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자의 출가

도락자의 출가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신앙설화

• 주제 : 신앙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법구비유경

석존께서 기원정사에서 천(天), 용(龍), 귀신(鬼神), 제왕(帝王)과 뭇사람들을 위하여 설교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그즈음 서로 절친한 사이의 두사람의 오입쟁이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늘 함께 다니며 여색(女色)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때 두 사람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석존을 찾아뵙고 출가하기를 간청하였다.
석존은 두 사람을 용서하시어 입문(入門)을 허락하셨으므로 둘은 한방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그들은 일단 뜻을 세워 중이 되었지만 전에 놀고 다니던 여러 가지 재미있던 일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은 걸핏하면 아름다운 계집과 정사(情事)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와 교태(嬌態)를 그리워 하였으므로 마침내 정욕(情慾)에 몸을 시달려 앓아 눕게 되였다.
석존은 그들의 마음의 어지러움과 몸의 쇠약함을 아시고 이들을 구해주기 위하여 그들 중의 한 사람으로 변신(變身)하고 그가 없는 사이에 다른 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우리들이 밤낮으로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몸과 마음이 피로할 뿐이니 한 번 진짜 미인을 만나보고 한을 푸는 것이 어떨까?』
이러한 제의를 받은 다른 한 사람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며 쾌히 승낙을 했다. 두 사람은 슬며시 방을 빠져나와 사창가를 찾아갔다.
석존은 또 동시에 하나의 창녀(娼女)로 변신을 하시었다.
두 사람의 수도는 그 창녀의 집을 찾아가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부처님의 제자이므로 그 계명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대와 서로 살을 맞댈 수는 없지만 수도를 하기 위해서 참고삼아 여인의 몸을 관찰해서 법을 지키는 자료로 하고자 한다.』
하고 그렇듯이 말하며 다소나마 자기의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했다.
석존이 변신한 창녀는 이렇게 되리라고 미리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곧 목에 건 목걸이를 풀고 향료를 닦아내고 아름다운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수도자들 앞에 우뚝 섰다.
그녀의 알몸에서 풍기는 퀘퀘하고도 고약한 냄새와 차마 볼 수 없는 더러운 몸뚱어리를 본 그들은 코를 막으며 외면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변신한 수도자는 다른 수도자를 향하여,
『아니 이렇게 더러운 고기덩어리가 또 어디 있을까? 여자가 아름답다는 것은 화장을 하고 화사한 옷을 입은데서 오는 아름다움이로군. 그러므로 이 여자가 목욕도 아니하고 여러 가지 물건으로 머리나 얼굴을 매만지지 않고 또 좋은 옷으로 그 몸을 덮지 않으면 정말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추악한 고기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가죽 주머니에 똥을 담은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는 계속해서 위엄있는 목소리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너는 도대체 무엇인가?
의욕은 마음에서 생기느니,
내 너를 생각지 않는다면,
너의 존재는 없을 것을,

마음속에 욕망이 일면 욕정이 생기도다.
그것은 비단 오욕(五欲)만도 아니니,
일찍부터 오욕을 끊음이,
이것이 참으로 용기있는 자로다.

욕망이 없으면 두려움도 없나니,
색정(色情)에 담백(淡白)하면 괴로움도 없도다.
욕망의 쇠사슬에서 풀려나면,
끝없는 번뇌의 못(淵)에서 벗어 나리라.』

읊음이 끝나자 석존은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나타내시어 수도자를 비추셨다.
수도자는 놀라움과 뉘우침에 온몸을 떨며 땅에 엎드려 석존님께 배례했다.
석존은 다시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셨다. 이 수도자는 비로소 마음속에 희열(喜悅)을 느끼며 홀연히 자기 방으로 돌아온 후 수도에 정성을 다 하였으므로 나한의 자리에 올랐다.
한편 다른 한 사람의 수도자는 희열에 넘치는 표정으로 돌아온 그 수도자를 보고,
『자네는 무척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물었다. 그래서 그는 부처님의 크나 큰 자비심이 무한히 넓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밤낮으로 늘 욕망만을 생각해서,
마음만 초조할 뿐 항상 불안에 떠는도다.
더럽고 추악(醜惡)한 것을 아름답다고 탐냈어라.
이제는 잡념도 이슬처럼 사라지고,
또한 온갖 번뇌도 없도다.』

동료인 수도자는 크게 깨달음을 얻고 불도에 정진하였다.

<法句譬喩經第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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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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