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을 읽고 암병을 치료한 조용하

반야심경을 읽고 암병을 치료한 조용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공덕설화

• 주제 : 공덕
• 국가 : 한국
• 시대 : 근현대
• 지역 : 경기도
• 참고문헌 : 불교설화대사전

현상계의 변화는 물거품 같은 것이어서, 생로병사라든가 죽었다 다시 살아나고 살았다가 별안간 죽는다고 해도 이상스러울 것이 없다. 또한 죽을 지경에 다달았다 살아난다 해도 기적이라 할 것도 없다.
우리들이 본래의 면목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계의 모양이 불행·질병 등이다.
그러나 불행이란 것이 본래부터 존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생명본연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종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이 지내던 사람이 질병을 계기로 독실한 신앙인이 된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람이 본래의 자리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계의 변화가 많지만, 이것들 중에 우리가 빨리 느끼는 것이 건강상의 문제이다.
한서교통 이사 조영하 거사님과 아주 인연이 깊은 동생뻘의 어느 중년부인이 1978년에 유암이 걸려 한쪽 가슴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 이후 허약하게 지내오다, 2년 전 가을에는 늑막염에 걸리게 되었다.
마침내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병세는 악화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마냥 걱정을 하면서도 내려갈 형편이 못 되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전혀 회복의 가망이 없어 병원에서 퇴원을 하였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보게 되었다.
과연 그는 암이 전신으로 퍼질 만큼 악화되어 있었다.
피골이 상접한 채 초췌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슬픔이 밀려 왔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절망적이면 절망적일수록 더더욱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집안 식구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은 모두 포기한 상태에서, 그녀는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차마 육안으로는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있을 수도 없고 해서 하룻밤만 묵고 올라오려고 하였다.
허나, 영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으며, 지금 헤어지면 영영 이별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환자는 태연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이때 문득((반야심경))만 잘 읽으면 병이 나을 것 같은 희망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저녁을 먹은 후 마주 앉은 자리에서 조거사가 말하였다.
「얘, 사람이 죽어도 좋은 게고 살아도 좋은 게니, 너도 걱정을 뚝 떼어 버리고 반야심경이나 외워보아라. 부처님이 어찌 우리를 속이겠느냐?」
「허지만 아프고 꼼짝도 못할 정도로 죽겠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 세상의 부귀영화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젊은 나이에 죽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해서 그래요!」
하며 더 살고 싶다고 호소하였다.
사람이 죽음에 임박해서 죽지 않으려 고기를 쓰는 필사적인 노력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으며, 비록 십분을 더 사는데 일 억원을 내놓으라고 하면, 누구든지 있는 것 다 내 놓을 지경이다.
그도 죽기 싫어 혹시나 하고 틈틈이 1편씩을 외웠으며, 하도 죽겠을 때는 밤새도록 경을 외우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위로 하였다.
「이 경을 계속 외우면, 내생의 고생을 덜게 될 것이다.」
하며 부지런히 경을 외우라고 격려하였다.
「하지만 뜻도 모르고 외우니까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하면서, 환자는 뜻을 풀이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하여 조거사는 밤새도록 을 강의하여 주었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오히려 그를 위로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이제는 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
고 하였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진일보(進一步)하는 이야기를 꽤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래 올라올 때는 내려갈 때보다는 약간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상경하게 되었다.
서울에 올라온 그는 그 뒤 약 7년 동안 법우들에게 강의해온 여러 가지 설법과 강의한 것을 녹음한 테이프를 보내주었다.
테이프를 가지고 갔다 온 아내는 그녀의 병세가 호전되어 얼굴에 핏기가 돌고, 먹는 것도 토하지 않는다고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 뒤 한달쯤 있다가 그녀가 오빠를 무척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즉시 당진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저녁에 당진에 도착했을 때는 마중 나온 사람 중에 그녀가 끼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계속 주사기로 물을 뽑아 왔는데, 열흘 전부터는 물을 뽑지 않고도 견뎌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마주 앉아 또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읽기를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해왔는데 모르는게 하도 않아서 해설을 들어야만 답답한 마음이 풀리겠노라는 것이었다.
그래 그는

「없는 것 뒤에 정말 있는 우리의 참모습을 보는 수행을 하자.
입으로만 을 외우지 말고, 그 뜻을 알고 체득하라.
우리의 참된 모습은 경의 말씀대로 불생불멸하며,
영원히 사는 생명인 것이다.
있는 것은 불성 (佛性)뿐이며, 원래 우리에게 병이 없는 것이다.
오직 건강·행복조화·번영만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본래 지닌 부처님의 완전 원만한 생명력을 모르기 때문에 너에게 병이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이 병은 네게 불교의 참뜻을 알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며,
결코 두려워할 만큼 힘센 존재는 아니다.
오직 네가 지닌 찬란한 부처님의 광명과위대한 힘만을 보아라
「마하반야바라밀」
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다 갖추어져 있다.」
는 뜻이다.
너는 아득한 옛부터 이미 부처인 것이다.
이 가르침을 확고히 믿어야 한다.
오직 부처만 볼 뿐이며, 결코 부족하고 못난 것을 인정치 말아라.
시어머니가 밥을 차려주는 것도 미안해하지 말아라.
우린 모두 서로를 돕는 보살인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원리대로, 부처만 인정하면 그러한 세계가 너에게 전개되기 마련인 것이다.
이제까지 형식적으로 불교를 믿었지만, 지금부터는 불교의 진리를 직접 체험토록 하여라.
기왕 이렇게 된바엔, 죽기를 각오하고 정진하여라.」
부탁하였다.
그러자 누워만 있던 사람이 한발짝씩 걸음을 옮기고, 몸을 움직이더니 다음날 아침에는 그의 세숫물까지 떠다 주었다.
밤새심경을 독송하며 수행을 하였건만 얼굴은 아주 평안해 보였다.
그러하여 상경할 땐 아주 홀가분한 심경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금도 일심으로 정진하고 있으며, 자식들이 늘상 지어미 심부름해대던 것도 차츰 줄어간다 하니 기쁠 뿐이다.
설령 세연이 다해 어느 때 죽는다 해도, 여한은 없으리라.
병 덕분에 그녀는 부처님의 가피력을 체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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