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면조

계면조

[ 界面調 ]

① 조선초기 향악(鄕樂)에 사용된 선법(旋法)의 하나. 『악학궤범』(樂學軌範 1493) 소재 악조총의(樂調總義)에 의하면, "계면조는 중국 5조(궁조·상조·각조·치조·우조) 중 우조(羽調)가 속칭 계면조이다"라고 설명되었다.

당비파(唐琵琶)의 산형(散形)에서 계면조는 5조 중의 우조라고 설명되었다. 『악학궤범』에 나오는 종묘제향(宗廟祭享)의 종헌(終獻)에서 연주한 "정대업지악"(定大業之樂)의 악조(樂調)는 황종청궁(黃鍾淸宮) 계면조, 즉 중국 5조의 우조이다. 대금 평조의 경우 계면조의 상일(上一: 무역)을 역취(力吹)하여 상이(上二)의 음(청황종)을 낸다.

② 조선후기 가곡(歌曲)에 쓰인 악조의 하나. 『해동가요』(海東歌謠)에 전하는 이 악조의 각조체격(各調體格)은 왕소군사한입호시(王昭君辭漢入胡時) 설비풍한(雪飛風寒) 또는 청이원애원처창(淸而遠哀怨悽愴) 충혼침강(忠魂沈江) 여한만초(餘恨滿楚)이라 했고, 성율(聲律)은 오열처창(嗚咽悽愴)이라 했으며, 『가곡원류』(歌曲原流)에서는 애원처창(哀怨悽愴)이라 하였다.

③ 우리나라 대표적인 악조의 하나. 선율적 특징을 나타내는 선법인 계면조는 우리나라의 다른 선법인 평조(平調)와 쌍벽을 이룬다. 이 선법의 음악적 특징은 서양음악의 단조(短調)와 비교될 수 있다. 문헌에 나오는 계면조는 시대에 따라서 변천됐고, 현행 판소리산조(散調)에서 쓰이는 계면조라는 말은 본래의 계면조와 다르기 때문에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계면조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설명은 『세조실록』 권48에 이렇게 나온다. 계면조는 중국 오조(五調) 중 우조와 같다고 설명됐다. 즉 중국 오조의 궁(宮)을 서양음악의 솔페지오로 '도'(do)로 잡을 때, 우·궁·상·각·치·우로 된 우조는 라(la)·도(do)·레(re)·미(mi)·솔(sol)·라(la)로 구성된 라(la)선법이 되기 때문에, 계면조는 라(la)선법이다. 계면조의 이러한 설명은 『악학궤범』 권1에도 나오는데, 그림으로 표시하면 이렇다.

고려 향악곡의 계면조 및 중국 5조의 우조와 비교표

고려 향악곡의 계면조 및 중국 5조의 우조와 비교표

조선초기 5음음계의 라(la)선법인 계면조는 19세기 초 『유예지』 시절까지 크게 변천되지 않은 채 전승됐으나, 그 이후에 변천된 계면조의 음계는 현행 계면조 가곡에서 발견된다.

『악학궤범』 권1의 악조총의(樂調總義)에 의하면, 성종(1469~1494) 때 향악에 쓰인 계면조는 중국 5조 중의 우조라고 하였다. 조선초기 계면조로 된 향악곡은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소재의 "내당"(內堂)·"사모곡"(思母曲)·"성황반"(城皇飯)·"정석가"(鄭石歌)이다. 『악학궤범』 소재 계면조는 5음음계로 구성된 선법이다.

그러나 계면조의 5음음계는 『양금신보』(梁琴新譜 1610)·『신증금보』(新證琴譜 1680)·『한금신보』(韓琴新譜 1774)·『어은보』(漁隱譜 1779)·『유예지』 시절까지 변하지 않고 모두 5음음계였지만, 그 이후에 3음음계로 변천됐다.

④ 현행 가곡의 계면조는 황종(E중려(A임종(B) 이렇게 3음음계로 됐는데, 황종(黃鍾)이 중심음으로 쓰였다. 3음음계의 이런 계면조를 판소리에서는 서름조라고 하여 슬프고 처절(悽絶)하다고 표현한다. 판소리에 나오는 계면조 가락은 완전4도와 장2도로 이루어졌다.

판소리의 계면조에 나오는 중심음은 농현(弄絃)을 하지 않아 안정성이 있고, 장2도 위의 음은 퇴성(退聲)으로 소리를 주음(主音) 쪽으로 흘러내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완전4도의 아래 음은 심하게 농현을 한다. 이런 계면조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가락은 춘향가의 "옥중가"(獄中歌)나 흥보가의 "가난타령" 또는 심청가(沈淸歌)의 "추월만정"(秋月滿庭) 같은 대목에서 발견된다.

가야금산조(伽倻琴散調)의 경우 계면조로 된 가락은 3음음계(C·G·A)로 됐다. C가 주음이고, 심하게 농현하는 G음은 C음으로 상행종지(上行終止)하며, 퇴성으로 연주하는 D음은 C음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간다. 판소리나 산조에 나오는 계면조의 이러한 특징은 예로부터 전승된 고유의 향토조(鄕土調)의 하나이고, 우리 전통음악의 한 특징으로 꼽힌다.

판소리나 산조의 계면조라는 용어는 특정 음계나 선법의 명칭으로 사용됐다기보다 어떤 특수한 가락, 예컨대 매우 슬프고 애처로운 가락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옛날 판소리명창이나 산조명인들은 계면조의 음악적 특징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대신에 어느 한 대목을 실제로 연주하고서 그 가락을 계면조라고 설명하였다. 민간음악에 전승된 3음음계의 이러한 계면조가 조선말기 가곡의 발전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결과 현행 가곡의 계면조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⑥ 판소리 성조(聲調)의 하나. 계면조는 미·라·시의 3음음계가 주된 구성음이고, 시 위에 레에서 도에 이르는 미분음(微分音)이 있어 시로 흘러내린다. 변청(變淸)에서는 다른 음이 많이 나타나며, '라'로 마치는 수가 많고, '미'로 마치기도 한다.

악상(樂想)은 여성적이며 한스럽고 처절하며 부드럽고, 슬픈 느낌을 주는 계면조는 여성적이고 슬픈 장면에 많이 쓰인다. 예컨대 춘향가 중 "옥중가"(獄中歌), 흥보가 중 "가난타령," 심청가 중 "추월만정"(秋月滿庭)이 계면조의 대표적 가락이다.

참고문헌

  • 『한국음악용어론』 송방송, 권1.150~53쪽
  • 『증보한국음악통사』 송방송, 서울: 민속원, 2007년, 164, 260, 263, 264, 441, 469~71쪽
  • 『海東歌謠』, 25쪽
  • 『韓國音樂學資料叢書』 권5(『歌曲原流』), 서울: 국립국악원, 1981년, 20쪽
  • 『民俗藝術事典』, 서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9년, 54, 266쪽
  • 『악학궤범용어총람』 송방송, 서울: 보고사, 2010년, 38~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