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도 위험하다

헌 집도 위험하다

주제 생명과학, 환경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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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 전부터 주택 환경오염 문제가 조금씩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새로 지은 집에서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일본 기준치보다 높으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감소된다는 사실이 확인돼 학계와 정부까지 ‘새집 증후군’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신기술로 만들어진 건축자재와 마감재에서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등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이 때문에 거주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주택환경 오염이 새 집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래된 집에서도 새로 집안의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가구만 새로 들여놓아도 가족들이 시름시름 앓는 경우가 나타나고 게다가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오염물질들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헌 집 증후군이다.

헌 집에는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특히 실내환기가 쉽지 않고, 난방과 가습에 의해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되는 겨울철에는 곰팡이와 세균이 증식할 위험성이 높다. 건물단열이 허술한 헌 집일 경우 공기와 벽의 온도차가 15℃ 이상 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벽에 부딪쳐 결로현상(이슬이 맺히는 현상)이 발생하고, 벽지가 물에 젖으면서 곰팡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결로현상이 잘 생기는 창문 주변이나 벽 모서리, 장판 밑, 욕실의 타일 등은 습기가 쉽게 차는 곰팡이 상습발생지역이다.

집안 곰팡이는 온도가 20~30도, 습도는 60% 이상인 환경에서 가장 잘 증식한다. 곰팡이는 그 자체보다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위험하다. 포자는 매우 미세해서 우리 호흡기로 흡입되어 각종 기관지염, 알레르기, 천식 등의 원인이 된다. 어린이의 경우 기관지 자극에 의해 잔기침을 하게 된다. 곰팡이는 쾨쾨한 냄새에 의한 메스꺼움, 피로감 등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피부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곰팡이 증식을 막으려면 벽지에 습기가 생겨 눅눅해질 때 마른 걸레로 닦아내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후 습기제거제를 뿌려 준다. 이미 곰팡이가 피었을 경우에는 식초를 써서 제거할 수 있다. 곰팡이는 산에 약하므로 마른 걸레에 식초를 묻혀 닦아주면 된다. 그래도 잘 제거되지 않으면 헤어드라이어로 말린 후 브러시나 칫솔, 결이 고운 샌드페이퍼 등으로 조심스럽게 긁어서 제거한다. 장판 아래에 습기가 찬 경우에는 마른 걸레로 닦고 바닥에 신문지를 몇 장 겹쳐 깔아서 습기를 빨아들인다.

오래된 배수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와 암모니아도 두통, 소화 장애, 천식,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대개 배수관은 U자나 P자 형태로 되어 있다. 배수관의 굽은 부분에 물이 약간 고이도록 해서 가스나 냄새가 역류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집이 오래되면 낡은 배수관 자체에서 냄새가 난다. 이 냄새의 주요 성분은 메탄가스나 암모니아 등으로 두통, 소화 장애, 천식,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배수관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당장 교체가 어렵다면 물을 쓸 때 외에는 항상 배수구 마개를 닫아둔다.

병든 집의 폐해의 문제해결의 열쇠는 환기에 있다. 겨울철이라도 아침 저녁 창문을 열어 30분 이상 집안을 환기시키고, 바닥의 카펫은 수시로 들춰 바람을 통하게 하고, 습기가 많은 부엌과 욕실에는 환풍기를 설치하여 유해가스를 흡입하지 않도록 환풍기를 켜 두는 것이 좋다. 가능한 천연소재를 사용하고, 실내 보수공사를 마친 첫날만큼은 집을 비운 상태로 강제 환기를 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환기가 쉽지 않다면 노인이나 어린이, 또는 환자가 있는 공간에는 따로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한 주택환경 개선을 권장하고 있다. 실내공기 정화 식물을 키우고 오염물질 제거 효과가 좋은 숯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실내에 고무나무 등 잎이 큰 관엽식물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물은 잎 뒷면의 기공을 통해 공기 속 오염물질을 흡수해서 분해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특히 이파리가 넓은 식물일수록 분해능력이 뛰어나다. 자연에서 온 것을 자연스럽게 쓰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생활이고 건강한 삶이라고 환경단체는 강조한다.

  • 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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