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

1896년(건양 1) 2월 11일부터 약 1년 동안 고종과 왕세자가 왕궁을 버리고 공사관에 옮겨서 거처한 사건. 아관이란 러시아(俄羅斯) 공사관의 줄임말. 노관(露館)파천이라고도 한다.

이후 세력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친일파 내각은 양력사용·군제개혁· 실시 등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했지만, 을미사변·단발령 실시 등으로 백성들 사이에 반일감정이 높아져 전국 각지에서 의병(을미의병)이 일어났다. 이처럼 어수선한 틈을 타서 이범진· 등 는 러시아 공사 와 짜고, 신변에 위험을 느끼던 고종과 왕세자를 정동(貞洞)의 러시아 공사관으로 몰래 옮겼다. 러시아 공사관에 도착한 고종은 즉시 ··정병하(鄭秉夏)·조희연(趙羲淵)·장박(張博) 등 5대신을 역적으로 규정하여 포살명령을 내림에 따라, 김홍집·정병하·은 군중에게 타살되고, 유길준·조희연 등은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로써 친일 내각은 무너지고, (朴定陽)을 수상으로 하는 친로파 정부가 구성되어, 조선은 러시아의 보호국과 같은 위치로 떨어졌으며, 이 기회를 이용하여 러시아는 압록강 연안과 울릉도의 삼림벌채권을 비롯, 경원·종성의 채광권, 인천 월미도의 저탄소 설치권 등 갖가지 이권을 차지했다. 이에 자극받은 구미열강도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여 경인(京仁)·경의선(京義線) 철도부설권 등 중요이권이 값싼 조건으로 외국의 손에 넘어갔다. 아관파천 1년간은 내정에 있어서도 러시아의 강한 영향력이 작용하여 정부 각부에 러시아인 고문과 사관(士官)이 초빙되고, 중앙군제도 러시아식으로 개편되었으며, 재정도 러시아인 재정고문에 의해 농단되었다. 이렇게 약 1년을 보낸 후 고종은 내외의 권고와 압력으로 97년 2월 25일 경운궁(慶雲宮, 지금의 )으로 돌아와 국호를 , 연호를 (光武)로 고치고, 10월에는 황제즉위식을 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