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거문고

요약 우리나라 대표적인 현악기의 하나. 일명 현금(玄琴)·현학금(玄鶴琴).

12현의 가야금과 쌍벽을 이루는 거문고는 사부(絲部)나 현명악기(絃鳴樂器, chordophone)에 들고, 중국의 쟁(箏)이나 일본의 고토(箏)처럼 지더(zither)류에 속하는 현악기이다. 현행 거문고는 6현이고 16개의 고정된 괘(棵)와 세 개의 안족이 있다. 가야금과 달리 거문고 연주자는 술대(匙)로 줄을 타현하기 때문에 독특한 음색의 묵직한 소리를 낸다. 가야금처럼 전통음악에서 널리 연주되는 중요한 현악기다.

5회분4호묘 벽화의 거문고 모사도(『고구려고분벽화』)

5회분4호묘 벽화의 거문고 모사도(『고구려고분벽화』)

거문고나 가야고의 '고'는 일본의 '고토'와 어원적으로 관련됐으리라고 보고 있으며, 거문고와 가야고의 출현 이전 우리나라의 고대 현악기가 '고'였으리라고 추정하고 있다. 고고학자료에 보이는 거문고의 그림이나 조각은 고구려의 무용총(舞踊塚)을 비롯한 여러 고분벽화 및 금동용봉봉래산향로(金銅龍鳳蓬萊山香爐) 일명 백제대향로(百濟大香爐), 673년(문무왕 13) 계유명아미타불삼존석상(癸酉銘阿彌陀佛三尊石像) 일명 계유명석상(癸酉銘石像), 그리고 725년(성덕왕 24) 상원사범종(上院寺梵鍾)에서 발견된다.

고구려의 재상 왕산악(王山岳)이 진(晉)나라에서 보낸 칠현금(七絃琴)을 보고 거문고를 만들었다고 『삼국사기』 「악지」(樂志)에 전한다. 네 줄짜리 거문고의 원형은 무용총이나 5회분4호묘 또는 안악제3호분과 같은 고분벽화에서 발견되므로, 거문고가 4세기 무렵에 연주됐으리라고 추정되고 있다.

무용총 벽화에 나오는 두 거문고 그림(『고구려고분벽화』)

무용총 벽화에 나오는 두 거문고 그림(『고구려고분벽화』)

고구려의 멸망 이후 거문고는 경덕왕(742~765) 때 옥보고(玉寶高)와 그 제자들에 의해서 신라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결국 통일신라 사회에 수용된 가야금·비파와 함께 삼현(三絃)의 하나가 됨으로써 중요한 향악기로 연주되기에 이르렀다.

통일신라 당시 거문고음악에는 우조(羽調)와 평조(平調)라는 악조가 사용됐다. 옥보고(玉寶高)가 창작한 30곡 및 귀금선생(貴金先生)의 "표풍"(飄風) 같은 곡 외에 거문고곡이 187곡이 된다고 『삼국사기』 「악지」에 전한다. 거문고를 포함한 신라 삼현의 전통은 고려왕조에 잘 전승됐고, 그 후 조선왕조를 거쳐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조선전기에는 궁중 밖에서도 거문고가 애탄됐음이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 나온다. 즉 당시 거문고의 대가들은 김대정(金大丁)·이마지(李亇知)·권미(權美)·장춘(張春) 등이었다. 특히 이마지는 성현을 포함한 당대 문인들에게 거문고를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악학궤범』 권7 소재 거문고의 전면과 후면

『악학궤범』 권7 소재 거문고의 전면과 후면

조선 사회 사대부들이 애탄하면서 여러 거문고악보를 후대에 남겼다. 안상(安瑺)의 『금합자보』(琴合字譜 1572)·이득윤(李得胤)의 『현금동문유기』(玄琴東文類記 1620)·신성(申晟)의 『현금신증가령』(玄琴新證假令 1680) 등이 대표적인 거문고악보이다.

조선후기의 풍류방이나 가단(歌壇)에서도 거문고는 율객들에 의해서 애탄됐다. 대표적인 율객이 영조(1724~1776) 때 가객 김천택(金天澤)의 단짝이었던 김성기(金聖器)였다. 『유예지』를 비롯한 여러 거문고악보가 사대부들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현재까지 많이 전하고 있다. 조선말기 산조(散調)의 등장에 따라 백낙준(白樂俊)은 20세기 초에 거문고산조를 창제하여 기악 발달에 크게 공헌했다. 광복 이후 거문고산조는 기악독주곡으로 현재에도 애탄되고 있다.

거문고의 여섯 줄은 가장 굵은 대현(大絃)과 그 다음의 문현(文絃)과 무현(武絃) 및 유현(遊絃)·괘상청(棵上淸)·괘하청(棵下淸)이다. 문현·무현·괘하청은 안족 위에 얹혀 있고, 유현·대현·괘상청을 궤 위에 걸쳐져 있다. 이 6현 중에서 유현과 대현만이 선율 연주 때 사용되고, 나머지 네 줄은 개방현으로 연주되고 있다. 유현의 음색은 가야금처럼 밝고 가벼운 반면에 대현의 소리는 낮고 둥글어 깊은 맛을 내는 거문고의 독특한 음색을 잘 나타낸다.

연주자는 거문고의 좌단(坐團) 부분을 무릎 위에 얹어 놓고 봉미(鳳尾) 부분을 바닥에 놓고 오른손의 식지장지 사이에 넣어 잡은 술대로 줄을 타현(打絃)해 소리를 낸다. 연주자가 유현을 연주할 때 왼손의 무명지(無名指)로 괘 위의 유현을 누르고 식지(食指)와 모지(母指)로 줄을 짚고 타현하지만, 문현을 연주할 때에는 장지(長指)로 괘 위의 대현을 누르고 식지와 모지로 줄을 짚고 타현해 소리를 낸다. 현재 거문고 연주 때 사용되는 구음으로는 덩·둥·당·동·징; 쌀깽·싸랭; 슬기둥·슬기덩 등이 있다.

참고문헌

  • 『한국음악용어론』 송방송, 권1.86~97쪽
  • 『증보한국음악통사』 송방송, 서울: 민속원, 2007년, 40쪽(도판 1-4), 56, 93~94쪽
  • 『國樂大事典』 張師勛, 서울: 세광음악출판사, 1984년, 89쪽
  • 『韓國樂器』 송혜진 글 강운구 사진, 서울: 열화당, 2001년, 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