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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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가피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열반경

석존께서 라자가하성에서 동냥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석존은 신통력을 가지고 계시므로 자비를 보이시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언젠가 데바닷다가 아쟈세왕을 선동해서 석존을 해치려고 하였다. 데바닷다의 꼬임에 빠진 아쟈세왕은 미리 준비해 둔 사나운 코끼리를 풀어서 석존의 일행을 습격케 했다.
이 거대한 코끼리는 성내를 이리 저리 설치며 여러 사람을 짓밟아 죽였다. 코끼리는 피 냄새를 맡고는 더욱 미친듯이 날 뛰는 것이었다.
석존의 제자 중에서도 아직 욕념(欲念)을 버리지 못한 자는 허둥지둥 사방으로 달아 빼서 추태(醜態)를 보였다. 이 때 라자가하성의 사람들은 울부짓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석존의 안부를 걱정했다.
『아! 석존님의 수명도 오늘로서 마지막인가 보다. 아무리 석존님이라 하셔도 저 큰 코끼리는 못 당해내실 것이다.』
사람들이 비탄에 젖는 모양을 본 데바닷다는 이제는 됐다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석존의 멸망은 나의 숙원이다. 오늘이야 말로 석존 최후의 날이다. 두 번 다시 이 세상에서 얼굴을 맞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계략(計略)이 꼭 들어 맞았다.』
데바닷다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석존께서는 사납게 덤벼드는 코끼리를 보시고 대 자비심을 일으키시어 한 쪽 손으로 달려드는 코끼리 앞에 내미시었다.
그러니까 석존의 신통력으로 다섯 손가락에서 다섯 마리의 사자가 나타났다. 사납게 날뛰던 코끼리는 돌연 눈앞에 나타난 다섯 마리의 으르렁대는 사자를 보더니 겁에 질려 대소변을 싸면서 땅바닥에 주저 앉아 석존께 예배를 하였다. 석존의 손끝에 정말 사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비의 신통력으로 코끼리를 항복시켰던 것이다.

석존께서 열반하시기 위하여 쿠시나가라성으로 가시는 도중의 일이었다.
석존께서 열반하시기 위하여 쿠시나가라성으로 가신다는 말을 들은 오백 명의 장사들이 석존이 지나가시는 길을 닦고 있었다.
그 때 길 한복판에 큰 돌덩어리가 있어서 방해가 되므로 오백명의 장사들은 힘을 합하여 이 돌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지만 돌은 요지부동이었다.
석존께서는 이 모양을 보시고 자비심을 일으키시어 엄지발가락으로 가볍게 그 큰 돌을 공중으로 추켜올려서 오른 손바닥에 올려 놓고 돌을 가루로 하신 다음 다시 그 돌가루를 뭉쳐서 먼저대로의 큰 돌로 해 보이셧다. 이것은 그 장사들의 거만한 마음을 제거하여 불도에 정진하도록 하시려는 방편이었다.
석존께서 실지로 엄지발가락으로 큰 돌을 추켜드신 것도 아니고 가루로 만든 것도 아니다. 항상 자비심을 쌓으신 선근(善根)의 힘으로 장사들에게 이렇게 보이셨을 뿐이다.

남인도에 슈바라는 큰 성이 있었다. 성내에는 한 사람의 장자가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존경도 받고 있었고 과거에 여러 부처님도 잘 모셔서 많은 선근을 쌓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성내의 많은 사람들은 사도(邪道)를 믿는 형편이어서 외도를 섬기고 있었다.
어느 날, 석존께서는 로시도장자에게 불도를 가르치기 위하여 슈바라로 향하셨다. 그런데 슈바라의 외도들은 석존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이것은 우리에게 사활(死活)에 관한 중대 문제이다. 석존이 입성하면 사람들은 우리들을 버리고 석존을 따르게 될 것이다. 어떻든 석존이 입성을 못하도록 응급수단(應急手段)을 써야 하겠다.』
외도들은 사람을 풀어서 성내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의를 환기시켰다.
『석존이 곧 이리로 온다고 한다. 본시 중이란 놈들은 자기의 부모를 버리고 세상을 떠돌아 다니고 있다. 워낙,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버리고도 태연한 패거리들이므로 그들이 가는 곳은 농사가 안되서 주민은 기근으로 굶어 죽게 되고 병자는 더욱 중태에 빠져서 살아나지를 못한다. 그리고 석존은 불량배이므로 아귀, 나찰(羅刹―사람을 잡아 먹는 악귀)를 데리고 있다.
또 부모가 없는 고독한 무리들이 그의 부하가 되어 있다. 그리고 석존의 가르침이라는 것이 첫째도 공(空), 둘째도 공이어서 필경 공사상(空思想)의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결과는 안락과는 반대로 고뇌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가 입성하지 못하도록 적당한 방법을 강구해야 되는 것이다.』
석존에 대한 외도들의 악선전은 곧 온 성내로 퍼졌다. 아무 것도 모르는 주민은 평소 존경하던 외도로부터 석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몸을 떨며 외도의 발에 절을 하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사님, 우리들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실은 우리들도 여러 가지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석존은 수풀과 화초와 연못과 셈 따위를 좋아한다니까 성외에 있는 나무는 모두 베어 버리고 연못과 샘과 개울은 모두 오물(汚物)로 메워 버려라. 그리고 성문을 굳게 닫고 무장(武裝)을 해서 엄중히 석존의 일행이 당도하면 한 걸음도 가까이 오게 해서는 안된다.
그가 접근을 못하면 너희들은 안전한 것이다. 우리들도 온갖 술법(術法)을 써서 석존을 쫓아버리겠다.』
주민들은 외도의 말을 그대로 믿고 우선 나무는 모두 자르고 연못과 샘과 개울은 오물로 메워버리고 무장을 단단히 한 다음 삼엄(森嚴)한 경계태세(警戒態勢)로 들어갔다.
얼마 후, 석존께서 성문에 가까이 오셔서 보시니 마치 황무지(荒蕪地)같이 살벌(殺伐)하고 눈에 띄는 것은 성문을 지키고 있는 무장한 사람들 뿐이었다.
그 때 석존께서는 벌써 일의 자초지종(自初至終)을 간파(看破)하시고 자비심을 나타내시니 수목은 금방 먼저대로 무성하고 개울과 연못, 우물, 샘물은 청옥 같이 맑아지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여 온통 그 곳의 경치를 수(綬)놓는 것이었다.
그뿐만이랴 성벽은 변하여 푸른 유리의 성이 되어서 성내의 주민들은 석존의 일행을 거울을 보듯이 눈앞에 볼 수가 있었다. 성문은 스스로 열려서 아무도 이를 막는 자가 없었고 무기는 여러 가지 색깔의 꽃으로 변했다. 로도장자를 비롯하여 성내의 주민은 죽 몰려나와 석존의 일행을 영접하였다.
그래서 석존께서는 그들에게 불도를 설교하시고 그들로 하여금 모두 불심을 일으키게 하시었다. 이것도 또한 석존의 자비선근의 힘이다.

사밧티성에 바시타라는 바라문의 미망인이 있었다. 바시타에게는 아들이 꼭 하나 있었는데 우연한 병으로 죽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너무나 큰 슬픔에 충격을 받아서 마침내 발광(發狂)을 하게 되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발가벗고 거리를 쏘다니며,
『귀여운 내 아들, 너는 어디로 갔니!』
하고 소리소리 지르며 밤낮으로 동리를 헤맸다.
석존께서는 이 불쌍한 여인을 보시고 자비심을 나타내시었다. 그러니까 바시타는 석존을 자기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석존을 끼어 안으며 자식을 대하듯 애무(愛撫)하는 것이었다.
석존은 아난을 시켜서 그녀에게 옷을 주고 여러 가지로 불도를 설교하여 들려 주었다. 물론 석존은 바시타의 자식도 아니며 바시타는 석존의 어머니도 아니다. 또 실제로 석존을 끼어 안은 것도 아닌 것이니 석존의 자비 선근의 힘으로 가여운 여인은 구원을 받은 것이다.

라자가하성에 마카시나닷타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여름 九十일 동안 많은 스님에게 의약을 나누어 주었다.
그 때 한 사람의 수도자가 중병을 앓게 되었는데 의사의 진찰에 의하면 사람의 고기외에는 약이 없어서 사람의 고기를 먹이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친절하고 신앙심이 두터운 그녀는 의사의 말을 듣더니 곧 돈을 가지고 이 동리 저 동리로 사람의 고기를 사려고 나섰다.
『어느 분이 살을 잘라서 파실 분은 안계십니까? 돈을 많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종일토록 다녀봐도 누구 한 사람 자기의 살을 팔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생각다 못해 자기의 살을 베어서 수도자를 살릴 결심을 하고 칼로 자기의 넓적다리의 살을 잘라내서 야채와 양념으로 요리를 해서 병든 수도자에게 먹였다.
그러니까 환자의 병은 씻은 듯이 금방 나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그녀는 상처가 심해서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무붓타, 나무붓타.』
를 수없이 외우며 일심으로 석존님에게 구원을 청했다. 석존께서는 이 때 사밧티성에 계셨는데 그녀가 외우는 『나무붓타』의 목소리를 들으시고 대 자비심을 베푸셨다.
그녀는 석존님이 손수 명약으로 상처의 치료를 해 주셨다고 생각하니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 그렇게 심하던 상처도 어느 사이에 아물어 버렸다.
그러나 석존은 결코 약을 그녀의 상처에 발라 주신 것은 아니다. 이것 또한 자비선근의 힘인 것이다.

데바닷다는 욕심이 많은 악인이었다.
어느 날 우유를 먹은 것이 잘못되어 배탈이 나서 배를 도려내는 듯한 아픔에 온 방안을 헤매고 있었다. 그 고통은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으므로 그렇게 극악한 그도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나무붓타, 나무붓타.』라고 외쳤다.
그때 석존께서는 남인도의 우젠니성에 계셨었는데 그의 목소리를 들으시고 대 자비심을 나타내셨다. 그러니까 그는 석존이 오셔서 손수 머리와 배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더운 소금물을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마셨다.
그랬더니 그렇게 심했던 고통이 싹 가셨으므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석존은 데바닷다가 있는 곳에 가신 것도 아니고 소금물을 주신 것도 아니다. 이것도 자비 선근의 힘이었던 것이다.

중부인도의 고오사라국에 오백 명의 도적떼가 있었다. 그들은 폭력으로 온 나라아니을 약탈(掠奪)하고 다녔으므로 그 피해는 날로 심하여졌다.
그래서 하시노쿠왕은 군대를 동원해서 그들을 전부 체포하고 그들의 눈을 도려낸 다음 컴컴한 밀림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나무붓타, 나무붓타, 저희들을 구하여 주소서.』
하며 울면서 석존님께 하소연을 했다. 석존께서는 그 때 기원정사에 계셨었는데 이들의 소원을 들으시고 대 자비심으 베푸셨다.
그러니까 일진(一陣)의 청풍(淸風)이 일며 산 속에 있는 여러 가지 향약(香藥)을 불어내고 그 향풍(香風)이 그들의 눈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눈은 즉시로 회복되어 바로 눈 앞에서 석존의 설법을 들으면서 참회(懺悔)의 눈물을 흘리며 착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기실 석존께서 청풍을 일으켜서 향약을 불어넣는 것도 아니며 설법을 하신 것도 아니다. 이 또한 자비 선근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저루리태자는 극악무도한 악인이었다. 부왕을 쫓아내고 자기가 왕위에 올라서 전부터 원한(怨恨)을 품고 있던 수많은 석가족(釋迦族)을 죽였다.
그리고 일만 이천 명의 석가족 여인을 잡아다가 귀와 코를 도려내고 손과 발을 잘라서 웅덩이 속에 처넣었다. 이와 같이 참혹한 꼴을 당한 여인들은,
『나무붓타, 나무붓타, 부디 저희들을 살려 주소서.』
하고 비통에 사모친 목소리로 구원을 청하였다. 석존께서는 그 때 죽림정사에 계셨었는데 그녀들의 애끓는 소망을 들으시고 대 자비심을 베푸시었다.
그러니까 그 여인들은 석존께서 일부러 가비라성에 오셔서 청수(淸水)로 상처를 씻고 약을 발라 주셨다고 생각하니 고통은 사라지고 귀, 코, 손, 발은 그 자리에서 먼저대로 회복됐다.
그리고 석존님이 설법을 해 주시고 선심(善心)을 일으키게 해 주셨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석존이 가비라성에 가신 것도 아니며 청수로 씻고 약을 발라준 것도 아니다.
그녀들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모두가 석존의 자비 선근의 힘에 의한 것이다.

석존의 이러한 행적(行蹟), 모두가 대자대비하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감히 범부가 억측할 수 없는 일이다.
실로 영험(靈驗)있는 신기로운 이야기인 것이다.

<涅槃經第十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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