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비변사에서 왜적 방비를 위해 거북선을 더 만들 것을 건의하다

[조선 선조]비변사에서 왜적 방비를 위해 거북선을 더 만들 것을 건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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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변사가 아뢰기를, 오늘날 우리나라는 왜적과 겨루어서 싸우면 열 번 싸워 열 번 패전하는 형세가 있고 지키면 해볼 만한 희망이 있으니, 이는 지혜로운 자를 기다리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날 김시민(金時敏)이 진주를 지키자 왜적이 감히 격파하지 못하였고, 권율(權慄)이 행주(幸州)를 지키자 우리 군사가 대첩을 거둘 수 있었으며, 이정암(李廷?)이 연안성(延安城)을 지키자 홀로 보전할 수 있었고, 임중량(林仲樑)이 두어 자의 토루(土壘)를 수리하자 한 번 적을 이겼고, 황주(黃州)의 백성이 선산(蒜山)에 모여 있자 적이 여러 차례 공격하여도 이롭지 못하였으니, 이로써 살펴보면 지키는 것이 야전(野戰)보다는 나은 점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리의 험고함을 어찌 속일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기 때문에 신들이 전부터 매양 험한 데에 의거하는 한 가지 일로 전후 계달(啓達)하여 사방에 알린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인심이 흩어져서 이미 성루(城壘)를 보호할 의사가 없고, 중외 사람이 적세가 큰 것만 보고 또한 험고함을 베풀어 보수(保守)할 계책을 세움에 뜻이 없는 것입니다. 또 지난해 이전에는 부상당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이 겨우 삶을 이어 갔습니다. 이 때문에 사역(使役)하고 단속(團束)하는 일에 몰아넣을 수 없었으므로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면서 이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지금 사방을 돌아보면 믿을 만하고 지킬 만한 지방이 한 곳도 없습니다. 적이 침략해 올지는 기필할 수 없으나 우리에게는 씻은 듯이 공허하여 믿을 곳이 없으니 한심스러움이 어찌 한이 있겠습니까. 지금 왜적이 머뭇거리고 떠나지 아니하면서 이미 세모(歲暮)에 박두하였으되 요구하는 일이 하나도 없고 미루고 핑계하면서 시일만 보내고 있으니 강사준이 말한 바를 어찌 다 떠도는 소문으로 여겨 믿기 어려운 것으로만 돌려버릴 수 있겠습니까. 신들이 사려가 부족하니, 이 큰 일을 당해서 어찌 상달할 만한 변고에 대응하는 좋은 계책이 있겠습니까. 다만 이미 지나간 사적에 의거하여 말씀드리면 수전(水戰)은 자못 우리나라의 소장이요, 거북선의 제도는 더욱 승첩에 요긴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적이 꺼리는 바가 이 거북선에 있고 강사준의 보고도 그러하였습니다. 적병이 처음 부산에 당도할 적에 만일 좌우도(左石道)의 병선(兵船) 수백여 척으로 하여금 제때에 절영도(絶影島) 이남에서 막게 하였더라면 승리를 얻을 수 있었을 듯한데, 이를 실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적세가 뒤를 돌아보는 염려가 전혀 없어서 마음대로 창궐하였던 것입니다. 평상시 경상도에 선재(船材)가 생산되는 곳은 거제(巨濟)·옥포(玉浦)·지세포(知世浦) 등처가 있을 뿐인데, 적병이 몇 년을 넘도록 섬 안에 들어가 있으니 선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의 여부를 모르겠습니다. 이 일을 도체찰사와 통제사에게 비밀히 통지하여 군기(軍機)를 노출하지 말고 유의하여 조처해서 완급(緩急)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육지의 방어에 이르러서는, 전에 진달한 바 험고한 데에 의거하는 한 가지 일 이외에 달리 좋은 계책이 없습니다. 왜적은 진을 치는 데에 능하여 반드시 길가 요충지에서 좌우로 공제(控制)하고 장애가 없이 환히 바라보이는 곳에 진을 쳤습니다. 또 높은 산 깊은 구렁이나 암석이 험난한 곳을 구하지 않고 다만 산에 초목이 없고 그 형세가 볼록하게 나오고 사면이 민둥민둥하여 막힌 데가 없는 곳을 찾아서 진을 쳤습니다. 그러므로 지난날 항복한 왜인도 ˝파주 산성(坡州山城)은 돌을 피할 곳이 없으므로 바라보고서 감히 전진하지 못하였다.˝ 하였는데, 이것은 실정은 토로한 말이고 헛되어 늘어놓은 말이 아닙니다. 이로써 논하면 곳곳마다 모두 험고함을 설치할 만하고 곳곳마다 모두 보수(保守)할 만하니, 마땅히 적절하게 지시하고 간편하게 조치하여 가까운 백성에게 약속해서 그들로 하여금 들어가 보수(保守)하도록 해야 합니다. (후략)
• 출처 : 『조선왕조실록』 선조 28년 10월 27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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