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망지추

존망지추

(있을 존, 망할 망, 조사 지, 가을 추)

[ 存亡之秋 ]

요약 존속이냐 멸망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황.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나오는 햄릿의 독백이죠. 이 말이 바로 그런 뜻을 품고 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중대한 순간을 뜻하는 말이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추(秋, 가을 추)를 쓰는 걸까요? 추(秋)에는 ‘가을’이란 뜻 외에 ‘때, 시기’란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유비를 도와 촉나라를 위해 일하던 제갈량은 유비가 죽자 그 아들 유선을 모시며 촉의 부흥을 꾀하지요. 그리고 위(魏)나라 공격에 나서면서 황제 유선에게 글을 한 편 올리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출사표(出師表)〉입니다. 이 글은 전쟁터에 나가면서 자신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황제에게 바치는 유서와도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제갈량의 〈출사표〉를 읽고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이 전할 정도로 명문장입니다.
바로 여기에 존망지추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럼 역사적인 명문장으로 일컬어지는 〈출사표〉를 감상하지 않을 수 없지요. 조금 길지만 너무 유명한 글이니까 참고 읽어봅시다.

출사표(出師表)

선제께서는 창업을 이루던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천하는 위, 오, 촉의 셋으로 나뉘고, 촉의 도읍 익주는 쇠약해졌으니 지금이야말로 참으로 국가의 존망이 위기에 처한 때입니다.
그런데도 폐하를 모시는 신하들은 부지런하고 충신들은 조정 밖에서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일함은, 선제의 기억을 잊지 않고 폐하께 보답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온 힘을 다하여 폐하께서는 귀를 열고 들으시어 선제의 유덕을 빛내시고 뜻있는 선비들의 기개를 키우시는 한편 자신의 부족함을 잊고 의로움을 잃으심으로써 충신의 간언이 들어오는 길을 막아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폐하와 신하가 한 몸이 되어 상과 벌을 줌에 있어서는 모두에게 같아야 합니다. 간신이건 충신이건 관리로 하여금 상벌을 정하도록 하여 폐하의 공평하고도 밝은 다스림을 드러내야 할 것이요, 편견과 사사로움에 따라 안팎으로 법을 다르게 적용하면 안 될 것입니다.
시중인 곽유지와 비의, 시랑인 동윤 등은 모두 선량하고 성실하며 충직하고 순수합니다. 그런 까닭에 선제께서 등용해 폐하께 전해 주셨으니, 제 부족한 생각에는 궁중의 크고 작은 모든 일에 대해 그들에게 자문하신 후 시행하시면 부족한 곳은 채우고 새는 곳은 막아 널리 이롭게 할 것입니다.
장군 향총은 성품과 행동이 공평무사할 뿐 아니라 군사에도 밝아 지난날 선제께서 등용해 보신 후 유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모두의 의견을 좇아 도독으로 삼았으니, 제 부족한 생각으로는 군사에 관한 모든 일에 대해 그에게 자문을 구하시면 반드시 진중이 화합할 것이고 각각의 인물됨에 따라 적절한 자리에 배치할 것입니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배를 멀리한 것이 전한(前漢)이 융성한 까닭이요, 소인배를 가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후한이 쇠퇴한 까닭입니다. 생전에 선제께서는 날마다 저와 말씀을 나누면서 환제와 영제에 대해 통탄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시중과 상서, 장사 참군 모두는 마음이 곧고 신의가 있으며 절개를 지켜 죽음을 무릅쓸 신하들이니 그들을 가까이 하고 의지하신다면 한나라 왕실의 흥성은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는 본래 보잘것없는 백성으로 남양 땅에서 밭을 갈며 난세를 맞아 사사로이 목숨을 연명하며 영달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선제께서는 저를 천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송구하게도 몸소 몸을 굽혀 초가집으로 세 번이나 저를 찾으신 후 세상일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이에 감읍한 저는 선제께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할 것을 맹세하였던 것입니다.
그 후 나라가 기울어 어려움에 처함에 군사의 임무를 맡아 위급한 순간에 명을 받들어 21년 동안 부족한 힘을 다하였습니다.
선제께서는 저를 근면하고 신중한 인물로 여기시어 돌아가시면서 부족한 저에게 큰일을 맡기셨습니다. 그 명을 받은 이래 밤낮 우려한 것은 제게 맡겨진 일을 감당하지 못하여 선제의 밝으신 덕에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오월에는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 깊이 진격하여 남방을 평정하였고, 군대와 무기 또한 충분하니 마땅히 삼군을 거느리고 북쪽 중원을 평정해야 할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온 힘을 다해 간악하고 흉포한 자들을 물리치고 한 왕실과 옛 도읍을 되찾고자 함이야말로 제가 선제의 유훈을 실천하고 폐하께 충성을 다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곳에 남아 조정 대소사에 대해 충언을 함은 곽유지와 비위, 동윤의 임무이니,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제게 적을 토벌하여 한 왕실을 되찾는 일을 맡겨 주십시오. 만일 공을 이루지 못하면 그 죄를 엄히 다스려 선제의 영전에 고하시옵고, 유지, 비위, 동윤 등이 잘못을 저지를 때는 엄히 꾸짖어 그 게으름을 고하시옵소서. 폐하께서도 마땅히 바른 계책을 세워 방도를 찾으시고 충언을 살펴 들으시어 선제께서 남기신 가르침에 깊이 따르시옵소서.
저는 이 순간에도 선제께 받은 은혜를 잊지 못해 감읍하면서, 이제 먼 길을 떠나며 바칠 표를 앞에 두고 보니 눈물이 흘러 감히 아무 말씀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건흥5년 평북대도독 승상 무향후 영익주목 지내외사 제갈량

존망지추 본문 이미지 1

한편 이때부터 출사표(出師表)란 말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고사성어가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