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안 걸리는(?) 치질이 걸려?

개도 안 걸리는(?) 치질이 걸려?

주제 보건/의료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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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815년 벨기에 워털루(waterloo). 나폴레옹 군대는 영국의 웰링턴 장군에 의해 최후의 패배를 당하게 된다. 부하들의 명령 불이행, 짙은 안개, 나폴레옹의 건강 악화 등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해지기로는 나폴레옹의 건강이 악화된 진짜 이유가 있었으니 이는 바로 충치 다음으로 한국민들이 많이 앓고 있는 ‘치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치질은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지만, 대부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남에게 말하기 꺼려져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치질(痔疾)이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의 총칭이다. 항문에 생길 수 있는 병에는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이 곪는 치루, 항문이 늘어나서 항문안의 점막이 빠지는 치핵, 항문이 가려운 항문소양증, 항문에 염증이 생기는 항문염, 항문에 사마귀가 생기는 등 다양하다.

이런 항문에 생기는 병을 총칭하여 치질이라고 하며, 이 중에서 가장 흔한 치핵을 보통 치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의미에서는 구별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치질의 주요 증상은 항문 밖으로 조직이 밀려나는 탈장과 배변 시 출혈이다. 보통 항문이 아프고 피가 나면서 치질이 시작되는데, 앞서 밝힌 대로 부위(?)의 특성상 바로 병원에 가거나 예방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항문은 배변 시 최대 4cm까지 확대 되는데, 이 때 무리가 가게 되면 항문 점막이나 조직에 상처가 나게 되고 이 틈으로 혈관 덩어리나 고름 등이 나오게 되며 이것이 바로 지긋지긋한 치질인 것이다.

치질의 발병 원인은 유전적 요인, 직업적 요인, 식습관, 변비, 음주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사람이 서서 걷는 ‘직립 보행’을 하기 때문이다. 치질은 항문 정맥에 혈액이 몰리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그럼, 직립보행을 하지 않는 동물의 경우는 어떨까? 네 발로 걷는 고양이나 개 등의 동물은 두 발로 서서 걷는 사람에 비해, 항문이 심장보다 위쪽에 있어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항문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간다. 즉, 네 발 동물의 경우에는 항문에 혈액이 몰리지 않기 때문에 치질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두 발로 걷는 원숭이는 어떨까?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말처럼 원숭이도 서서 걷기 때문에 혈액이 항문에 모인다. 그러나 사람과는 달리 항문이 드러나 있고, 사람처럼 인위적으로 대변을 참는 일은 없기 때문에 치질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어린 아이에게 치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이다. 하지만 가끔 침팬지에게서 치질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사람처럼 심하지는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치질을 예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번째는 올바른 배변 습관과 청결 유지이다. 변기에 3분 이상 앉아 있지 말고 항문에 너무 심한 힘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배변 후엔 항문을 세척하고 물기는 깨끗이 닦는 것이 좋다. 노약자나 임산부들은 따뜻한 물에 몸을 반쯤 담그는 반신욕이나 좌욕 등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두번째로는 식습관 개선이다. 너무 맵거나 짠 음식을 피하고 변이 딱딱하지 않도록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또 알코올은 혈관을 팽창시켜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과음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운동이 좋다. 너무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혈관을 확대하여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항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엉덩이를 들고 엎드리거나 물구나무서기 등을 통해 자세를 교정시키는 운동은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

히포크라스 시대와 성경에도 나와 있을 만큼 치질의 역사는 오래 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예방법과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치질의 고통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는 묘수는 없다. 이는 치질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점과 인간이 직립 보행한다는 점 등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단지 부끄럽고, 불결하다고 생각해서 병을 키우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 ‘병은 알려야 한다’라는 말처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치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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