰 때 산조의 높은 예술성은 한층 고조되기 마련이다.

현행 가야금산조는 첫 악장인 진양으로 시작되고 있지만, 옛날 산조의 대가들은 진양에 앞서 을 연주하였다. 를 부르면서 판소리 가 목을 풀 듯이 옛날 산조연주가는 다스름의 연주를 통해서 줄을 고르게 고르고 다음 곡의 연주를 위해 심신을 가다듬었지만, 요즈음에는 다스름의 연주가 사라졌다. 전통적인 가야금산조의 틀은 위의 표에 정리했듯이 유파에 따라서 서로 다르다.

다른 악기의 산조에 비해서 가야금산조의 역사가 가장 오래됐고 또 대중화됐기 때문에, 가야금산조에 대한 연구나 5선보의 가 많이 이루어졌다. 심상건류 산조는 『』(1959)에 채보됐고, 박상근류와 심상건류는 1969년 『』 권3에 채보됐다. 이재숙(李在淑)의 『가야금산조』에 김윤덕류·김병호류·박상근류·강태홍류·김죽파류 산조가 채보됐다.

참고문헌

  • 『한국음악용어론』 송방송, 권1.39~47쪽
  • 『증보한국음악통사』 송방송, 서울: 민속원, 2007년, 5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