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아들 서동

• 주제 : 신앙
• 국가 : 한국
• 시대 : 백제
• 참고문헌 : 삼국유사

백제 제 30대 무왕(武王)의 이름은 장이다.
그 어머니는 과부가 되어 서울 남쪽 못가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때 이름은 서동(薯童) 이다.
재기(才器)와 도량이 커서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늘 마를 캐어 팔아서 생업을 삼았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그것으로 말미암아 서동이라 이름 했다.
그는 신라 진평왕(眞平王)의 셋째 공주 선화(善花) - 혹은 선화(善化)라고도 쓴다. - 가 아름답기 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깎고 신라의 서울로 가서 마를 동리 아이들에게 먹이니, 아이들이 친해져 그를 따르게 되어 이런 노래를 가르쳤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얼려(=정을 통해)
서동방(=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동요가 서울에 퍼져서 대궐 안까지 들려지니 백관(百官)들이 임금에게 극력 간하여 공주를 먼 곳으로 귀양을 보내게 했다.
떠나려 하자 황후는 순금 한 말을 노자로 주었다.
공주가 장차 귀양터에 이르려 하는데 서동은 도중에서 나와 절하면서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공주는 비록 그가 어디서 온지는 알지 못했으나 우연히 믿고 좋아했다. 이로 말미암아 서동을 따라갔으며 몰래 관계했다.
그런 후에야 서동의 이름을 알았으며, 동요의 영험을 알았다.
함께 백제로 와서 모후(母后)가 준 금을 내어 생계를 도모하려 하니 서동은 크게 웃으면서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오?」
공주는 말했다.
「이것은 황금입니다. 한 평생의 부(富)를 이룰 만 합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마를 파던 곳에 황금을 흙처럼 쌓아 놓았소.」
공주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그것은 천하의 진귀한 보배이니 당신이 지금 그 금이 있는 데를 알면 그 보물을 부모님(=신라 진평왕)의 궁전에 수송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동은 말했다.
「좋소.」
이에 금을 모아 언덕처럼 많이 쌓아 놓고, 용화산(龍華山) 사자사(師子寺)의 지명법사(知命法師)에게 금을 수송할 계책을 물으니 법사는 말했다.
「내가 신통한 도의 힘으로써 보낼 수 있으니 금을 가져오시오.」
공주는 편지를 써서 금과 함께 사자사 앞에 갖다 놓으니, 법사는 신통한 도의 힘으로 하룻밤 사이에 신라 궁중으로 보내어 주었다. 진평왕은 그 신비로운 변화를 이상히 여겨 더욱 서동을 존경해서 늘 편지를 보내어 안부를 물었다. 서동은 이를 말미암아 인심을 얻어 왕위에 올랐다.
하루는 왕(=무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에 가려고 용화산 밑의 큰 못가에 이르니 미륵삼존(彌勒三尊)이 못 가운데서 나타나므로 수레를 멈추고 절을 올렸다. 부인이 왕에게 말했다.
「이 곳에 큰 절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진실로 제 소원입니다.」
왕은 그것을 허락했다. 지명법사에게 가서 못을 메울 일을 물었더니 법사는 신통한 도의 힘으로써 하룻밤 사이에 산을 무너뜨려 못을 메워서 평지로 만들었다.
이에 미륵삼존(彌勒三尊)의 상을 모방해 만들고, 전과 탑과 낭무(廊廡) 각각 세 곳에 세우고 절 이름을 미륵사(彌勒寺) - 국사에서는 왕흥사(王興寺)라 했다 - 라 했다.
진평왕(眞平王)은 각종 공인(工人)을 보내어 역사를 도와주었다. 그 터는 지금도 남아 있다.- 삼국사에는 이 분을 법왕(法王)의 아들이라 했는데, 여기서는 독녀(獨女=과부)의 아들이라 했으니 자세히 알 수 없다.

<삼국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