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왕에게 마음은 부처님께

몸은 왕에게 마음은 부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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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신앙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대장엄론경

어느 곳에서 한 사람의 죄인이 사형을 받게 되었다. 센다라 족의 한 사람에게 그의 목을 자르도록 명령이 내려졌다. 이 센다라의 族姓은 비록 비천하였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신봉하고 우번소크로서 진리를 터득한 사람이였으므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도저히 응락 할 수 없었다.
典獄은 이와 같이 센다라가 왕명에 복종 안하는 것을 보고, 대단히 노하여 그를 책하였다.
『너는 왕명에 거역하려는 것이냐?』
『그렇게 무리한 말씀을 하시지 마십시요. 임금님께서는 반드시 저에게 목을 자르는 일을 시키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저의 몸은 임금님의 것이지만, 저의 마음 속에 깃든 거룩함과, 청정미묘(淸淨微妙)의 법신(法身)은 임금님의 것이 아니올시다. 그러므로 저의 마음은 반드시 임금의 제도(制度)에 따른다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센다라는 이렇게 분명히 말하면서 석존의 가르침을 찬미하면서 이렇게 읊었다.

『모든 지혜로움을 갖추신,
석가모니 세존의 가르치심은,
마음의 어지러움을 인도하여,
악을 미연에 없애 주신다.
엔라왕의 형법(刑法)은,
일이 생긴 사후에 가르침이니,
괴로움에 당하여 괴로움을 말함은,
배반하기도 쉽고 거역하기도 쉽다.』

전옥은 센다라가 아무래도 왕명에 불복하는 것을 보고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곧 그를 불러 왕명에 따르지 않는 까닭을 묻고 준엄히 문책하였다. 그는 지금 왕을 마음의 길로 인도하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혼자 기뻐하며, 왕에게 다음과 같은 읊음을 올렸다.
『대자대비의 부처님은, 전지 전능(全知全能)하여 계심이로다. 나 부처님의 계명을 받들어, 삼독(三毒-착한 마음을 얻는 세 가지 번뇌 즉 진, 탐, 치의 세 가지)의 때를 씻어 버리고, 열반(涅槃-도를 이루어 모든 번뇌와 고통이 끊어진 경지)의 도를 성취하여, 벌레 한 마리도 해치지 않는데, 어찌 사람을 죽일 수 있을소냐.』
왕은 그의 노래는 들은 체 않고 말하였다.
『너는 왕명을 거역하여 죄인을 죽이지 않으면 네 목숨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
왕이 아무리 엄하게 다스려도 센다라의 마음을 꺾을 수가 없었다.
『임금님, 저의 몸은 임금님의 것이므로 마음대로 처분하여 주십시요. 그러나 저의 마음은 설사 제석천왕(帝釋天王)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복종할 수는 없습니다.』
센다라는 어엿하게 자기의 소신(所信)을 말했다. 왕은 대발 노발하여 신하를 시켜서 그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그의 형제를 불러 놓고, 죄인의 목을 자르도록 명령하였다. 그러나 그들도, 모두 왕의 명령을 거역하여 죄인을 죽이려 하지 않았다. 왕은 왕명에 따르지 않은 그들을 차례차례 죽였다. 그래서 다섯 형제가 죽고 두 사람이 살았다.
여섯째 아우도 죄인의 목을 자르는 것을 거절하였으므로, 죽음을 당하였다. 맨 마지막으로 일곱번째의 동생에게 명령이 내렸다. 그도 왕명을 거절하였다. 왕은 역시 화을 내며 그를 죽이라고 하였다. 이때 그들 형제의 어머니는 늙은 몸을 이끌며 눈물 먹은 목소리로 왕에게 탄원(歎願)하는 것이었다.
『임금님, 저를 위해서 이 어린 막내의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이들은 너와 어떤 관계가 있느냐?』
『네, 모두 저의 자식입니다.』
왕은 아들이 여섯이나 죽을 때 까지는 잠자코 있던 노모가 마지막은 하나를 위하여 구명(求命)을 청하는 것이 이상하여서,
『죽은 여섯 사람이 모두 너의 자식이 아니냐? 어째서 일곱째 아이만을 사랑하는 것이냐?』
하고 물었다. 노모는 왕의 물음에 당하여 조용히 다음과 같이 읊었다.

『대왕님, 저의 말씀을 들어 보셔요.
여섯명의 아들은 도를 닦은, 부처님의 제자 올시다.
그들이 한결같이 악행(惡行)을 아니하니,
늙은 어미의 마음에 거리낌이 없읍니다.
그런데 일곱번째 막내 아들은 나이가 어리고,
아직 범부(凡夫)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생명에 위험을 느끼면,
혹은 나쁜 짓을 생각할지도 모르니,
그래서 지금 저는,
그를 구하려고 원하는 것입니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
범부는 목숨에 애착이 생겨서,
미래의 일은 생각도 않고,
마침내 나쁜 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때에 후생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로지 현명한 경지에 이른 사람뿐,
생사여탈(生死與奪)의 권리를 가지신 임금님,
바라건대 이 자식을 악에서 구하소서.』

왕은 노모의 노래를 듣고 대단히 감탕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진리를 누구한테도 들어본 일이 없는 노모의 말을 들으니 인과(因果) 이치를 보는 것이 마치 등불을 보는 것과 같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며 더구나 센다라의 입에서 진리의 말이 흘러 나왔다. 그들은 결코 센다라가 아니다. 현명한 성인이다.
그들의 마음은 성현(聖賢)의 성지(聖地)이다. 그들은 비록 센다라라고 하지만, 몸과 목숨을 버리고 수도를 한 거룩한 사람이다. 비단 한 사람 뿐이 아니고, 친족들이 모두 뜻을 함께하여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굳게 지키고 있다. 실로 감탄할 일이다.』
왕은 계속하여 다음과 같은 노래로 칭송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종성을 차별하여,
그 본성의 착함을 보지 않는다.
불도를 지켜서 깨끗함이,
진실로 참다운 귀족(貴族)이로다.
그들이 몸은 비록 센다라로 태어났지만,
계명을 지키고 도를 닦으며,
일거일동 한점의 티도 없으니,
이들이야 말로 귀족이 아니겠는가!
나는 왕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없이,
극악한 행동으로 성현을 죽였으니,
나야말로 정말 센다라로다.』

왕은 신하들과 함께 묘를 세워 형제들을 후히 장사 지내고 공양을 바치며 그들을 찬미하였다.
『자기의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고,
능히 계명을 지키며,
착함을 겉으로 나타내지도 않고,
불덩이가 재에 파묻혀 있듯,
입에 담아 설법을 아니하여도,
선행이 스스로 나타나서,
제석천도 공양을 바칠지니,
이야말로 참다운 도인(道人)이로다.
지켜야 할 엄한 계명 때문에,
악을 범하지 않고 선을 행하며,
몸을 칼로 잘리고,
시체는 흙에 내던져 져서,
피와 진흙에 뒤범벅이 되어도,
대범하게 죽어가는 그 모습,
참다운 용자로다. 계명을 지는 자들이여!』

왕은 센다라의 시신(屍身)을 세 번 오른쪽으로 돌고,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합장하여 공손히 예배했다. 왕을 따르고 있는 여러 신하와 바라문들도 모두 공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大莊嚴論經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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