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독송법을 성승에게 배운 고수절

법화경 독송법을 성승에게 배운 고수절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중국
• 시대 : 수나라
• 참고문헌 : 홍찬전

수나라(隨) 때 병주(井州)사람 고수절(高守節)의 집안에서는 대대로 불법을 신봉했는데, 수절은 특히 정성이 지극하였다.
열예닐곱살 때 대도(大都)에 갔었는데, 길에서 한 사문(沙門)을 만났다.
나이는 60살쯤 되어 보였고, 스스로 해운(海雲)이라 일컬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스님이 물었다.
「너는 경을 외울 줄 아느냐?」
「저는 진심으로 배우고자 합니다.」
하니, 스님은 그를 데리고 오대산으로 갔다.
한 곳에 이르니 암자 셋이 있는데, 겨우 몸을 들여놓을 만했다.
스님은 수절을 암자에 머물러 있게 하고 법화경을 가르쳐주어 외우게 하고, 밖에 나가 구걸해다가 수절의 의식까지 대어 주었다.
그러고 있는 중에 가끔 한 호승(胡僧)이 와서 해운스님과 한참씩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곤 했다.
어느 날 스님이 수절에게 물었다.
「네가 그 호승을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스님은 농을 하는 듯한 태도로,
「그 분은 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蓄薩)이시다.」
하였다. 수절은 이 말을 여러 번 들었으나 그 뜻을 깨닫지 못하였다.
하루는 갑자기 스님이 수절더러 산 아래 내려가 무슨 물건을 가져오라 이르고,
「본래 여자란 모든 악의 근본이다.
여자는 보리(菩提)의 도를 깨뜨리고 열반(混槃)의 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니,
너는 여인에 대해 항상 깊이 삼가해야한다.」
하고 훈계하였다.
수절이 공손히,
「예, 명심하겠습니다.」
하고 산 아래로 내려가다가 도중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나이는 열너댓 되었겠는데, 옷이 화려하고 용모가 아름다웠다.
흰말을 타고 바로 수절의 앞으로 오더니,
「몸이 갑자기 아파 말에서 내려야겠는데 이 말이 마구 뛰고 발길질을 잘하여 내릴 수가 없으니 저를 좀 부축해 내려 주세요.」
했다.
그러나 수절은 스승이 경계한 말을 생각하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길을 재촉했다.
여인이 몇 마장을 뒤 쫓아와 간절히 애원했으나 수절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으니까 갑자기 여인이 사라져버렸다.
암자로 돌아와서 스님에게 그 일을 이야기 하니, 스님은
「너는 참으로 장부로구나. 그렇지만 그 여인은 문수사리보살 이시다.」
하였으나, 수절은 그래도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농담으로만 여겼다.
수절은 3년 동안 꾸준히 법화경을 독송하여 그 깊은 뜻을 자세히 터득하였는데, 뒤에 장안에게 도첩(度牒)을 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중이 되리라 생각하고 아침 저녁으로 그 방편을 스승에게 물어본 다음 장안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스승이 말했다.
「너는 법화경을 외워 대승의 종자를 이미 성취하였다.
네가 꼭 가고자 하거든 가서좋은 스승에게 의논하여라. 이번에 서로 이별하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니. 너는 서울에 가거든 신정도량(禪定道場)으로 가서 와륜선사(臥倫禪師)께 의지하여라.」
수절은 서울로 가서 승려가 되려고 했으나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아 와륜선사를 찾아갔다.
선사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오대산에서 왔습니다. 화상께서 저를 보낸 선사님의 제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화상의 이름이 무엇이냐?」
「해운이십니다.」
그러니까 와륜선사는 크게 놀라고 탄식하며 말했다.
「오대산은 문수보살이 계시는 곳이고, 해운스님은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선재동자(善才童子)라 제삼선지식(第三善知識)인데, 너는 어찌하여 그 성인을 버렸느냐? 천겁 만겁에도 만나 뵐 수 없는데 어찌하여 그런 잘못를 저질렀느냐?」
수절은 깜짝 놀랐다.
비로소 해운스님이 하던 말의 뜻을 깨달았다.
정성과 힘을 다해 모시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다시 찾아가 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침내 와륜선사를 하직한 다음 되돌아서서 밤을 도와 달려갔다.
전에 있던 곳에 이르렀으나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弘贊傳 第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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