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인의 한 등

가난한 여인의 한 등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신앙설화

• 주제 : 신앙
• 국가 : 인도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추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때, 마갈타국왕은 석가모니를 초대하여 음식 공양을 바치었다. 석가모니께서는 이것을 받으시고 영추산으로 돌아가셨다.
그 뒤에 왕은 지바카 대신에게 의논하였다.
『오늘 석존을 초대하여 음식을 공양했는데, 다음에는 무엇을 공양하는 것이 좋을까.』
『다음에는 등불 공양을 바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왕은 지바카의 말대로 곧 백 섬의 삼기름을 마련하여 그것을 수레에 싣고 석존의 산방(山房)으로 보내었다.
이 때, 왕사성에 한 가난한 노파가 살고 있었다. 석존께 공양을 바치고 싶다고 늘 바라고 있었으나, 외롭고 가난한 몸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 노파가 길에서 왕이 석존께 드리는 삼기름을 실은 수레를 보자 크게 감격하여 등불 공양의 뜻을 세웠다. 이에 노파는 길가는 사람에게 빌어서 겨우 五십원을 얻어, 그것을 가지고 기름집으로 가서 삼기름을 찾았다.
기름집 주인은 이 노파의 모습을 바라보고,
『매우 가난한 모양 같은데, 왜 이 돈으로 먹을 것을 사지 않고, 기름으로서는 목숨을 이어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노파는,
『백겁 동안에 단 한 번 밖에 부처님을 만나지 못한다는 말을 나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행하게도 나는 부처님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습니다. 이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을 만나고서도 지금까지 가난하기 때문에 공양을 바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왕께서 백 섬의 삼기름을 마련하여, 등불 공양을 하신다는 말을 듣고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성어린 등 하나를 바치어, 미래 삼계(三界)에 생사의 괴로운 세계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길을 향하는 양식으로 하고 싶습니다.』
이 말을 들은 기름집 주인은 이 노파의 지성에 감동하여 두 홉밖에 더 못줄 것을 세 홉 더하여 다섯 홉으로 해서 팔아 주었다. 노파는 기뻐하며 그 기름을 들고 석가모니께로 가서 이것으로 등불을 켰다. 그리고 마음에 생각하기를,「이 기름만으로서는 반밤 밖에 못 켤 것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미래 삼계에 생사의 괴로운 세계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길로 향할 수가 있다면 이 등불은 밤새 타오를 것이다.」
노파는 석가모니께 절하고 돌아갔다.
왕이 켜 놓은 등불은 바람에 꺼지고 혹은 기름이 다 되어 꺼졌으나, 노파가 켜 놓은 등불은 바람에서 꺼지지 않고, 기름도 마르지 않고, 반짝반짝 밤새도록 타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새벽에 노파는 다시 부처 앞에 참배할 때 이 광경을 보고, 마음속 깊이 기쁨을 느끼면서 공손히 석가모니 발에 이마대어 절하고 나서, 물러나 합장하고 석가모니께로 향하여 앉았다.
그 때, 석가모니께서는 목갈라나(目蓮)를 향하여,
『날이 이미 밝았도다. 모든 등을 꺼라.』
목갈라나는 석가모니의 분부를 받고 일어나서 하나 하나 등불을 껐다. 다른 등불은 남김없이 다 꺼졌으나, 이 노파의 등만은 세 번 껐지마는 꺼지지 아니하였다. 다시 가사를 들어 우러러보았으나 등불은 더욱 더 밝아졌다.
다시 신통력으로써 남풍(남風 : 신맹풍<迅猛風>이라 번역함)을 끌어다가 등불을 끄려했으나, 도리어 그 때문에 더욱 더 타올라서 그 빛은 위로는 범천을 비추고, 옆으로는 삼천세계를 비추고, 온 우주가 이 한 등의 빛으로 다 비치고, 법계(法界)의 모두가 이 한 등의 빛에 눈을 돌린다. 석가모니께서는, 『그만두라, 그만두라. 이것은 미래불의 광명의 공덕으로서, 네 신통력으로써는 끌 수 없는 빛이다. 이 노파는 과거에 백八십억의 부처를 공양하여 옛 부처로부터 성불(成佛)의 예언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만 사람들에게 경법(經法)을 해설하여 가르쳐 인도하기만 하고 아직 보시의 수행을 할 겨를이 없었으므로 금세에는 가난에 태어나 재물을 못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정성 어린 한 등을 바쳐 보시의 수행을 만족하게 하였다. 이제부터 三십겁 후에는 모든 공덕을 완전히 채우고 부처가 될 것이다. 호를 수미등광여래(須彌燈光如來)라 하고, 그 부처의 세계에는 해와 달이 없으며, 그 세계의 사람들의 몸 안에는 스스로 대광명을 갖추고, 그 궁실을 장식하는 갖가지 보석의 빛은 서로 마주 비쳐 마치 도리천상( 利天上), 제석궁(帝釋宮)의 구슬 그물이 서로 뒤섞이어 반짝이는 것 같을 것이다.』
노파는 석가모니로부터 이 예언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넝큼넝큼 뛰어 공중에 올라가기 백八십길, 다시 땅위에 내려와 석가모니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사라졌다. 왕은 이 소리를 듣고 지바카에게 말하였다.
『나는 불도를 공경하고 오늘까지 부처에게 공양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는 나에게는 예언을 해 주지 않으시고, 도리어 이 가난한 한 노파가 바친 하찮은 한 등의 공덕에 대하여 친절히 예언을 해 주셨다. 이것은 도대체 어찌된 셈일까.』
그랬더니, 지바카는 그 자리에서 대답하여 말하였다.
『왕께서 하신 일은 푸짐하기는 하오나 마음이 그것을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노파의 공양은 약소하기는 하오나, 부처님에게 쏟은 용행한 마음은 도저히 왕의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왕은 지비카의 이 말에 크게 감동하여, 다시 부처에게 공양의 정성을 바치려고 왕궁에 석존을 초대하였다. 왕은 부처를 공양하기 위하여 석존께서 놀러오시기 전날 밤, 여러 원정(園丁)들에게 내일 아침 일찍 가장 잘 핀 꽃을 잘라서 궁성에 가지고 오라고 명령하였다. 석가모니께서는 이른 아침 산방을 나와 동중에서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시면서 조용히 왕성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시었다. 아침해가 나무들의 녹음을 상쾌하게 비출 무력에 석가모니 일행은 성문을 닿았다.
원정의 한 사람이 꽃을 안고 화원을 나가니, 왕성의 아침 한길을 유유히 행진해 오는 석가모니 일행을 만났다. 또한 그는 석가모니께서 설법하시는 낭랑한 범음(梵音)을 들었다. 그는 기쁨에 몸에 넘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가지고 있던 꽃을 모조리 석가모니 위에 뿌렸다. 뿌려진 꽃은 공중에 머물러 석가모니의 머리 위를 덮었다.
석가모니께서는 이 사나이에게 말하였다.
『너는 과거에 九십억의 부처를 공양하였다. 이제부터 백四십겁 후에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부처가 되어 그 이름을 각화여래(覺華如來)라 할 것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몸을 날리어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땅 위에 내려와 부처 발에 이마대어 절하였다.
그는 부처를 예배하고 나서 제 정신을 차리고 그리고 생각하였다.
「왕은 성미가 급하고 잔인하다. 나는 이 왕으로부터 어젯밤 「부처에게 바칠 꽃을 재계하고 가지고 오너라」하는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그 꽃을 모조리 부처께 바치고 말았다. 나는 왕명을 어겼다. 목숨이 없어질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길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와 빈 꽃바구니를 문밖에 놓고 집안으로 들어가 아내를 보고,
『나는 아직 아침밥을 먹지 않았소. 나는 지금부터 왕에게 죽으러 가오. 어서 빨리 조반 준비를 해 주오.』
아내는 이 느닷없는 물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로 당신은 왕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그는 일의 전말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부엌으로 나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하여 최후의 아침밥을 지었다. 제석은 도리천에서 땅위에 내려와 그의 아내가 부엌에 들어가기 전에 문밖에 있는 빈 꽃바구니에 하늘의 꽃을 가득 넣어 두고 갔다. 그녀가 아침 밥상을 들고 문밖에 보니 이제까지 비어 있던 꽃바구니에, 그 빛깔이며 광택이며 지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꽃이 가득 담겨져 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면서 남편을 불렀다.
그는 문밖으로 나와 이 광경을 보고,
『밥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하고는 이 꽃을 안고 기뻐 날뛰면서 왕궁으로 달려갔다. 그 도중에서 그는 석가모니를 마중하기 위하여 왕궁을 나온 왕과 길에서 서로 맞부딪쳤는데 왕은 일찍이 본 일이 없는 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정원에게 따졌다.
『이 화원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꽃이 피는데, 너는 어찌하여 지금까지 그것을 나에게 바치지 아니하였는고, 이 꽃을 지금까지 나에게 숨긴 죄로 너는 사형이다.』
원정은 공손히 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님, 이 꽃은 대왕의 화원에 핀 꽃이 아닙니다. 원컨대, 이 꽃의 유래를 들어주십시오. 제가 아침 일찍 왕명에 의하여 화원의 꽃을 잘라 가지고 왕궁으로 가는 도중에서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부처를 보고, 부처의 목소리와 예언을 들은 기쁨에 못 이겨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 꽃을 부처께 공양하였습니다. 부처는 제 공양의 보답으로 성불의 예언을 주시었습니다.
저는 제가 한 일이 죽어 마땅하므로 아침밥을 먹기 위하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침밥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 문밖을 보니, 지금까지 비었던 꽃바구니에 이 꽃이 가득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 꽃은 하늘의 꽃입니다. 이 화원에서 핀 꽃이 아닙니다.
저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원정이 되어 왕궁의 법에 얽매이어 상사의 지시에 따를 뿐으로서, 아직도 도를 닦을 수가 없었습니다마는 오늘 아침에 뜻밖에도 부처님의 예언에 받았습니다. 예언을 받은 이상 저에게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도리어 기쁨입니다. 죽은 뒤에는 반드시 하늘에 태어나 시방 불전에서 아무런 속박도 없이 마음껏 도를 닦을 수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대왕께서 저를 죽여주셔도 결코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태연히 왕 앞에 앉았다. 왕은 원정의 말을 듣고, 부끄러움과 무서움에 소름이 끼치었다. 왕은 그 자리에서 미래의 부처인 이 원정에게 절하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의 죄를 참회하였다. 이러는 동안에 석가모니께서는 왕궁에 도착하시어 왕의 환대를 다 받으시고 기도하고 돌아가셨다.
석가모니께서 돌아가신 뒤에, 왕은 지바카에게 말하였다.
『전에 부처를 공양했을 때는 지바카가 예언을 받았다. 오늘 부처를 초대하여 또 원정이 예언을 받았다. 그런데, 도리어 초대하여 공양한 주인인 나는 아무런 소득도 없다. 나는 몹시 불쾌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이에 지바카는 대답하였다.
왕께서는 매일 부처를 공양하시기는 하지만 그것은 나라의 재산을 쓰고 백성의 힘을 이용한 공양입니다. 더욱이, 그 공양에 대하여 자부심이 포함되어 있으며 혹은 초대에 즈음하여 성낸 소리를 내기도 하셨습니다. 그런 공양을 아무리 계속한들 부처는 결코 예언을 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자신의 소지물 중에서, 구슬 목걸이라든지 칠보 팔찌라든지 하는 것을 풀어 부인과 태자와 힘을 모아서 손수 보석 꽃을 만들어, 정성을 들여 부처께 바치시면, 부처는 왕의 지성을 갸륵하게 생각하시어 반드시 예언을 주실 줄 믿습니다.』
이에, 왕은 음식을 줄이고, 밤낮으로 목욕 재계하고, 몸에 지닌 갖가지 보석을 풀어, 많은 기공을 모아서, 그의 지휘에 따라 부인과 태자와 함께 손수 그것을 가지고 꽃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였다. 일심 전력, 九십여 일이 걸려서 겨우 보석 꽃이 완성되었다. 곧, 부처에게 이 꽃을 바치기 위하여 수레를 준비시켰다. 그런데, 옆에 있던 대신 한 사람이 아뢰었다.
『듣는 바에 의하면 부처는 전에 쿠이나카국에 가시어 거기에서 열반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나는 정성을 다하여 손수 이 꽃을 만들었다. 부처로서 이미 열반하시었다면 나는 영취산에 참배하여 부처님 자리에 이 꽃을 바치어 정성의 표시로 삼고 싶다.』
지바카는 왕을 위로하여 말하였다.
『부처란 육체가 없는 것이며, 따라서 죽어 없어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부주불멸(不住不滅)의 영체(靈體)로서, 지극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부처를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부처께서 세상에 계실 때라 할지라도 지성이 없는 자는 부처를 우러러 뵐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 대왕께 이 지성이 있는 이상 부처가 열반하시었다 하여도 반드시 그 거룩하신 모습을 우러러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왕은 수레를 갖추어 영취산에 갔는데, 지바카가 말 한대로 석가모니께서는 그 거룩하신 모습을 왕 앞에 나타내시었다. 왕은 부처를 우러러보고 슬퍼하고 또 기뻐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 앞으로 나아가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칠보의 꽃을 부처님 머리 위에 뿌렸다. 공중에 던져진 꽃은 변하여 칠보의 개(蓋)가 되어 부처님 위를 덮었다. 석가모니께서는 왕을 향하여 예언의 말씀을 주시었다.
『이제부터 八만겁 뒤에 왕은 부처가 될 것이다. 그 부처의 이름은 정기소부여래(淨其所部如來)라 하여, 그 부처의 세계를 화왕세계(華王世界)라 일컬으며, 겁(劫)의 이름을 희관(喜觀)이라 하고, 그 백성의 목숨은 四십소겁(小劫)일 것이다.』
왕의 태자는 그 때 여덟 살이었는데, 아버지가 예언을 받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몸에 지니고 있던 갖가지 보물을 풀어 부처님 위에 뿌리고, 그리고 말하였다.
『원컨대, 정기소부여래가 부처가 되실 때, 나는 금륜성왕(金輪聖王)이 되어 그 부처를 공양하게 해 주십시오. 또한 그 부처가 열반하신 뒤, 나는 그 뒤를 이어 부처가 되고 싶습니다.』
태자가 뿌린 보석은 구슬 장막이 되어 부처님 머리 위를 덮었다. 석가모니께는 또 태자를 향하여 예언의 말씀을 주시었다.
『그대의 소원대로 왕이 부처가 될 때에 그대는 금륜성왕이 되고, 목숨이 다하고는 도솔천(道率天)에 태어나고 또 목숨이 다하여 다시 내려와 부처가 될 것이다. 그 부처의 이름은 전단여래( 檀如來)라 하고, 백성의 목숨, 국토의 소유, 모두 정기소부여래와 같을 것이다.』
예언을 다 받고 나서 왕과 태자는 나아가서 석가모니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그것이 끝나고 머리를 들어보니, 부처의 모습은 거기에는 이미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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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8/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